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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바스 Jun 09. 2021

이 웹소설은 그런 작품 아닙니다 #02

웹소설 오디오 드라마 만들기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오디오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오디오 전문 제작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주력 분야의 사업은 다른 쪽에 있다. 오디오 콘텐츠와 접점이 적은 다양한 팀과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에 제작팀 외에 타 부서에서 오디오 콘텐츠를 좋아하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타 부서에서는 제작 업무에 대한 진행 과정을 모를뿐더러 어떤 프로젝트의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제작 업무 특성상 편집으로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할 때면 "제작팀이 왜 야근을 해요? 일이 많아요?"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제작팀이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느라 인사팀과 업무 과정 면담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웹소설을 작업하면서 시작됐다. 회사에서 웹소설, 웹툰을 읽을 때마다 눈치가 보이는 것이었다. 웹소설과 웹툰을 읽는 것이 본업이 되었지만 타 부서가 볼 때는 노는 것으로 비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회사 직원 한 사람씩 붙들고 업무 과정 리뷰나 면담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 팀의 자리 배치는 출입구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직원들이 통행할 때 항상 거쳐가는 곳으로 모니터가 노출되어 무엇을 하는지 전부 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어쩔 수 없이 화장실을 이용할 때면 모든 직원들이 거쳐간다.(드라마 <미생>의 영업 3팀과 동일하다.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도 종종 들려온다) 그러니 큰 모니터로 웹소설 플랫폼에 들어가 낯 뜨거운 표지를 클릭하는 것이 이상하게 눈치가 보였다. 웹소설과 관련된 영상, 웹툰까지 전부 찾아봐야 하니 업무시간에 놀고 있는 것처럼 오해받기 딱 좋았다.


웹소설 작업하면서 첫 작품이 오픈될 때 회사 전체 메일을 발송하여 알린다. 제작팀에서 제작하는 웹소설 오디오 드라마 홍보겸 직원들 간의 업무 공유를 위해서 매번 하고 있다.


<오피스 누나 이야기> 작품은 소설 형태로 되어있었는데 인물들 간의 대화가 많아 대사 구분 작업이 필요했다. 작품을 구어체로 다듬고 극 중 인물의 대사를 구분하는 작가님을 섭외해 외주를 맡겨야 했다. 그중 나름 손 발이 잘 맞는 작가님께 작업 요청을 위해 전화를 드렸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웹소설 각색 하나 부탁드리려고요!"

"안녕하세요, 오~ 어떤 작품이에요?" 작가님의 반응이 좋았다.

"오해하지 마세요! <오피스 누나이야기>라는 작품인데요 절대 그런 작품 아닙니다! 이게 회사..." 혼자 변명을 하듯 주절주절 이야기 했다. 

"에? 아..."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로맨스 소설이에요! 회사 동료분과의 추억을 담고 있는 따~뜻한 웹소설이에요^^;"


역시 제목이 너무 압권이었나. 전화를 받으셨던 작가님도 당황하셨다. 제목을 들은 작가님의 표정이 수화기 너머로 느껴졌다. 작품 설명을 해 드리니 다행히 작가님께서도 흔쾌히 동참하기로 했다. 그렇게 오디오 드라마 대본을 담당할 작가님도 구했다. 작품 출시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 관계로 대본 작업은 녹음과 병행하며 진행됐다.


첫 녹음 일이 되었다. 주연을 맡은 정원조 배우님은 역시 담백하고 깔끔한 음색으로 평범하지만 훈남 같은 목소리를 잘 표현했다. 원작 작가님을 만났던 기억을 더듬어 내레이션과 연기를 할 때 감정은 과장되지 않게 연기를 부탁했고, 현실적인 연기가 잘 담겼으면 좋겠다 말씀드렸다. 세밀한 부분 하나하나 배우님께 요청드릴 때면 배우님께서도 흔쾌히 연기해 나갔다.


따뜻한 음색을 가진 여주인공의 톤을 잡는데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썼다. 톤 하나 잡는데 20분 이상 걸렸다. 다행히 이보희 성우님의 온화한 성품과 밝은 미소가 캐릭터와 잘 매칭 됐다. 성숙한 분위기와 세련미가 담긴 따뜻한 목소리를 찾아내니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았다. 두 분의 조화도 훌륭했다. 자신들 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듯한 작품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러브 스토리에 빠질 수 없는 19금 내용의 수위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부분이 나올 때면 성우 분과 제작자 모두 민망하다. 무엇보다 작품의 중요 포인트는 19금이 아닌 그들의 이야기에 포커싱 되어야 한다.


<오피스 누나 이야기> 작품에서는 19금 장면을 주인공 1인칭 내레이션으로 대부분 풀어냈다. 내레이션으로 상황을 설명하지만 듣는 청취자의 머릿속에는 정확한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이럴 때면 낭독과 장면을 잘 살릴 수 있는 음악, 효과음을 찾아 잘 조화시켰다. 공원, 지하철, 회사 계단, 자동차, 집 등 다양한 장소에서 주인공이 데이트를 할 때면 아름다운 분위기 연출을 위해 주변 배경 효과음을 꼭 사용했다. 주변 배경 효과음이 결정적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해당 장면의 시간, 느낌, 분위기, 날씨, 감정까지 모두 표현할 수 있다. 적절한 엠비언스와 음악으로 분위기를 곁들이니 장면이 아름다웠다.  


제일 신경을 많이 썼던 부분은 음악이었다. 주인공의 내면을 표현해 줄 수 있는 음악이 필요했다. 피아노의 부드러운 느낌보다 거칠지만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느낌을 잘 살리고 싶었다. 그렇게 찾은 게 통기타 연주였다. 통기타의 리듬이 흐르면서 멜로디가 나오고 거기에 담담한 느낌을 담아낼 수 있는 곡으로 선정했다. 가벼운 통기타의 스트로크 연주와 조심스러운 일렉기타의 멜로디 라인 연주가 들어간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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