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종료 직전
필자는 30대 직장인이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보니, 다양한 산업군에 있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다.
특히 필자가 출입하고 있는 게임업계는 사실상 고사 직전인 상황이다. 부익부빈익빈이 극에 달해 이제는 흑자를 내는 게임사가 몇 곳 없는 상태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가 비단 게임업계만의 문제일까. 필자가 보기에 지금의 한국은 서버 종료를 앞두고 있는 온라인게임과 비슷한 것 같다.
보통 온라인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게임사는 유저들에게 기본적인 장비들을 제공한다. 유저는 그 장비를 통해 성장해 나가고, 이후 게임내 유료 상품을 구매해 게임사에게 매출을 안겨준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과연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장비조차 제공하는지 잘 모르겠다. 의식주를 기본 장비라고 가정하면, 주거 문제가 사실상 해결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캥거루족이니 떠들고 있지만, 누구든 독립을 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남자의 경우 당장 27살에 취업에 성공한다고 할 지라도 각종 학자금 대출, 월세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남는 돈이 많지 않다. 결국 집이 서울 근교인 청년들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걸 선택하게 된다. 그나마도 집이 지방에 있는 청년들은 매달 월세로만 최소 50만원 이상을 지출하게 된다.
대기업을 제외하고 보통 20대에 받는 연봉은 많아야 3000만원 정도다. 이것도 엄청 잘 받는 축에 속한다.
그런데 직장이 있는 서울 근처 집값은 전세만 해도 최소 2억원은 필요하다. 1년에 1000만원도 저축하기 힘든 상황에서 2억을 모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대출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면, 어느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타를 겪게 된다.
그리고는 일부 청년들은 결혼이라는 것을 아예 포기하고 욜로 생활을 즐기게 된다. 어차피 힘들게 돈 모아봤자 서울에 집한칸 마련 못할바에는 그냥 있는 월급에서 즐기며 살자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을 게임에 적용시킨다면 그 게임은 바로 망할 것이다. 누구는 시작부터 최고 무기를 들고 시작하고 누구는 목검 들고 시작하는 게임을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인생은 원래 불공평한 거야라고 말하면 필자도 할 말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점차 심화되는 부익부빈익빈 속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혹자는 말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끈기가 없다. 이기적이다. 우리 때는 더 힘들었다. 맞는 말이다. 인정한다. 하지만 청년들도 할 말은 있다. 지금의 불평등한 사회를 만든 것은 현재의 기득권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1이 채 되지 않는다. 사실상 천천히 국가가 소멸해 가는 상황이다.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결혼을 포기하고 애를 낳지 않는 것이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게임을 접는 것과 비슷하다.
주변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자식에게 고통을 물려 주기 싫다는 이야기가 참 많이 들린다. 최근 정부의 각종 정책들을 보면 기가 차는 경우가 많다. 기득권들이 국회의원 대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청년들의 어려운 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여기에 각종 채용 비리까지.
그런 것들을 보면 결국 모든 답은 부모를 잘 만나는 것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애초에 누구는 최강 무기를 들고 시작하고, 나는 목검을 들고 시작해 30년 뒤에도 겨우 철검 정도 장만할 것 같으면 어느 누가 게임을 시작할까.
물론 능력이 뛰어난 상위 10%는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자수성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90% 는? 정부의 역할은 뛰어난 국민들만을 챙기는 것이 아닌 대다수의 평범한 국민들이 삶을 제대로 영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가 그 역할을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필자가 보기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만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있는 게임과 같다. 보통 게임의 경우 각종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노력한다. 과연 한국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