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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글쓰기 Feb 16. 2024

요리 배우기

남자는 부엌 근처에 얼씬도 말라는 건 옛날 얘기다. 요리하는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오히려 요리하는 남자가 더 섹시하다는 ‘요섹남’의 시대다.‘시니어 남성 요리교실’(영등포구), ‘아빠 요리교실’(마포구), ‘실버남성 요리교실’(성북구) 등 여러 자치구와 50 플러스센터에서 운영하는 요리교실이 인기다.


우리 부부는 집에서 음식을 하지 않고 밖에서 사 먹는 경우가 자주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내가 손자를 돌보느라 몸이 너무 피곤하기 때문이다. 나도 손자를 보는 것을 도와주고 싶지만, 남자가 해야 할 한계가 있다. 대부분 음식하고 빨래하는 일이다. 


아내가 아이를 돌보면서 받은 용돈으로 생활비에 보태고 있다. 어린아이를 돌보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아내는 아이를 좋아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된다. 아이를 진짜 좋아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아내에게 도움이 될까 봐 집에서 음식을 하지 않고 밖에 나가서 사 먹는 경우가 많다. 아내와 둘이서만 살기 때문에 음식의 양을 조절하기가 어렵다. 음식이 남아 버리는 경우가 있어 오히려 비경제적 일 수도 있다. 아내들이 여행 가면 좋은 이유가 밥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 외식 산업은 계속 번창한다고 한다.


퇴직 후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점심 먹는 일이다. 12시부터 1시까지 가장 바쁜 점심시간에 혼자 식당에 가면 주인한테 눈치 보여 소화가 안 된다. 밥상 하나에 보통 네 명이 먹는다. 요즘은 혼자 밥 먹는 사람이 많아 1인용 테이블이 있는데 우리 동네에는 아직 혼자 밥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없다.


밥을 사 먹으면 가장 문제는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다. 조미료를 넣지 않는 식당은 별로 없다.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졸리고 갈증이 많이 난다. 건강에 좋지 않은 건 확실하다. 1년 내내 밖에서 먹을 수 없는 노릇이다. 명절 때 손자나 사위들이 집에 오면 사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친척들이 방문할 때 잘하는 요리 몇 가지는 있어야 한다. 외식을 많이 하게 되면서 옛날 어머니가 해주시던 집밥이 생각이 난다. 


요리를 배우고 싶어도 남자가 할 일이 아니라고 아내가 반대한다. 의외로 보수적이다. 한 번은 아내 모르게 요리를 배웠다. 배우는 것을 집에 와서 실제로 활용을 못 하니 다 잊어버렸다. 아내가 없으면 집에서 밥도 혼자 찾아 먹지 못하고 있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다. 이제부터는 혼자 사는 연습도 해야 한다. 기회가 되면 요리를 배워야겠다.


 은퇴 후 집에서 몇 끼를 먹는 것에 따라 가정 내 노인 남성의 지위를 규정한다고 한다. 한 끼도 안 먹으면 ‘영식이님’ 한 끼만 먹으면 ‘일식 씨’ 두 끼를 먹으면 ‘이식 군’ 세끼를 다 먹으면 ‘삼식이 놈’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맞벌이 부부들은 음식 할 시간이 없다. 날씨가 덥고 여자가 직장을 많이 다니는 홍콩이나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외식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재료를 사다가 반찬을 만들고 요리할 시간이 없다. 외식 빈도가 높고 집에서 가족과 식사할 기회가 적어서 밥이나 반찬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낭비라고 한다. 사 먹는 것이 만들어 먹는 것보다 더 경제적일 수 있다. 여자들이 삼시 세끼 준비하고 치우는 시간에서 해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밖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날이 있다. 생각보다 일이 늦어져 저녁 늦게 돌아올 경우 갑자기 집에서 준비할 수도 없고 밖에서 외식하는데 마땅한 곳이 없다. 일본에서는 백화점 지하 식품관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혼자서 식사를 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 식사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또한, 전국의 유명 요리사가 만든 음식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입맛이 맞추어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먹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백화점 지하 식당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지만,  직장인들이나 쇼핑을 나온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건강한 식사를 위해 집에서 요리하여 먹는 게 제일이다. 과거 남자들에게 요리란 금기였다. 심지어 부엌에 드나들게 하지도 못했다. 아내가 없으면  자식이 끼니를 챙겨주던 과거의 대가족 제도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 요리는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이 든 아내가 아프고 입원하기라도 하면 내가 식사 준비를 해야 한다. 요리 배우기가 은퇴 생활 준비를 위한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남자라는 권위 의식은  떨쳐 버리고 요리를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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