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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ㅈㅎ Nov 15. 2019

책방 곳곳 02. 제주 <달리 책방>

내공이 느껴지는 책방 겸 북카페

제주도에 갔다.

친구와 친구 아기를 보러 간 여행이었지만, 제주도에 있는 책방을 가 볼 생각에 더 설렜다는 사실..(은 비밀). 하지만 염치없게도 운전이 서툴러서 친구의 손을 빌려야 했다. 갓 돌이 지난 친구 아기를 차에 함께 태우고 책방으로 향했다. 




1. 달리 책방 (제주 제주시 한림읍 월계로 18)

2. 방문 날짜 : 2019년 11월 13일 

3. 월요일 정기 휴무 / 13시~19시 운영 (토요일은 11시 오픈)

4. 아기의 컨디션을 고려해서, 친구 집에서 (그나마) 멀지 않은 세 군데 책방을 미리 정해두었었다. 막상 당일 검색해보니, 한 군데는 수요일이 휴무였고(제주도는 수요일이 휴무인 가게들이 많다!) 한 군데는 막상 가보니 이유도 없이 문이 닫혀있었다. 남은 곳이 바로 <달리 책방>. 결론적으로는, <달리 책방>에 오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든, 책방이든 연이란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생기나 보다.

평범해 보이는 <달리 책방>의 외관. 하지만 책방 내부의 내공은 엄청나다.

입간판 역할을 하는 의자가 참으로 귀엽다.

운전하다 지나가며 봐도 잠깐 들러보고 싶을 듯.

외관에 비해 훨씬 더 넓게 느껴지는 내부였다. 현대적인 내부 디자인과 화려한 샹들리에가 묘하게 잘 어울리는 책방이었다.

<달리 책방>은 음악들도 참 좋았는데, 책을 읽으면서도 듣기 좋은 음악들이 주로 재생되었다. (아무래도 사장님 음악 취향과 내 음악 취향이 비슷한듯하다) 언젠가 혼자 여유롭게 책방 한편에 자리 잡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어보아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가운 '콜미바이유어네임')

요즘 '소위 핫한' 신간들도 많이 보였다. 인터넷 서점에서도 많이 광고하고 있는, 이병률 작가의 동네서점 에디션을 구입할까 말까 계속 책을 들었다 놨다 했다. 그러다 문득 계산대 옆에 시집들이 많이 보이기에, 시집을 한 권 구입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더랬다.

요즘 보기 힘든 고서들과 여행사진, 그림들로 채워진 인테리어가 책방과도 잘 어울린다.

책방에 머물 때는 1인 1 메뉴의 음료 혹은 도서 구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책방 곳곳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장님께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여쭤보았었는데 음료나 책을 구매하는 것을 조건으로 말씀하셔서 처음에는 조금 야박하다고 생각했었다(물론 책은 구매할 생각이었지만). 그런데 이 공간에 머물면서 사장님으로부터 그렇게 규칙을 정한 이유와 책에 대한 생각을 듣고 나니 이해도 됐다. 관광객들이 많은 제주도라, 많은 사람들이 책방에 와서 인증하듯 사진만 찍고 떠나버린다는 것. 그건 그 자체로 또 책방의 홍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책방에 와서 책보다는 인증이 우선이 되는 세태가 내내 마음에 걸리셨을 것 같다. 

음료 가격은 3000-5000원 선으로 적당한 정도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맛이 나쁘지 않았다. 

사장님에게 시집을 추천해달라고 말씀드렸더니, 마치 아이처럼 해맑게 계산대 옆의 시집들과 작가들을 추천해주셨다. 책에 대한 사장님의 애정과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김소연 작가를 존경한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좋아하셨는데, 막상 읽어보니 산문집은 참 좋았지만 시집은 취향과 조금 다르게 느껴져서 결국 추천 시집 중 다른 시집을 구입했다. 

책방이지만, 북카페도 겸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구입 도서뿐 아니라, 공간 안에서 읽을 수 있는 책들도 비치되어 있다. 구입용 도서가 아닌데도, '추천도서' 쪽지를 붙여 놓은 것만 보아도, 책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지 않는가.  

책방인데도, 둘러보고 있으면 (어쩌면 책의 세계로) 여행을 온 듯한 기분도 든다.

계산대 옆 추천 도서들. 시집이 참 많다. 

아랫부분에 비어 있는 공간은 내가 구입한 책이 위치하던 곳.

안녕, 달리 책방!

다음에 제주에 오게 되면 다시 방문하고 싶은 책방이었다.

결국 구입한 시집은 오은 시인의 <나는 이름이 있었다>.

몇 편 읽어 보았는데, 느낌이 좋다.


달리 책방의 그림 기록.

친구 집에 돌아오자마자 스케치를 완성하고,

색을 칠해야지 하며 붓을 든 순간 깨달았다.

'아, 물감을 안 챙겨 왔구나'

여행에서 다녀온 후 집에서 채색.

기록을 이렇게 남기면 여행을 두 번 다녀온 기분이 난다.

책도, 음악도, 분위기도 참 좋았고 

책에 대한 사장님의 애정과, 추천받은 책들도 좋았다.

특히 이름조차 생소했던 작가들의 책들도 많이 알게 되어 '한 수 배워가는' 느낌. 앞으로 또 읽을거리들이 잔뜩 생겼다. 밀린 숙제 같은데도, 그저 좋다. 

  


V <달리 책방>의 포인트

- 책에 대한 사장님의 (추천) 내공

- 책 읽기 좋은 음악과 분위기

- 부담스럽지 않은, 조화로운 인테리어

- 합리적 가격의 음료와 공간에서 읽을 수 있는 책들의 비치, 북카페로도 굿!

- 독립 출판물뿐 아니라 인기 도서들도 함께 비치

- 독자로서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추천 도서 쪽지

- 특이한 입간판 (앤틱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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