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상담이 끝나고 나오자 프리지어 한 묶음을 쥐고 운동장에서 나를 기다리던 너를 보았다. 프리지어를 내게 쓱 내밀고 자전거를 끌며 너는 조금 앞 서 걷고 나는 네 뒷모습을 보며 교복이 좀 짧아졌네 생각했다. 하지만 외쳤지. “용돈이 남나 봐~!”
자식새끼 키워봤자 다 쓸모없다라고들 하지만 난 네가 내 쓸모가 되기를 바라지 않으니, 너에게도 내가 쓸모 없어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오롯이 너만의 인생을 갖게 되기를, 다른 부수적인 것들은 내게 버리고 너는 그렇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너에게 이렇게 말해주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