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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샘 Mar 22. 2021

<오리고 붙이기> 활동


오리고 붙이기를 하는 시간이었다. 

여러 가지 색깔의 하트를 오려서 예쁜 유리병에 붙이는 활동이다. 개인차가 크다. 아직 가위질이 서툰 아이도 있고 섬세한 곡선 부분까지 잘 오리는 아이도 있다. 이 수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는 여러 가지다.

우선 가위질이 능숙해지도록 연습하는 것이다. 


첫째, 가위질 연습이다. 학교에서의 여러 활동 중에 가위질은 중요하다. 소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원하는 모양의 가위질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주어진 시간 안에 집중해서 과업을 완수하는 것이다. 아직 집중력이 떨어지는 단계라 하다가 중간에 집중력이 분산되고 주어진 시간이 다 지나도록 완성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시간 안에 완성해 보자고 격려하며 완성하는 활동인 것이다.

셋째, 작품 활동을 하고 나서 뒤 정리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학교 생활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 뒤에 주변을 정리하는 것은 중요한 자기 관리 능력이다. 사용한 물건을 서랍 속 바구니에 잘 정리하고 오려진 작은 종이들을 줍고 분리수거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분리수거함의 위치를 알려주고 어떻게 분류하여 버려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을 통해 연습하는 것이다.

넷째, 자신의 일을 잘 마무리한 어린이들은 다른 친구들을 돕는 일을 해 보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다른 친구를 돕는 활동은 자기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매우 좋은 경험이다. 자신의 일을 잘 마무리하고 나면 다른 친구들을 돕도록 말한다.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친구를 돕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봉사활동을 마친 친구들은 작은 빈 젤리를 하나씩 먹어도 좋다고 허용해  준다.


초등학교 생활을 한지 이제 보름 정도 시간이 지났다. 하나하나 매번 자세하게 설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는 금방 알아듣고 적응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나타난다. 그런 아이들이 모델이 되고, 다른 아이들도 그 친구들을 통해 배우고 익히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 오리고 붙이기> 활동이 거의 끝나가는 때였다. 다 못한 친구들은 서둘러 마무리를 했다. 일찍 끝낸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의 주변을 돌아다니며 정리하는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가위를 책상 위에 던지는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우리 반 수철이가 가위를 던져버리고 후드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왜 그러냐고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모자를 벗으라고 해도 고집을 부리며 얼굴까지 더 뒤집어썼다. 눈 주변에 얼룩이 진 것을 보니 울었다. 수철이를 잠깐 뒷문으로 데리고 나가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눴다.

"수철아, 왜 울었어? 지금 보니까 오늘 하트 잘 오렸고 조금만 하면 완성할 수 있겠던데 무슨 일이야?"

대답을 하지 않는다.

"수철아, 누가 기분 상하는 말을 했어? 어디 아픈 거니?"

"아니오."

"그런데 왜 눈물이 났을까? 가위를 던지고 말이야. 선생님이 수철이가 그렇게 행동해서 무슨 일이지 너무 놀라고 걱정되는데 왜 그랬는지 말해 줄래?"

"아니요, 그게 아니구요, 아이들 다 봉사 활동했어요?"

"응? 봉사활동? 아 정리 도와주는 친구들 말이니? 한 다섯 명 정도 도우미 활동하던데. 그게 궁금했어? 그런데 왜 울었어?"

"나두 도우미 하고 싶어요. 애들이 콩 젤리 다 먹었어요?"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갔다.

"아, 수철이도 얼른 활동 끝내고 다른 아이들처럼 도우미 하고 싶었구나? 그래서 콩 젤리도 하나 먹고 싶은 거였니?"

"네."

"아, 그랬구나. 빨리 끝내고 다른 친구들 자리 정리하는 것 도와주는 도우미 하고 싶었구나? 그러고 나서 선생님이 주시는 콩 젤리를 먹고 싶었니?"

"네."

"그래, 그럼 수철아, 다음 시간에는 빨리 끝내도 수철이도 도우미 활동 꼭 하자. 알았지? 그리고 얼른 눈물 닦고 교실에 들어가서 지금 하는 것 빨리 끝내. 그러면 선생님이 공부 다 마치고, 돌봄 교실 데려다줄 때 콩 젤리 줄게. 알았지?"


수철이는 후드 모자를 휙 벗고는 교실로 얼른 들어갔다. 물론 이 시간 이후로 눈을 반짝이며 다른 과목 공부도 잘 마쳤다. 하교 지도할 때 돌봄 교실로 데려다 주기 전에 콩 젤리를 두 개 주었다. 신나서 내 손을 잡아끌며 나보다 앞서서 신이 나서 걸었다.


아이의 행동만 보면 잘 이해되지 않고 속에서 화가 날 때도 있다. 요즘 마셜 B. 로젠버그의 < 비폭력대화>를 읽고 있다. 비폭력대화는 상대의 구체적인 행동을 관찰하고, 그 관찰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며, 그러한 느낌을 일으키는 욕구, 가치관, 원하는 것을 찾아내어, 구체적인 행동을 부탁하는 대화를 말한다. 교실 속에서 우리 반 아이들을 관찰하고 그 아이의 욕구가 무엇인지 찾고 그 욕구를 들어주는 나의 노력이 이 아이를 조금씩 성장하게 하리라 믿는다. 또한 수철이를 통해 내가 조금씩 더 성장하게 되리라는 것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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