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매일 글쓰기 (047/100)
삶의 원칙을 찾아서 003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곧 세계의 한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명제는 단순한 철학적 선언을 넘어, 우리의 일상적 경험과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불완전한 표현들—"그거 있잖아...", "뭔가 좀...", "약간 그런데..."와 같은 말들—은 단순한 습관적 말버릇을 넘어, 우리의 사고와 세계 인식의 폭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드래곤라자> 에서 타이번이 ‘머리꼬리가 있어야 말인지 소인지 알지”라고 말한 문장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이 납니다. 명료함이라는 것은, 데이터의 크기 (머리와 꼬리가 붙으면 데이터는 커지겠죠)를 키울지언정, 커뮤니케이션의 속도는 더 짧게 만들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예컨대 위에서 말한 대명사의 사용이나, 불명확한 기준 ‘약간’을 쓰는 경우가 그렇겠죠.
저는 잘 모르지만.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철학에서 중요한 점은 언어가 우리의 경험을 매개하는 도구라고 합니다.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방식은 언어를 통해 형성됩니다. 따라서, 우리의 언어적 표현이 불명확하다면, 우리의 사고와 소통 역시 불명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단지 대화에서의 오해를 넘어, 우리의 세계 인식과 사고의 한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명확한 언어 사용은 단순한 소통 능력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사고를 명료하고 정교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팀원들에게 ‘좋은 것 같아요’라는 표현을 할 때마다,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편입니다. 좋다는 것은 자신의 판단이고, 감정에 가까운데 왜 ‘같다’라는 표현을 붙이는가? 스스로의 의견에 자신이 없을 순 있지만. 틀려도 괜찮으니 자신의 목소리를 가져라. 또한, 그것은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일하는 자는 모두 프로이고, 따라서 자신의 생각과 견해,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같다는 표현은 도망치는 표현이다, 라구요. 너무 꼰대스럽다고 생각이 들긴 합니다. 예전에 고등학교 은사님이 이야기해 준 내용이니 이것도 20년은 묵은 생각이기도 하고요.
한편으로, ‘같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명제를 떠올려야 하는가 싶습니다. 불확실한 것을 모호하게 표현하기보다는,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프로그래밍에서 불분명한 변수명을 피하고 명확한 이름을 사용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물론, 이 때문에 불확실한 것을 이야기하지 말자!로 이어지면 또 어려운데 말이죠. 그래서 이럴 경우에는 가설적으로 이야기해야겠죠. 이러이러한 것이 있으니 이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는 반증 가능한 형태로 사고하는 훈련이 필요하겠죠. 시스템 싱킹, 비판적 사고법 등등, 이런 것에 도움이 되는 방법론은 꽤 많이 있습니다. 모두 어렵긴 한데, 생각 이상으로 삶의 많은 영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명확한 표현은 우리의 사고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입니다. 언어는 단순히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 자체를 형성하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따라서 명확하지 않은 언어 사용은 우리의 사고 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의사 결정이나 문제 해결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업무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모호한 표현으로는 정확한 정보 전달이 어렵고, 이는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명확한 언어 사용은 정보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뢰성 있는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언어가 현실을 그려내는 도구라는 점에서, 불완전하고 모호한 언어는 현실을 왜곡된 형태로 그려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소통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의 세계관 자체를 불명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현실을 명확하게 반영하는 언어적 표현은 타인에게 우리의 의도를 올바르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언어의 명료성은 곧 우리의 인식과 행동의 명확성을 의미합니다.
반복적인 이야기네요. 실천적 방법론으로 보면 어떨까요?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근본 원인을 생각하기 등등 이런 것을 다 뛰어넘으면, 기본적인, ‘주어와 서술어를 명확히 구분하기’ ‘주장과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기’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면 충분할 것 같긴 합니다.
주어와 서술어를 명확히 구분하고, 주장과 근거를 분명히 제시하는 것은 논리적인 사고와 이를 뒷받침하는 언어적 표현의 기반이 됩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특히 논쟁이나 의사결정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설득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입니다.
또한 확실하지 않은 것은 보류하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전달하지 않고 또 필요할 때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필요하겠죠. 침묵의 미덕은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피하는 데 유용합니다. 확실하지 않은 것을 섣불리 말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하면, 이는 소통의 오류와 오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필요할 때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라고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오히려 더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침묵은 때로는 가장 효과적인 소통 전략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우리의 언어적 책임감을 보여주는 중요한 태도입니다.
그럼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말보다는 글이 효과적입니다. 글쓰기를 열심히 하다 보면 도움이 되고. 말하기 전에 써보면 더 좋고. 안되면 머릿속에서 글을 미리 쓰고 하면 좋겠죠. 물론 빠른 의사교환이 필요한 다급한 상황도 있겠지만 그때를 위해서 더더욱 평소에 정리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대충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하는 게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다!라고 볼 수 있겠지만, 글쎄요.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좀 더 명료하기 위해서는? 실천을 위한 일일 체크리스트를 보면 대충 이런 것들이 있겠습니다.
□ 오늘의 첫 메시지를 완전한 문장으로 작성하기
□ 주요 대화에서 사용할 핵심 문장 미리 구성해 보기
□ 회의/대화에서 주장-근거 구조 사용하기
□ 회의록을 써보면서 오늘 사용한 표현들 점검하기
이 체크리스트는 우리의 언어적 실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명료한 소통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침에 주요 대화에서 사용할 문장을 미리 구성하는 것은 명확한 소통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하루의 시작을 효과적으로 열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낮에는 주장과 근거를 명확히 하여 회의나 대화에서 신뢰성 있는 발언을 하고, 저녁에는 하루 동안 사용한 표현들을 점검함으로써 개선의 여지를 찾아나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일 실천은 작은 습관의 변화를 통해 우리의 언어와 소통 방식을 점진적으로 향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습니다. 따라서 언어의 개선은 곧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과정입니다. 명확한 표현과 온전한 문장을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소통을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자신과 타인에게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하나의 명확한 문장으로 세상을 그려나가는 것을 실천해 봅시다. 그것이 우리의 세계를 더욱 선명하고 풍요롭게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