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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Nov 05. 2021

여행자의 기억

2016년의 나는 여행의 전리품으로 무엇을 간직했는가 



페이스북 탈퇴를 위해 둘러보다가 발견한 <쎄씨>를 위한 오래전 칼럼. 여행자들의 애장품을 보여주는 기사였는데 다시봐도 그때 생각나면서 재밌다. 



밤새워 여행 애장품을 20개로 추렸다. 그중 촬영된 10여개의 제품에 대한 기억을 썼다. 간만에 즐거웠던 품앗이.


Open your bag

My travel Bag 천가방
‘그 도시 현지인’처럼 지내는 여행을 추구한다. 그러다보니 온갖 짐은 30인치 캐리어에 쓸어담고, 여행지에선 서울에서처럼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고른 천가방만 들고다닌다. 대부분 다른 나라 뮤지엄에서, 빈티지마켓 등에서 산 것들.



1 에드가 드가의 <ballet dancer>. 세기의 명화가 가득한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받은 감동에 주저없이 구입한 명화 프린트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그림엽서와는 견줄 수 없는 고풍스러움에 명상하듯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다.

2,3 ZARA 슬링백 슈즈, SAFI 클러치. 편한 신발과 천가방만 있는 여행의 나날 중, ‘이벤트’같은 날을 위해 준비해가는 아이템들. 야경이 아름다운 루프톱 바에 갈 때, 혹은 현지인 친구의 홈파티에 초대됐을 때 등.

4 메종 드 파팡 ‘Olfactive projects- plantlet’. 기록과 음악만큼 신중을 기하는 게 ‘향’이다. 여행지에서 사용하는 향수나 보디로션의 향은 그 여행의 ‘무드’를 결정지어주는 요소니까.

5 WXYZ 주얼리의 브레이슬릿. 브루클린 부시윅의 아트 플리마켓에서 구입한 핸드메이드 주얼리. 단순하면서도 미래적인 디자인 덕분에 이미 미국과 유럽에선 유명한 브랜드였다. 디자이너 laura wass가 셀러로 참여해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더 반가웠다.


6 Talk service의 담요. 지금은 없어진 가로수길의 토크서비스에서 판매하던 제품이다. 뛰어난 보온성덕분에 얼음장 같은 냉방의 기내안에서도, 서늘한 숙소 안에서도 이 담요 한장이면 거뜬하다.

7 소어티의 패브릭 노트. 지갑, 휴대폰과 함께 여행의 필수품. 튼튼하고 예쁜 노트 한권 안에 그날의 일기, 단상, 스케치는 물론이고 영수증, 입장티켓도 붙인다. SNS엔 올리지 않는, 솔직하고 난잡한 진짜 기록이 이 안에 가득하다.

8 여행지를 품은 연필들. 바우하우스 뮤지엄, 인스부르크 동물원, 찰즈브루크 길거리, 지베르니 시가지,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각양각색의 연필들을 산 장소다. 잘 깎아서 써도 좋고, 유리잔에 꽂아두고 보기만해도 좋다.

9 노트. 그 도시, 그 동네에서만 파는 노트들이 있다. 가령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나 브루클린의 ‘스푼빌&슈거타운’ 책방같은 곳들 말이다. 만듦새와 디자인은 좀 엉성할지 몰라도, 전세계에 단 한곳만 있는 책방에서 직접 만든 노트이다 보니, 예쁜 말만 써넣고 싶다.

10 브루클린 플리 토트백. 자칭타칭 ‘천가방 콜렉터’인만큼, 예쁜 가방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보통의 얇은 천가방들에 비해튼튼한 캔버스천에 5절 스케치북 정도는 너끈히 들어가는 사이즈까지. 선셋파크 브루클린 플리마켓에서 건진 ‘걸물’!


11 액션 샘플러. 아이폰 카메라면 충분하지만, ‘여행이니까’ 집어들게 되는 토이 카메라. 움직임을 포착해 4분할 필름사진으로간직할 수 있다. 엉망일 때가 더 많지만, ‘여행이니까’ 이마저도 소중하다.


12 <SPACE-MAGAZINE>. 여행지의 책방에 들르는 걸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잡지를 눈여겨본다. 서울 아크네 스튜디오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든 건축가 소피 힉스가 반가워 집어든 이 잡지는 1년에 두번, 덴마크에서 만들어지는 건축, 인테리어 매거진이다. 시적인 사진과 정갈한 레이아웃, 인터뷰이 리스트들 덕분에 여전히 다시 꺼내보는 몇안되는 잡지. 


Ceci july, Open your bag

Editor 황보선 photographer 한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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