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철이가 보인 특이한 점은 일단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이었다. 입학식을 마치고 첫 주만 2층 교실까지 엄마와 동행하고 그다음부터는 1층 현관부터 교실까지 혼자서 들어와야 하는 규칙이 있었다. 수철이에게는 학교, 교실이라는 환경이 매우 낯설었을 것이다. 아직 어린 동생을 한 팔에 안고 엄마 손을 잡고 복도까지 와서는 엄마 뒤에 반쯤 몸을 숨기고 빠꼼이 나를 쳐다본다.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면 함박 미소 짓는 내 모습을 보며 조금 덜 긴장했을 텐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보이니 수철이는 불안했을 것이다. 마지못해 엄마와 헤어지고 내 손을 잡고 교실로 들어올 때는 불안한 마음 때문인지 내 다리에 몸을 바짝 붙이고 걸었다.
교실에서도 거의 그림처럼 앉아있다. 작은 체구에 묻는 말에도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마른기침만 계속하고 있다. 종합장을 꺼내고 넣는 것도, 쉬운 동작을 배우는 것도, 친구와 인사를 나누는 것도 그저 눈만 깜박이며 잔뜩 몸을 움츠리고 관찰만 하는 것이다. 맨 앞자리라서 내가 언제든 다가가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다행이다. 점심시간에 급식을 겨우 받아 자리에 앉았는데 이번에는 전혀 먹지를 않는다. 얼른 먹으라고 가까이 가서 이야기를 해도, 싫다는 표정만 짓고는 정말 밥 몇 알만 먹는 시늉만 하고 급식을 치웠다. 하교하는 길에 엄마를 만났다.
"수철이가 밥을 전혀 먹지 않았어요. 어쩌면 좋아요. 집에 가서 좀 먹이셔야 할 것 같아요."
"잘 안 먹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집에 가서 좀 먹일게요."
"교실에 몇 시간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에요. 많이 긴장하고 마음이 힘들었을 거예요. 푹 쉬게 하세요."
며칠 뒤 상담 기초자료를 보내왔는데, ADHD 약을 복용하고 있고, 놀이치료도 오랫동안 해 왔다는 것을 자세하게 써서 보내주였다. 참 고맙고 다행이다. 아이에 대해 선생님이 선입견을 갖을까 염려되어 자세한 정보를 주지 않는 학부모들이 가끔 있다.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가 파트너가 되어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서로 협력할 마음의 준비가 안된 경우다. 수철이처럼 자세하게 아이의 상태를 담임교사에게 알려주면 교실에서 그 아이를 지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며칠 계속하던 수철이의 기침 소리가 틱 장애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수철이를 계속 관찰했다. 가만히 눈치만 보고 있지만 내가 계속해서 도와주고 가까이에 가서 천천히 설명해주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틱이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며칠 전부터는 식사량도 조금씩 늘고 있다. 오늘은 식판에 받아온 밥을 숟가락으로 반을 갈라주었다.
"수철아, 오늘은 요만큼만 먹으렴, 알았지? 수철이가 요만큼 먹으면 선생님이 너무 기쁠 것 같아. 그래야 힘도 나고 말이야. 알았지?"
고개만 끄덕이더니 정말로 밥을 그만큼 먹었다. 국물도 좀 먹으라는 말에는 고개를 저었지만 먹는 양이 많이 늘었다. 내가 배가 부른 것처럼 기뻤다.
아마 속도는 다른 아이보다 많이 느릴 것이다. 아이들 앞에서 폭탄 칭찬을 해 주었다. 수철이가 어제보다 밥도 많이 먹고, 신발 갈아 신는 시간도 엄청 빨라졌다면 큰 소리로 박수를 쳐 주자고 했다. 아이들이 박수소리에 수철이는 씩 웃었다. 웃을 때 눈도 함께 웃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뿌리를 약하게 내린 여린 나무 같은 우리 수철이가 빨리 자신의 생각을 큰 소리로 말해 줄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