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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글쓰기 Aug 03. 2024

76세의 테니스와 부모님께 드리는 감사

폭염 주의보가 내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공을 못 쳐 아침 7시에 나갔다. 매미 소리가 시원한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테니스장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 즐겁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자 부모님께 받은 가장 큰 유산이다.


요즘은 칠순이 넘어서도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젊었던 80년대만 해도 70세가 넘어 공을 치는 모습은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그때는 민관식 전 문공부 장관은 88세에 돌아가시기 3일 전까지 테니스를 치셨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될 정도였다.


얼마 전 한 달 정도 팔이 아파 공을 치지 못했다. 집에서 테니스장까지는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불과하지만, 그 짧은 거리조차 가지 못하는 동안 나는 깨달았다. 건강하게 운동장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알았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분들은 내게 생명을 주셨을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의 기초를 마련해 주셨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는 항상 아침 산책을 하셨고, 어머니는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하셨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그분들의 그런 일상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오프라 윈프리의 감사 일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감사 일기를 쓴다고 한다. 나 역시 그녀의 방식을 따라 매일 다섯 가지 감사할 일을 적어보기 시작했다. "오늘도 건강하게 테니스를 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인생이 테니스와 똑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때론 강력한 서브로 득점하듯 승승장구할 때도 있지만, 어떤 날은 계속되는’ 더블 폴트’로 좌절할 때도 있다. 50대 후반,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었을 때가 있었다. 그때 나를 일으켜 세운 건 다름 아닌 테니스였다. 코트 위에서 땀을 흘리며 나는 다시 한번 삶의 의미를 찾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근원에는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건강한 신체와 불굴의 정신이 있었다.


테니스는 내게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삶의 축소판이자, 나의 존재 이유다. 강력한 서브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집요한 랠리로 난관을 극복하며, 때로는 실수로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게임을 계속한다. 


76년의 세월, 참 많은 것들이 변했다. 젊은 시절의 단단했던 몸은 이제 주름지고 느려졌다. 3게임 이상하면 팔에 힘이 없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테니스를 향한 열정, 그리고 그 열정을 가능케 해 주신 부모님에 대해 무한한 감사함. 


 무더운 오늘도 나는 테니스장으로 향한다. 76세의 노인이라고? 천만에. 코트 위에서 나는 여전히 20대의 청년이다. 발걸음도, 마음도 가볍다. 라켓을 들고 서브 자세를 취하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아버지, 어머니, 지켜보고 계시는가요? 오늘도 당신들이 주신 선물로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이 푸른 코트 위의 76년, 모두 당신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부모님께 받은 사랑으로 공을 띄운다.


서남테니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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