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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ffy Nov 23. 2022

건설은 데이터를 건설해야 한다

500 억 투자 받은 디지털 건설 구매 플랫폼 '아고라' 

디지털트윈, 인공지능, 3D 프린트, AR/VR 


현재 우리가 산업 첨단기술로 흔하게 언급되는 기술들이다.


건설 분야에서도 이러한 첨단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 결국 이러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려면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서나 자료들을 필연적으로 데이터화해야 한다. 


나는 리비아 발전소 현장에 ‘리비아 내전 사태’ 바로 전 1년 정도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선배들로부터 기록된 자료들이 초보인 내가 현장을 이해하고 업무를 진행하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리비아 바닷가 앞에 사람의 키보다 더 큰 2.5 m 직경의 파이프를 바다로 설치를 해야 하는데, 계산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 경험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을 몸으로 느낀 소중한 경험이었다. 지금도 그 기록들을 작성하고 축적한 선배들의 경이로운 솜씨에 존경을 표하고, 이후 나 역시 꾸준히 기록하고 보고서 작성에 더욱 힘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바닷속에는 설치되는 거대한 파이프들 
친해지면 자료가 생겨요


중요한 건 이러한 자료들은 같이 일을 하거나 술 한잔 먹으며 친해지면 얻을 수 있는 인맥에 근거한 자료라 아쉽다는 점이다. 이런 멋진 경험에 근거한 자료들이 첨단기술에 활용될 수 있도록 ‘자원화’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오고 있다. 


데이터의 가치


실리콘밸리가 어떻게 건설 데이터를 ‘자원’으로 활용했는지 잘나가는 스타트업 “아고라(Agora)”를 보자. 

아고라는 그리스어로 ‘광장’이라는 의미인데, 건설 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모이고 서로 연결되어, 장애물 없이 같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포부가 서비스 이름에 담겨있는 것 같다.

201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아고라는 ‘어떤 데이터’에 집중하여 단기간에 시장의 관심을 받고 급성장이 가능했을까. 

그들은 총 건설 비용 중 4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는 자재 구매와 계약, 그리고 물류 부분의 허들 문제들에 집중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SaaS 서비스 플랫폼을 런칭했다. 수많은 건설 자재 정보, 업체 정보 등을 플랫폼 서비스로 들어오게 하고, 기업의 입장에서 구매 절차/계약, 조달 과정을 단순화 시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야후의 제리양도 투자를 하며 누적 투자액 44백만불을 달성, 최근 6배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국내 건설 자재 시장 63 조원

이 정도면 한국에서도 돈이 되는 비즈니스가 될 수 있는지 국내 시장을 봐야할 것 같다. 

국내 건설 공사 자재 시장의 크기는 2017년 약 63 조원이나 되는데, 아래의 표를 자세히 보면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건축자재 품질 선진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 및 법제도 마련 연구’, 국토교통부,2019)

아고라가 발견한 문제점들이 국내 건설 산업에는 없을 리 만무하다. 국내 역시 건설 자재의 시험, 제조, 유통, 사후 관리 단계에 이르는 단계 별 관리 방안도 부족하고, 정량적 감리/감독보다는 감리자에 의해 정성적 판단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

모든 이해 관계자가 건설 자제 제조 및 이력 관리, 유통 프로세스 개선, 자재 정보 데이터베이스 등을 한 곳에서 확인하고 참여하는 플랫폼이 있다면 분명 63조원의 시장에서 최소 10% 이상의 추가적인 가치를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대형 건설사에 재직하면서 이미 수천 개 이상의 협력업체 리스트, 공급 자재 리스트 및 견적 단가 등의 자료들을 보았기 때문에, 조금만 한국 시장에 맞게 변형한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도전할 만한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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