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여행(2015. 8. 24 - 9. 12) 네 번째 이야기
아직 전세계에 가보지 못한 국가와 도시가 넘침에도 피 같은 돈과 시간을 들여 파리 재방문을 선택한 건, 지난 파리 여행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파리는 뭐랄까.. 그 진수가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있는 느낌이다. 관광지 몇 곳을 콕콕 집어 다니는 것만으론 파리의 매력을 알기 힘들다. 지난 여행에서 파리는 우리(나와 친구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해줬지만, 이 도시의 진짜 모습을 만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것이 내가 파리를 다시 찾은 이유였다. 3주간 파리에 머물며 파리지앵의 일상을 엿보기로 했는데, 이 목적에 가장 부합했던 장소가 바로 공원이었다.
서울 면적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도시임에도 파리엔 크고 작은 공원이 아주 많다. 관광객도 많이 찾는 튈르리 공원이나 뤽상부르 공원 외에도 예쁜 공원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일부러 찾아가 매트를 깔고 앉아 있다 보면, 당장 카메라에 담아 로맨스 영화로 내어도 부족함이 없을 달달한 연인들, 순수하고 장난기 많은 아이들과 가족, 책을 읽는 진지해보이는 사람들 등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온다. 아 그리고..! 왜들 파리가 더럽다고 하는지? 적어도 공원은 서울보다 훨씬 훨씬 더 깨끗하다.
이번 이야기에선 내가 갔던 몇몇 공원을 소개한다.
Parc Floral De Paris 파리 플로랄 공원
파리 중심가에서 저 멀리 동쪽에 위치한 공원. 뱅센느 숲(Bois De Vincennes) 안에 있어, 뱅센느 성 등도 구경할 수 있다. 이름답게 다채로운 꽃과 식물이 있고, 소풍 나온 무리가 몇 보였지만 중심가가 아니다 보니 그리 많진 않았다.
Musée Rodin 로댕 미술관 정원
로댕 미술관은 내부도 아름답지만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야외에 비밀 공간처럼 여기저기 쉴 곳이 마련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무 비치베드에 누워 있다 깜빡 졸기도 했다. 파리 시내 미술관 중 사람도 많지 않은 편이라 여러모로 여유롭게 관람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Parc de la Butte du Chapeau Rouge 붉은 모자 언덕 공원
이 낯선 이름의 공원에 가게 된 건 이곳에서 열리는 실루엣단편영화제 때문이었다. 관광객이 거의 가지 않는 파리 북동쪽 어느 마을에 위치해있다. 선셋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언덕 때문일까. '붉은 모자 언덕'이라는 이름 너무 귀엽다. 이 공원에 대한 감상은 지난 이야기에서 더 확인할 수 있다.
Jardin du Luxembourg 뤽상부르그 공원
'파리 시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라 불리기도 하는 곳. 시내에 있는 것치곤 꽤 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주변에 대학이 있어서 그런지 젊은이들이 많아 다른 공원들보다도 젊고 활기찬 느낌이 났다. 웬 스토커에게 쫓기다 가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기지 못했던 것이 내내 아쉽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 최근 국내 개봉한 <쁘띠 아만다>(Amanda, 2018)란 영화에도 뱅센느 숲을 비롯한 파리 공원이 많이 나온다. 비극적인 사건에서 비롯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고, 특히 뱅센느 숲은 그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곳으로 나오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밝고 배경은 아름답다. 일상적이고 평화로운 파리 풍경을 볼 수 있는 영화로 추천한다. (그외에도 추천할 이유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