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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사람들

by MITCH


입원해 있는 동안 나는 낮이면 낮대로, 저녁이면 저녁대로 병원 1층을 돌곤 했다. 걷는 것이 회복에 좋다는 말을 믿으며. 특히 저녁 식사 후 8시 무렵이면 어김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늘 링거줄이 매달린 폴대를 밀며 천천히 걷는 환자들이 있었다. 대부분 암환자들이었다.


내가 자리 잡은 병실 또한 암 환자들이 드나드는 공간이었다. 내 침대를 제외한 세 침대에는 항암 치료를 위해 하루 이틀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내가 그렇게 아팠다고 여겼던 순간조차, 실은 아픔도 아니었다. 며칠씩, 혹은 몇 달을 이어가야 하는 그 고통 앞에서 나는 한없이 가벼웠다. 그들은 얼마나 힘겹고 외로울까.


그래서였을까. 보호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다정해 보였다. 내 옆 침대의 아들들은 환자인 어머니에게 지극정성으로 다가갔다.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살뜰했다. 그러나 곧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가 치매에 걸린 뒤, 나 또한 그렇게 다정해졌으니까. 병은 몸 뿐만 아니라 마음의 거리도 앗아가지만, 남은 다정함이 그 거리를 이어주는 끈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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