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1] 카메라 렌즈가 무서웠던 사람

혼자가 최고라던 내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

by 라포르

맛있는 음식, 예쁜 풍경, 꽃, 재미있는 짤들 ... 내 사진첩은 어머님들께서 좋아하실 카카오스토리st의 사진들과 덕후들이 좋아할 덕질용 짤들의 환장의 콜라보다. 내가 피사체로 누군가의 앵글에 담기는 것은 늘 쑥스럽고, 누군가를 예쁘게 담아주는 것은 더 서투른 사람. 그랬던 내가 매일 차에 삼각대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과 만나게 되었다.


예전에 스피치 학원을 다닌 적이 있다. 말을 유창하게 하기 위해, 남을 설득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발표 불안증’을 극복하기 위해서. 한창 심할 때에는 대학교 출석 시간에 목소리가 떨려 대답을 못하는 정도였다. 취업을 할 시기가 되니 면접이 걱정이 되어 발표 불안을 극복 할 수 있다는 강의를 찾아가 듣게 되었다. 강사님이 이야기 해주신 근본적인 원인은 나의 내면에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상대가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고. 강의는 같은 불안 증세를 겪는 사람들이 모여 매주 준비한 토픽을 서로 귀담아 들어주고 진심으로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방식이었다. 점점 나는 사람들의 눈을 보고 발표하게 되었고, 여유를 가지게 되었으며 더 이상 목소리도 떨리지 않게 되었다. 나의 발표를 들어주던 사람들의 진심어린 눈빛과 표정이 발표불안을 극복하는 힘을 주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사진 찍는 것을 쑥쓰러워하는, 솔직히 말해서 싫어하는 이유도 내면에 있던 것 같다. 내가 담긴 이 사진이 누군가에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예쁘게 나오지 않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매일 차에 삼각대를 가지고 다니는 남편은 매 순간 나를 담아주고 싶어한다. 우리의 가장 젊고 아름다운 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싶어한다. 그 예쁜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준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되면서 나는 찍는 과정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서로의 눈으로 행복의 순간을 포착하고 시간이 지나 보게되면 그때의 그 느낌이 담겨있다. 특별한 순간의 기록이 아닌 평범한 순간들 중 행복했던 기억의 기록들. 그렇게 그 사람은 나를 카메라 앞에 세웠고 그 순간을, 사진찍는 것을 즐기게 만들었다. 나의 하나의 면이 변했고 나는 이런 변화가 매우 좋다.


내가 로망이 전혀 없던 ‘결혼’이라는 것에 가졌던 딱 한 가지의 로망은 누군가와 하게될지 모를 웨딩 촬영에 사계절을 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계획이나 다짐이 아닌 이루어질지 말지 모르고 어쩌면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을 것 같은 로망이었다. 결국 나는 그를 만나 함께 우리의 사계절을 담았다.


다이어트 비포 에프터 사진처럼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그를 만나고 난 후 나의 사진들은 따뜻함과 감정이 보인다. 나의 카메라 셔터는 신중해졌고 소중한 것들을 담는다. (여전히 맛있는 음식과 꽃과 짤들도 많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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