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때로 테니스 경기와 놀랍도록 닮아있다. 코트 위에서 우리는 승리와 패배, 열정과 좌절,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경험한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테니스와 함께한 나의 여정을 되돌아보면, 테니스는 “내 인생의 축소판”이었다.
1967년, 대학 시절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테니스를 만났다. 체육 시간에 구기 종목을 선택할 기회가 있었는데, 테니스가 왠지 모르게 멋있어 보였다. 그때는 몰랐다. 이 단순한 선택이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될 줄은. 80년대 초, 직장 테니스부에 가입하면서 나의 본격적인 테니스 여정이 시작되었다. 테니스에 대한 애정은 점점 깊어져, 이사를 갈 때도 집 근처에 테니스장이 있는지가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정도였다.
그러나 모든 시작이 완벽할 순 없는 법. 나는 제대로 된 레슨 없이 테니스를 시작했고, 그 결과 40년이 지난 지금도 내 폼은 여전히 엉성하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할 때 기본 원리를 알고 시작하는 것의 중요성을 단단한 기초 없이는 어떤 분야에서도 진정한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테니스는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테니스는 나에게 단순한 취미 그 이상이었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내 직장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회사에서 간부가 되면서 골프를 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테니스 경험 덕에 골프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내가 맡은 일은 전국 25개 지사를 관리하는 것이었는데, 매월 있는 지사장 회의가 끝나면 골프를 치며 그들의 의견과 애로사항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나는 스포츠가 단순한 체력 단련을 넘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업무를 원활히 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테니스가 늘 즐거움만을 준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도전과 위험도 함께했다. 엘보 증상으로 고생하기도 했고, 한 번은 공에 눈을 맞아 망막이 손상되는 아찔한 경험도 했다. 지금도 가끔 시야에 검은 점들이 떠다니는 것을 보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들 또한 내게는 소중한 가르침이 되었다. 인생에서도 우리는 늘 예상치 못한 위험과 마주한다. 중요한 것은 그 위험을 어떻게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느냐이다.
코트 위에서는 때때로 판정을 두고 다툼이 일어난다. 심지어 40~50년씩 운동을 해온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는 우리 삶에서 마주치는 갈등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의견 충돌이 발생한다. 테니스는 나에게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때로는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파트너와의 관계도 인생의 축소판이었다. 실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파트너에게 잔소리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말이 잔소리가 아니라 가르침이라고 생각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큰 스트레스가 되곤 했다. 이를 통해 나는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배웠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전달 방식에 따라 오히려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깨달음. 승부에 너무 집착하면 오히려 게임이 안 풀린다는 것이었다. 이는 인생의 다른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 되었다. 때로는 목표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현재의 순간에 충실할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이는 불교의 '마음을 비우라'는 가르침과도 맥을 같이 한다.
마지막으로, 테니스를 통해 나는 '목계지덕(木鷄之德)'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온화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 이는 테니스 경기에서도,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서도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80세를 바라보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이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결국 테니스는 나에게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인생의 축소판이자 스승이 되었다. 승패, 갈등, 인내, 자기 성찰, 그리고 끊임없는 도전. 이 모든 것이 테니스 코트 위에 응축되어 있었고, 나는 그 속에서 인생의 진리를 발견했다. 앞으로도 나는 테니스를 통해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테니스공이 코트를 오가듯, 나의 인생도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과 깨달음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