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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내 Nov 04. 2024

일 년에 한 번은 꼭 해야지

엔진오일 교체

자동차 엔진오일 교체하는 날이다.

전날 남편은 당직 근무를 했다.

혼자 짱아를 돌보는 게 힘들 것 같은데

한 달 전에 간신히 예약해서 바꿀 수가 없다.


산후검진 받으러 가는 날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고속도로 터널 안에서 대형차의 타이어가 터졌다.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파편이 떨어졌다.

그 뒤로 장거리 운전하기가 겁난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운전대를 잡았다.

큰 차 옆을 지날 때마다 호흡이 빨라지고 손에 땀이 난다.

친정에 도착하니 허리가 뻐근하고 어깨가 무겁다.

배고픔이 몰려온다.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대로다.

소망이가 반갑게 맞아준다.

부엌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가득하다.

밖에서 사먹자고 했는데 사실 엄마 음식이 먹고 싶었다.


엄마는 뒷정리를 하는 동시에 반찬들을 싼다.

한동안 반찬 걱정이 없겠다. 남편이 좋아 하겠다.


오래간만에 소망이, 엄마와 산책을 나갔다.

익숙하고 그리웠던 산책 길이다.

소망이는 나이가 들어서 많이 걷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자동차서비스센터에 갔다.

차를 맡기고 대기하며 안마의자에 몸을 누인다.

피로가 풀리면서 걱정이 몰려온다.

집까지 또 언제가냐…


생각보다 정비는 일찍 끝났다.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도착했다.

우리 아기는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본다.

아빠랑 노는 게 그다지 재미가 없었던 것 같다.


부랴부랴 목욕 시키고 밥을 먹이니 신이 났다.

방긋방긋 잘도 웃는다. 피로가 사라지는 듯하다.


남편은 아기를 재우러 방에 들어갔다.

거실 바닥과 내 몸은 한참 붙어있었다.


그냥 자고 싶은데

내일 먹일 이유식을 만들고 씻었다.


내 삶의 원동력, 우리 아기.

아기 일이라면 저절로 부지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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