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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생 Jun 05. 2023

공무원, 아니 교사 탈출 희망기

참교사는 일찍 죽는다.

  요즘 뉴스에서는 공무원의 인기 하락, 업무 강도나 스트레스에 비해 낮은 월급 등에 관해 연이은 보도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싶어서 공노비(공무원)의 현실에 관한 글을 더 이상은 적지 않았었다. 작년 말쯤이었나 그런 글을 적었었는데. 다행히(?) 이제는 모두들 공무원이 박봉에 힘든 업무를 견디고 있음을 알아주니 오히려 감사하다.


  게다가 추가로 교사의 직업 만족도 최하위라는 보도까지. 교사니까 공무원에도 해당되는 나는 이 두 뉴스를 보며 씁쓸했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현실은 달라진 게 없지만, 이제 적어도 주변에서 걱정을 해주지 않는가?


  나는 오래전부터 이직을 꿈꿔왔지만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이직에 관한 이야기만 꺼내려고 해도 교사라서 충분히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거 아니냐, 방학도 있지 않느냐 등의 배부른 사람 취급만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재테크에만 집중했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자산은 꽤 늘어났다. 그러나 이 직업 자체를 더 이상은 감당하기가 어려워 떠날 시기가 된 듯하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이제는 말이라도 할 수 있다. 이직을 꿈꾼다고. 그리고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무원과 교사의 처우는 앞으로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 여론의 분위기로 공무원과 교사의 처우에 관해 동정표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주고 걱정해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현실이 나아질까? 아니다. 공직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노조 활동이 어려운 편이다. 노조 활동의 어려움은 현실 개선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몇몇 노조는 너무 정치놀음만 하느라 교사의 현실적인 처우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 실정이다.


  둘째, 경직된 교직 분위기. 공자가 아직도 살아있는 교직 사회.

  교사도 직장인이다! 를 외치지 못하는 학교의 분위기. 아직도 학교에서는 교사를 직장인이 아니라 반 성직자 취급한다. 뼛속까지 학생을 생각해야 하고 또 생각해야 하는 종교인. 그리고 서로에게 들이대는 쓸데없이 엄격한 도덕적인 잣대. 그러한 폐쇄적이고 도덕적인 분위기는 교사들을 더욱 위축시킨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다.


  셋째, 폭력 학생 막을 방법 없음 + 몬스터 패런츠(진상 학부모)

  폭력적인 학생 한두명이 있게 되면, 그 반 전체는 무너진다. 이제 그 폭력을 쓰는 학생(이하 쓰기 편하게 일진이라고 하겠다)을 막을 방법이 교사에겐 없기 때문이다. 훈육도, 체벌도, 심지어는 칭찬스티커까지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마당에 교사에게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일진은 이제 교사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나머지 정상적인 학생들과 교사만 피해를 보는 구조가 되었다. 그리고 학교(교장 및 교감)에서는 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하다. 예전처럼 한 학교의 장이라는 이유로 교사들의 열정과 수업을 지원해주지 않는다. 본인들도 학부모의 진상 민원을 피하려고 일선의 교사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다. 

이제 학교 폭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교사에게는 없다.  출처 : 연합뉴스

  

  그래서 교사들은 이제 fm대로 민원을 절대 받지 않을 범위의 지식전달형 수업과 주어진 업무만 하게 된다. 민원이 발생하기 쉬운 다양한 신체 활동 체험이나, 만들기 체험, 학교 외부 체험 등을 최대한 지양하게 되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서의 열정적인 교사는 민원을 받을 가능성만 높다. 교사를 지켜줄 시스템도, 정책도, 관리자(교장이나 교감)도, 게다가 물가 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너무나도 적은 월급에, 교사에겐 기댈 것이 아무것도 없다.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열정적인 수업을 하다가는 온갖 민원을 받는다. 왜 우리 애 다칠 수 있는데 그런 걸 했냐, 이 활동이 꼭 성적에 도움이 되는 것이냐.. 등등. 그래서 심지어는 이런 말도 생겼다. (다양한 수업을 하는) 참교사는 일찍 죽는다.



  이러한 이유들만 살펴봐도 한국의 교직 사회는 앞으로도 희망이 없다. 물론 8년째 일하면서도 아직 200만원 대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교사이기에 내가 맡은 학교에서의 수업과 업무는 확실하게 처리하겠다. 다만 이제 교사를 지켜주지도 배려해 주지도,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이 조직에 염증이 난다. 퇴근 후 내 일정은 도서관 또는 근처 스터디 카페로 향한다. 자격증 공부와 함께 이직을 준비하는 중이다. 나도 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현실 개선의 약속도 없고, 미래도 보이지 않는 직업에 계속 몸담을 수는 없다.


  특히 2030세대의 젊은 교사들은 지역교사노조(정치적인 색깔만 갖고 교사의 처우 개선엔 관심 없는 노조 제외)에 가입함과 동시에, 이직을 준비해야 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했던가. 절이 이제는 다 죽어가는 중을 거들떠도 보지 않는데 중은 왜 가만히 있는가? 한 해 한 해 불안에 떨며 문제 학생이나 진상 학부모가 내 반이 되지 않기만을 기도할 것인가? 교사들끼리 한탄만 하지 말고, 교사들은 스스로의 인생에 책임을 지고 구체적인 대안을 수립하라. 그리고 그 대안은 현재 이직 말고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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