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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 읽어주는 남자 Feb 21. 2019

[게임업계 취재후기] 게임사들은 왜 뭉치지 못할까

이제 앞으로 기자라는 직업을 적극 활용해 그동안 기사에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한다. 혹시 모를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실명 언급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현재 게임업계의 최대 이슈는 넥슨 매각이다. 먼저 부연 설명을 하자면 국내에는 이른바 게임 빅3라 불리는 업체들이 있다. 바로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다. 넥슨의 경우 '던전앤파이터' 등으로 유명하고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리니지2 레볼루션' 등이 유명하다. 엔씨는 뭐 다들 알다시피 '리니지'라는 강력한 지적재산권(IP)을 가지고 있다.


뭐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엄청 길어질테니. 아무튼 이 세 기업이 현재 국내 게임산업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국내 1위 업체인 넥슨이 회사를 팔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사실 넥슨이 국내 10위 언저리 게임사였다면 큰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넥슨은 명실상부한 국내 1위 게임사다.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회장이 넥슨을 팔고 게임업계를 떠난다는 것은 바꿔 말해 그만큼 국내 게임산업 전망이 어둡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2조원, 영업이익은 1조원 가까이 달성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게임사를 팔겠다는 것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론 넥슨의 경우 매출 대부분이 출시된 지 오래된 게임에서 나온다. 대표적으로 던전앤파이터가 있다. 넥슨의 신규 게임은 사실상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업계에서 넥슨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족이 길었는데. 아무튼 여기까지는 게임사의 내부적인 요인이었고. 외적인 요인을 살펴보자면 한국은 게임사를 운영하기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다. 앞서 말한 넥슨도 엄밀히 말하면 일본에 상장한 회사다. 왜 국내가 아닌 일본에 상장했을까. 그만큼 국내 게임 관련 규제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특히 넥슨이 일본에 상장을 진행하던 무렵에는 게임=마약이라는 소리까지 듣던 때였다. 


지금은 게임에 대한 인식이 어느정도 개선됐으나 여전히 어른들은 게임사를 좋게 보지 않는다. 아직도 많은 교육 단체나 언론들은 게임을 사회의 악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무섭게 성장한 중국 게임사들은 언제부턴가 국내 게임시장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


필자는 그동안 게임외에도 철강, 화학, 금융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해 왔다. 다른 분야와 달리 게임업계가 유독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뭉치기'다. 다른 업종의 경우 자신들에게 안좋은 규제나 외부의 공격이 들어오면 그동안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뭉쳐서 이를 타개하고자 엄청난 노력을 한다. 반면 게임사들은 대부분 손놓고 구경만 하는 경우가 많다. 개별로는 대응을 하고 있지만 집단적으로 뭉쳐서 이를 대응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 오너들 부터가 일단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앞에 잘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자체가 개발자 위주로 구성돼 있는데 개발자들에게 단체 행동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사람과의 소통보다는 컴퓨터와의 소통에 익숙한 그들에게 대규모 단체 행동은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업력 자체가 다른 산업들과 비교해 짧다는 것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이슈에 대응해본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게임사들이 하나로 뭉쳐 그동안의 정부 규제가 대응해 왔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셧다운제'같은 말도 안되는 규제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만약 한국이 게임사를 운영하기 좋은 나라였다면 김정주 회장이 넥슨을 팔려고 했을까. 물론 함부로 속단할 수는 없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주변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 역시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거다. 


앞으로 국내 게임산업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처럼 뭉치지 못한다면 말이다. 특히 지금처럼 방관한다면 중국의 노골적인 공습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판호때문에 중국에 신규 게임을 출시못하는데 중국은 국내에 게임을 쉽게 출시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가. 만약 반도체나 다른 분야였다면 정부가 나서서 진작에 해결했을 것이다. 뭐 주저리주저리 했지만 결국은 좀 뭉쳤으면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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