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매일 글쓰기 (048/100)
이사카 코타로의 <마왕>에서 꽂힌 문장이 10년 넘게 머릿속에 박혀 있었습니다. "검색이 아닌 사색을 하라"라는 형태의 문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작중 주인공이 예전 미국 드라마 <맥가이버>를 떠올리며 "생각해, 생각하는 거야"라는 식으로 혼자 생각하는 장면도 등장하죠. 그러는 한편, 그즈음에는 '핑거 프린스'라는 개념도 등장했었죠. 검색 한 번이면 나오는 정보들이 넘쳐나는데 그조차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뭐, 네 그렇죠. 우리는 정보의 과잉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궁금한 것을 즉각적으로 검색할 수 있으며,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 도구들은 빠르고 정확한 답변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편리함은 우리의 일상에 혁신을 가져왔지만, 깊이 있는 사고를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검색하면 되지!”라는 생각에 의존하게 되면서, 그 자체가 사고의 끝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르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명제를 통해 근대 합리주의 철학의 기초를 확립했습니다. 데카르트는 방법적 회의를 통해 모든 것을 의심하고, 이성을 통해 확실한 지식을 추구했다고 합니다. 그의 철학적 탐구는 지식에 대한 의심을 출발점으로 삼아, 논리적이고 연역적인 방식으로 진리를 추구했습니다. 이러한 합리적 사고방식은 이후 많은 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현대적 사고법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성에 기반한 사고에 그치지 않고, 정보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맥락에서 창출해 내는 사색의 힘을 길러야 합니다.
물론, 검색은 정보화 시대의 필수적 도구입니다. 팩트 체크와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은 현대인의 중요한 역량이며, 특히 가짜 뉴스와 딥페이크가 만연한 지금, 정확한 정보를 찾고 이를 검증하는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게다가 할루시네이션까지 있다 보니, 검색에서 진짜를 골라내는 능력은 앞으로 더 중요해지겠지요. 이미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RAG과 같은 기술, Agentic AI 등등 뭐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판단까지 맞길 순 없으니까요.
다시, 검색은 소중합니다. 검색은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이며, 정보를 탐색하고 분석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검색은 이미 존재하는 정보를 찾는 데에만 유효합니다. 진정한 통찰과 창의성은 정보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며, 기존에 없던 연결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탄생합니다. 이 과정이 바로 사색의 영역입니다.
사색은 단순한 사고의 연장이 아닙니다. 사색은 정보를 소화하고 자신만의 관점을 형성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는 적극적인 정신 활동입니다. 숙의 민주주의가 보여주듯, 깊이 있는 사고와 토론은 더 나은 결정과 합의를 이끌어냅니다. 협업에서도 각자의 사색이 모여 시너지를 창출합니다. 사색은 협업과 논의를 통해 발전하며, 다양한 시각과 아이디어가 결합되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 문제들은 복잡하고 다면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사색과 다양한 관점의 융합이 필수적입니다.
오늘날 AI는 우리의 사고 과정 중 일부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Agent AI들은 일상적인 의사결정을 보조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효율화합니다. 이러한 AI는 인간의 사고 부담을 줄여주고, 더욱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위한 여유를 만들어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도구들이 우리의 사색 능력을 퇴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깊이 있는 사고를 위한 시간과 여유를 제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AI는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고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 정보를 이해하고 새로운 통찰을 끌어내는 것은 인간의 몫입니다. AI의 도움을 받아 일상적인 정보 수집과 분석 작업에서 벗어나, 더 중요한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저는 “검색하고, 그리고 사색하라”라고 제안합니다. 검색은 사고의 재료를 제공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발전시킬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다양한 관점과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색된 정보는 사색의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검색으로 얻은 지식을 어떻게 해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것인가는 우리의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사색은 검색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통합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더 깊은 통찰을 얻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검색 전에 사전 사고하기
궁금한 것이 생기면 바로 검색하지 말고, 최소 5분 동안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 보십시오. 예상되는 답이나 가설을 먼저 세워보는 것도 좋은 연습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 명확히 할 수 있으며, 검색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정보의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검색 후 사색하기
찾은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 보십시오. 다른 맥락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검색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그 한계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보를 자신의 언어로 다시 서술하거나, 이를 통해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보는 것도 유익한 방법입니다.
정기적인 사색 시간 확보
하루에 30분 정도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사색할 시간을 마련하십시오. 산책이나 명상과 같은 활동을 통해 사색을 촉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정기적인 사색 시간은 우리에게 깊이 있는 사고를 위한 여유를 제공하며, 이러한 시간을 통해 우리는 일상적인 문제를 넘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이 시간을 활용해 지금까지 얻은 정보들을 통합하고, 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각 기록하기
검색한 내용과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기록해 두십시오.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읽어보며 생각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은 깊이 있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기록은 우리의 사고 과정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도구이며, 이를 통해 사고의 발전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나 질문을 도출해 내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대화를 통한 사고 확장
검색한 내용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토론해 보십시오. 다양한 관점을 통해 자신의 사고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검증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타인의 시각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은 사고의 폭을 넓히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이러한 실천은 단순한 정보 소비자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지식 생산자로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즉각적인 답을 얻는 검색의 유혹은 항상 존재하며, 깊이 있는 사고는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수적인 역량입니다.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사고를 발전시키는 능력, 그것이 우리가 지켜내고 발전시켜야 할 인간 고유의 가치입니다. 우리는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데서 멈추지 말고, 그 정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결국 검색과 사색은 대립적인 관계가 아닙니다. 둘은 상호 보완적이며, 우리의 성장과 발전에 필수적입니다. 검색을 통해 지식을 얻고, 사색을 통해 그 지식을 심화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깊은 통찰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검색에만 의존하지 말고, 그 너머의 사색으로 나아가 보십시오. 이것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정한 지혜를 찾아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AI와 같은 도구들은 우리의 사고를 보조할 수 있지만, 진정한 지혜는 오직 우리의 사색과 성찰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