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과 공룡 이야기
1
이 글을 쓰는 시점은 2015년 6월 23일이며
최근에 개봉한 쥐라기 월드는 메르스의 불안 속에서도
가파른 속도로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화 쥐라기 공원이 처음 세상에 나온 지가 22년이 되었다고 하니
1993년에 개봉했나 보다.
당시 10대였던 필자의 기억 속에
그 영화는 스필버그의 여러 영화 중에서도
꽤 인상 깊게 남아 있다.
영화의 인기에 더해
당시 서점에서는 원작 소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최근에 이 공간에 만년필 글을 쓰기로 했는데
공룡과 관련해 떠오르는
글이 하나 있어 다듬어 올려 보기로 한다.
요즘엔 여러 형태와 소재의 펜촉이 시도되고 있긴 하지만
전통적으로 펜촉을 만드는 데는 금이나 은이나 혹은 백금이 사용된다.
그것 자체로 내구성이 강하지만
펜촉 끝과 종이 사이의 마찰로 인한 마모를 막기 위해
중고가 모델에서는 펜촉 끝에 좀 더 강한 합금 물질을 붙인다.
통칭 루테늄(ruthenium), 오스뮴(osmium) 이리듐(iridum),
그리고 백금(platinum)을 통칭해 백금류라고 부른다.
이 백금류들은 특히 내구성이 강해서 펜촉 끝에 쓰이는 데
아마 가격 때문인지 순수하게 단독으로는 사용되지는 못하는 것 같고
그 물질이 들어간 합금을 펜촉 끝 물질로 사용하는 것 같다.
백금류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1) 루테늄 : 하드디스크의 자성층에도 쓰임
(2) 오스뮴 : 이리듐과의 합금은 산이나 알칼리에 강하기 때문에 만년필 펜 끝에 사용됨.
뉴튼지의 주기율표 특집호를 보면 오스뮴을 설명하면서
만년필 촉 사진이 들어가 있다.
(3) 이리듐 : 지구상에 매우 드뭄. 운석에 많음.
오스뮴과의 합금은 만년필 펜 끝 등에 사용됨.
(4) 백금 : 내화학성이 강함. 약간의 이리듐을 섞으면
순수한 백금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더 강한 합금이 됨.
부식에 강함.
펜촉 끝에 단골로 사용되는 물질 네 가지를 간단히 살펴보았다.
다음으로는 그중에 특히 자주 거론되는,
그리고 이번 글의 주제인 공룡과 연관이 있는
이리듐에 대해 알아보겠다.
공룡의 멸종으로 말미암아 얻은 석유로부터
뽑아낸 수지로 만년필 몸통을 만드는 경우도
있긴 한데 이 번엔 그 이야기는 아니다.
[그림 2]는 (나름) 단층을 나타낸 것이다.
옛날에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아려한 추억을
되살려 보면 흙 등이 시간 순서대로 쌓이고
쌓여서 생긴 것이 단층이고
원칙적으로는 아래에 있는 것이
먼저 생기고 더 시간이 오래된 것이다.
A까지는 공룡이 존재하는데
B부터는 공룡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나타내려고 한 것인데 그렇게 이해해 주기 바란다.
재밌는 건 어느 광산에서 이리듐이 발견됐을 때
살펴보니 이리듐 이 녀석은 특정 깊이에서만 채굴이 되는 것이었다.
[그림 2]에서 보면 A와 B 경계 부근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즉, 공룡이 더 이상 단층에서 보이지 않게 되는 시기에
잠시 이리듐이 멸종할 당시에 이리듐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 전에는 이리듐이 발견된 적이 없다고 한다.
이후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리듐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고 외계에서
날아 온 운석에서만 존재한다고 한다.
그로 인해 주기율표의 77번은 다른 원소에
비해 늦게 채워졌다고 한다.
운석에 의한 공룡 멸종설은 공룡 멸종 시나리오의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이리듐이라는 강한 증거가 뒷받침되어 유력한 후보로 인정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즈음해서 지금 가까이 있는 만년필을 들고 뚜껑을 열고
펜촉을 살펴보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 펜촉 끝에 아주 조금 묻어 있는 그 물질이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외계 물질이라는 것에 신기해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동시에 저편에서 공룡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들릴지도...
문득 슈퍼맨 행성에서 왔다는 크립토나이트는 주기율표에 있을까 궁금해진다.
글에 대한 삽화를 넣어주실 분은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