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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배 Sep 27. 2023

끝날때를 찾으면 끝날 때가 없다

교사라는 직업이 나에게 맞았을까? 

나의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살다보니 교사가 되었고, 교사의 업무와 수업 활동에 집중했더니 나도 교사가 되어가더라.

초중고 시절 부터 교사라는 꿈을 가지고 준비했다면 더 훌륭한 교사가 되었을까?

미래 준비된 교사였다면 초창기 교직생활은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깨달으면서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교사가 되고자 했다. 정신없이 31년을 달려왔다. 끝날 시점이 눈앞에 다가옴을 느낀다. 


채근담에 먹료무료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짐을 내려놓고 쉬고 싶을 때는 바로 짐을 내려 놓아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굳이 쉴 곳을 찾으면 심지어 두 아들을 결혼시키고 나서도 해야 할일이 적지 않게 된다.

올해 들어서 갑자기 명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두 아들 결혼시키고 명퇴해야지 라며 가족들에게 이미 통보한 상태다. 그런데 두 아들은 아직 결혼할 생각들이 없다.   


네 식가가 모여서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빼놓지 않는 메뉴다.

"결혼 언제 할꺼야. 그래야 아빠 그만두지"


아직 여친도 없는 아이들에게 결혼 빨리하라고 종용중이다. 어떻게 보면 아빠 편하자고 아이들을 쪼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이기적인 마음일까? 채근담에서 말하듯이 끝날 때를 찾으면 끝날 때가 없는 것일까?


중국 남송 때의 애국시인 신기질의 시가 떠오른다.


물가 누각의 돗자리 누우니 차갑기가 가을 같아

물 위에 뜬 조각구름 석양 속에 점차 사라지다.

붉은 연꽃 서로 기댄 모습 소녀가 취한 것 같다.

백조가 말 없는 것이 틀림없이 시름 아는 듯하다.

은호처럼 허송하느니 사공도처럼 쉬는게 낫지

산언덕과 골짜기에 사는 것도 풍류 있는 일이다.

근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으나

다만 아는 건 또 천천히 누각 오른다는 사실이다. 


   

명예퇴직하려니 그 전에 이뤄놔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것도 해놔야 되고

저것도 해놔야 되고.


31년 간의 학교 생활속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나도 성장해 왔다. 

쉼이 아니라 남은 삶은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심취해보고 싶은 것이다. 


학교를 떠나고 있는 마음을 어찌할꼬????


2023.9.27.

진로작가 김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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