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아이템을 거르는 현명한 방법
아이템 중에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데에는 두 단계 접근법이 필요하다. 1단계는 하지 말아야 할 아이템을 날리는 것이다. 워낙 많은 후보들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1단계를 지나도 여전히 너무 많을 것이다. 2단계는, 그중 본인의 상황 (성향, 자본, 보유 역량, 인력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것이다. 2단계는 개개인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공통점을 뽑는 것은 1단계가 가능하다. 즉, 무엇을 선택하느냐 (What to Do) 이전의,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What NOT to do)를 살펴보도록 하자.
아이디어/아이템은 크게 4가지 레벨(Hierarchy)로 구성된다. 즉, 여러 기능(Function)들이 모이면 제품이나 서비스가 되고, 제품/서비스에 사업모델이 추가되면 그때 사업(Business)이 된다. 관련 사업이 모이면 산업(Industry)이 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유의할 점은, 단위 규모가 큰 제품/서비스나 사업의 경우 구분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TV나 스마트폰은 제품이자 사업인 동시에 산업이기도 하다)
기능: 기내에서 영화보기
제품/서비스: 기내 디스플레이(제품), 항공기(제품), 항공운송(서비스)
사업: 항공운항사업 (예: 대한항공/아시아나)
산업: 항공 산업
기능: 방송 예약녹화
제품/서비스: TV(제품), VOD(서비스)
사업: TV, 케이블방송
산업: 미디어 & 엔터테인먼트
기능: 무인 주문대
제품/서비스: 햄버거(제품), 패스트푸드 판매(서비스)
사업: 패스트푸드 체인
산업: Retail/패스트푸드
아이디어/아이템의 선택에 있어서 너무 작은 단위인 기능(Function)이나 너무 큰 단위인 산업(Industry)을 거론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를 피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IoT를 하겠다"는 산업(Industry) 단위이기 때문에 Pass 해야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도 하나의 기능에 불과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아이디어를 쥐어 짜낼 때 흔히 나오는 현상인데, 이 점만 유의해도 절반 이상은 걸리 진다.
기능(Function)에 혹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 아이디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최소한 제품/서비스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의미가 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다음장에서 설명하겠지만, 기능(Function)은 대형 업체의 작은 움직임 하나로 사업이 날아갈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처럼 느껴지겠지만, 의외로 혼동하는 경우들을 흔히 목격하게 된다. 그 이유는, "내가 잘할 수 있다"이라는 의미를 1) "내가 차별적 핵심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vs. 2) "쉬워 보인다" 간 구분을 못하기 때문이다. 즉, "내가 잘할 수 있다"와 "나만이 잘할 이유가 있다"는 엄연히 다른 이야기이다.
아래의 두 개 표를 살펴보자. 둘 다 어떤 사업을 평가함에 있어서 좌상단에 위치한 사업에 힘을 싣고 좌하단에 위치한 사업은 발을 빼라는 의사결정을 도와주기 위한 프레임워크이다. 먼저 Y축은 각각 산업의 매력도와 중요도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매력이 높으면 중요하니까.
X축을 보면 사업의 강점과 난이도이다. 둘이 비슷한 의미이나 엄연히 다르다. 사업의 강점은 내가 잘할만한 무기가 있느냐를 묻는 것이고, 난이도는 그냥 쉽냐 어렵냐의 뜻이다. 쉬우면 남에게도 쉬운 법이다.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창업에 필요한 교육시간 (에: 바리스타) 및 전문성이 얼마나 요구되는가를 보고, 그다지 높지 않다면 다시 생각하는 편이 좋다.
특히 제조의 경우에는 중국이라는 변수만 고려해도 된다. 하물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같은 장치산업도 급속도로 따라 잡히고 있는 판이다. 미국이 화웨이를 견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때 각광받던 대표적 하드웨어 스타트업 GoPro도 중국 업체들이 뛰어들어 레드오션이 되었다. made-in-china.com에서 action camera를 검색하면 현재 기준 5767개가 나온다. 2014년 10월에 87만 원어치 GoPro 주식을 샀으면 지금쯤 83만 원은 증발하고 4만 원 남아있을 것이다. GoPro가 고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진입장벽이 낮으면 반드시 피하라.
여기서 플랫폼이란 Android/iOS 등 Mobile 플랫폼, AWS (Amazon Web Service)등의 Cloud, 심지어 Microsoft Office 등 Productivity Suit 등 이미 한두 회사가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한 독/과점적 지위를 모두 포함한다.
만약 구상 중인 아이디어/아이템이 위의 플랫폼 상에서 동작하고 위의 업체들이 쉽게 스스로 확장/확보할 수 있다면 한 번에 시장을 빼앗길 위험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사례 1. Polaris Office: 모바일에서 파워포인트, 워드, 엑셀 파일 등을 읽고 편집하도록 도와주는 App이다. Android가 한참 확대되던 2010년대 초에는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이후 (2015년부터 안정된 버전 공개) 오피스의 주인인 Microsoft가 Microsoft Office Mobile을 확산시키면서 시장 판도가 바뀌게 되었다 (물론 둘 다 무료이지만). 이렇게, 본 주인이 있는 영역에 (M/S가 mobile용 Office를 공개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진입해서 성공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사례 2. Cloud 기반 서비스: Cloud가 각광을 받으면서, Cloud 위에 한 layer를 씌워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철강회사가 Amazon Cloud의 고도화된 기능을 쓰고 싶은데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Tool을 제공해주는 경우 등이다.
참고로, Cloud 서비스란, 쉽게 말해 저장용량+네트워크를 원하는 양만큼 잘게 쪼개서 빌려 쓰는 개념이다. 기존 Data Center 대비 용량, 기간의 유연성이 대폭 확대되어 거의 200조 원 규모로 성장했고, Amazon, Google, Microsoft가 공격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세 회 사가 경쟁적으로 Cloud 기반에 인공지능을 얹어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MLaaS (Machine Learning as-a-Service)라고 부르는데, 이 영역에서도 여러 크고 작은 회사들이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위 세 회사가 보유한 인력/자원을 투입하면 한 순간에 기본 서비스의 확장 기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업체들의 서비스는 한순간에 시장을 빼앗길 위험이 있다.
One-hit-wonder란 한곡 히트하고 끝난 가수를 부르는 명칭이다. Queen의 Under Pressure를 샘플링해서 hop hop 음악 (당시 얼마나 욕을 먹었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으로는 최초로 빌보드 차트 1위를 했던 Vanilla Ice의 Ice Ice Baby라는 곡이 대표적 예이다.
사업도 이러한 경우들이 흔하다. 즉, 첫 아이템은 매력적이나, 이후 확장 경로가 보이지 않는 경우이다. 특히 제품 수명주기가 짧은 전자 분야에서는 위험성이 더 크다. 대표적 예가 USB 스틱이다. 지금이야 볼펜 정도로 취급받지만 처음 아이디어의 기발함과 사업성은 상당했다. 문제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 이를 처음 주도했던 M-System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경쟁사 Sandisk에 인수되었으니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하지만, M-System이 사업을 매각하지 않았더라면? Red Ocean이 된 이 제품군을 버리고 무엇인가를 시도했겠지만, 그 사업이 무엇이었을지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기술적으로 USB 스틱을 활용해서 새로운 뭔가를 만들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이디어/아이템을 볼 때, 과연 이 사업의 다음 단계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가를 봐야 한다.
앞 글에서 설명했듯이, 네트워크 효과는 진입장벽의 구축 등의 측면에서 결정적 장점들을 제공해 줄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장점이 발휘되기 시작하는 시점에 도달할 만큼의 사용자들을 모으기가 너무 어렵다는 뜻이다. 아이디어/아이템 중에 일정 규모의 사용자가 모여야만 선순환을 그리는 사업모델이 있다면, 달성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가늠해봐야 한다.
이상으로 사업(Business)을 구성하는 첫 단추인 사업 아이디어/아이템이 어떻게 발굴이 되고, 어떻게 발굴해야 하며, 어떤 기준으로 선정해야 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아이템 결정과 선후관계를 엄밀히 따지기는 어렵지만, 앞단에 중요한 것이 사람의 확보이다. 다음 섹션에서 그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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