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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Nov 05. 2024

프로라는 호칭에 대한 소고

(다시) 매일 글쓰기 (044/100)

작년에 했고, 적고, 말했던 여러 생각을 정리하여, 고쳐 썼습니다. 




과거에 근무하던 회사에서 직급을 통폐합하고 모두를 '프로'라고 부르기로 결정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되게 귀찮았습니다. 당시에는 이 변화가 단순히 승진 수당을 절감하려는 경영진의 의도로 보이기도 했고, '프로'라는 호칭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조직 내에서 수평적 호칭을 사용한다고 해서 곧바로 수평적 문화가 정착되지는 않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이러한 변화의 의미를 조금씩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어쩌면, 팀장이 돼서, 나이가 들어서 꼰대가 되어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프로라는 단어의 의미가 이제는 다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프로페셔널, 돈을 받는 사람들이죠. 제일 가까운 예시는 프로스포츠 구단. 승리를 위해서, 가차 없이 행동하는. 그래서 넷플릭스는 자사의 문화를 프로 스포츠 구단과 비교하는 것 같습니다. 각자가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문화를 지향한 것이죠. 그 전문성이 꼭, 1/10000 수준의 '스킬'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프로선수와 아닌 선수의 차이는 결국 마인드셋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 마인드셋


수백 수천만이 플레이할 LoL 에는 프로와 아닌 사람이 많은데. 여기서 볼까요.  LoL(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스포츠 팀을 떠올려 봅시다. LoL 프로 팀에서는 각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 역할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탑, 미드, 정글, 원딜, 서포터라는 포지션별로 각기 다른 역할을 맡고 있으며, 팀의 성공을 위해 개인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근데, 솔랭을 돌리면서 랜덤으로 마주친 사람도 그렇게 합니다. F1 도 그렇죠. 그냥 운전하는 사람도 있지만, F1에서도 운전을 하죠. 빠르게 목적지로 도착하기 위해. 


하지만 프로는 좀 다른 게 있죠. 이미 돈을 많이 벌고 있어도, 승리를 위해서 모든 것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죠. 음, 우리도 그렇게 할까요? 저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커가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는데 책을 읽는 게 도움이 되었다고 인터뷰한 게 떠오릅니다. 내가 잘하는 챔피언이 있다고 해서 그것만 파지도 않죠. 팀의 승리를 위해서 나의 포지션, 챔피언도 바꿔야 하죠. 


유재석 씨가 담배를 끊었다던 이야기도 떠오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다른 것으 놓아야 했다. 런닝맨을 계속하려니 이걸 할 수가 없더라. 다른 약속도 최소한으로 잡는다. 그러니 그런 유재석 씨를 방송가에서 신뢰하고 있겠죠. 이렇게 각자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로를 신뢰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신뢰의 근간에는 '프로라면 이 정도를 할 것이다'가 있을 겁니다. 과거에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에서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나는 나의 일을 하고 너는 너의 일을 해'라는 식의 폭언을 하는 광고 감독이 있었는데요, 좀 강하게 그려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맞는 말입니다. 서로의 일에 신뢰를 준다는 것은 이러한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빌 캠벨'도 이야기했다는데.


각설, 사실 돈을 받는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프로페셔널입니다. 이러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위의 페이커 사례도 그렇고요. 항상 자신을 관리하는 데 철저하다고 소문난 오타니 쇼헤이의 경우도 떠오르네요. 조금 다른 사례지만, 배우들의 경우에 '입금 전' '입금 후' 이런 짤(meme) 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돈을 받고 하는 만큼, 완전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요. 아이돌들은 예쁘고 잘생기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죠. 할리우드 영화 계약서에는 체지방율 몇 프로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던데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요약하자면, 프로페셔널이라면,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몸과 마음 역시 잘 다뤄야겠죠. 그래서 저는 매일 아침, 하루의 목표를 정리하며 마음을 정돈하는 시간을 위해 저널을 씁니다. 운동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몇백만 분의 일 수준의 프로는 아니지만, 나도 프로 선수라는 마음으로 나의 건강, 마음 상태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세상에서의 성장


프로는 경쟁이 치열하죠. 그래서 계속 뭔가 바뀝니다. 축구의 전술도 그랬고요. F1 같은 스포츠에서는 기술 자체가 바뀌기도 하죠. 생각해 보면 아주 단순해 보이는 러닝, 달리기 영역도 카본화 같은 진보가 계속 나오죠. 계속해서 적응하고 바뀌어야 합니다. 당연히 비즈니스는 더 그렇죠. 10년 전에 GPT 같은 건 상상도 못 했지만 이제는 그걸 잘 써야 하죠. 현대 사회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제품과 우리의 일하는 방식도 지속적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단순히 업무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탐구하는 과정입니다. 기술의 발전과 시장의 변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내가 맡고 있는 업무가 조직의 전체 그림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공유되고 누구와 협업이 필요한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개별적인 목표 달성에 머물지 않고, 조직 전체의 성과와 연계하여 일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당연하게도, 나의 성장은 곧 조직과 제품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프로 스포츠처럼요. 물론 선수 한 명의 스탯이 좋다고 야구 경기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성장하는 것은 성장하는 거죠. 그러니 스스로 어떤 일을 가장 즐기고 어디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내가 즐기고 잘하는 일을 할 때 더욱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게 되며, 이는 팀 전체의 분위기와 성과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옵니다.


자신의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지속적인 자기 계발을 통해 성장해야 합니다. 성장은 지속적인 학습과 자기 계발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조직의 발전에도 기여합니다. 


그러나 팀으로. 


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소는 데이터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요즘 스포츠들을 보면, 예컨데 이제는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이 바둑을 제패했으니까요. 그러니 사람들도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해 오늘을 기록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계획을 세우고 이를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죠. 물론 계획한 일을 모두 달성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스스로를 비난하기보다는 이유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성과를 기록하는 것은 개인의 발전에 기여합니다. 그리고 또! 조직의 성공에 큰 기여를 합니다. 단순히 조직이 개인의 합이어서가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해냈고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기록함으로써 성과를 자랑할 기회가 생기며,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랑스러운 성과를 내도록 독려합니다. 기록을 통해 업무의 가시성을 높이면 일하는 즐거움도 커지고, 마치 게임에서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듯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피드백을 줄 수도 있죠. 건설적인. 이건 남이 필요합니다. 왜냐면 스스로에 대해서 솔직하기는 참 어렵기 때문이죠. 프로 스포츠의 전설 중 하나, 타이거 우즈도 레슨을 받습니다. 영상을 저장하고, 돌려보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갇혀 있는 무언가를 혼자서 빠져나오기는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처럼 개인 스포츠인 것 같은 골프에도 캐디가 있고 레슨 코치가 있죠. 여기서 되게 재밌는 점이, 코치, 감독이 꼭 선수일 때 최고의 사람이 잘하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꼭 나 보다 나은 사람이 필요하다. 나의 장점 이상의 장점을 가진 사람을 곁에 둬야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한 피드백 반영 자체가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덧붙여서, 우리는 항상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혼자 일하지 않는 것입니다. 교체 선수도 필요하고, 의료진도 필요하고 그렇습니다. 혼자 일하지 않아야 합니다. 힘이 들 때가 있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럴 때는 동료와 매니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지요. 팀으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초고: 2023년 언젠가

탈고: 202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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