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오월 Feb 02. 2024

보통 날이네요.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보통의 하루


'왜 나만 힘들지, 왜 나에게는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 걸까' 하는 그런 날이 올 때가 있지요. 그런 때 한숨을 지으며 인스타그램을 둘러보거나 하며 타인의 삶을 보고는 해요. 그러고 나면 왠지 더 공허해지는 마음이 들어요. 나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행복해보여요. 퇴사를 하고 여행을 떠나 그럴듯한 풍경을 찍으며 깨달음을 얻은 후배의 모습이 보이네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약속을 하고 멋있는 곳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직장동료의 행복한 일상도 보여요. 인스타그램 속을 나와서 현실을 바라보면 나는 어떠한가요? 별 다를 거 없는 일상을 지내며 퇴근만을 바라보고 있네요. 누구에게나 이름을 말하면 바로 알 법 한 회사를 두 군데나 다녔지만 퇴사를 했고, 개인사업도 해서 사장님도 되어봤었죠. 현재는 모두 정리하고 알바로 귀여운 용돈을 벌며 생활하고 있어요. 영원히 함께 사랑할 것 처럼 약속한 사람과도 안녕을 하고 난 후, 지인 결혼식에 열심히 하객으로서 출석의 의무를 다하고 있답니다. 굉장히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보통의 하루를 지나고 있네요.



  회사 퇴사를 금요일에 하고, 사업 준비를 바로 월요일부터 했으니 딱 주말만큼만 쉬었습니다. 사업을 정리하기로 한 후에도 다시 재취업을 할 것이냐, 개인 사업을 새로이 진행할 것이냐 하루에도 30번씩 생각이 뒤집어졌습니다.  나에게 쉼을 한번도 허락하지 않으니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들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습니다. 물 살을 따라 졸졸졸 흘러내리는 작은 돌멩이가 되기로했어요. 그래서 아주 귀여운 용돈벌이라는 것을 하는 중입니다. 물론 가끔 지인들의 결혼식을 다녀오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면서 다시금 사랑을 하고싶어질 때도 있어요. 회사를 다닐때처럼 멋지게 내 커리어를 쌓으며 '저 이런 사람입니다' 하며 명함을 내밀고 싶어질 때도 있지요. 귀엽지 않은 돈을 벌면서 입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턱턱 여기저기 돈을 쓰고 싶어지기도 하고 가족들을 이끌고 '나만 따라와' 하며 멋진 휴양지 여행을 가고도 싶은 생각이 자주 자주 듭니다. 인간의 욕심은 언제나 끝이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지금 당장을 바라보며 신세한탄만 하다보면 너무 마음과 정신이 힘든 시간들이 될 것 같아요.

  

  남들 눈에 그럴듯하게 사는 것 보다 나의 눈에 그럴듯 하게 사는 삶을 살아가려 노력 중입니다. 모두가 부러워할 삶을 사는 것도 너무나 좋은 일이긴 하지만 언제까지 남의 기준에 맞춰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남이 아닌 내가 만족할만한 삶을 사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아닐까요. 저희 어머니는 유명한 회사에 다니다가 소소한 일을 하고 있는 딸의 모습이 아직은 내키지 않으신가봅니다. 주변에게 저를 소개할 때 자세하게 얘기를 해주지 않으시더군요...! 그렇지만 저는 지금의 삶에 크게 불평이 없습니다. 적당히 늦잠을 잘 수도 있고, 많은 직장인들처럼 지옥철에 몸을 싣지 않아도 되거든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출근하고 아파트가 한적해질 시간 쯤에 여유롭게 강아지들과 산책할 수도 있어요. 처음 보는 사람을 무서워하는 쫄보견을 키우는 저에겐 산책하기에 적합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전 11시나 낮 12시쯤에는 해가 중천이라 요즘 같은 겨울에는 산책하기딱 알맞는 온도라고도 할 수 있지요. 천천히 드립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구요. 원두를 직접 갈 때만 느낄 수 있는 원두 본연의 향이 집 안에 퍼지면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 이상으로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출근 길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걸을 수 있도록 일부러 여유있게 집을 나서요. 오늘의 나의 기분을 가장 잘 표현해줄 만한 곡이나 플레이리스트를 고르고 집을 나서지요. 조금 돌아갈 수는 있지만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 루트를 선택해요. 좋아하는 곡을 들으면서 공원을 걷는 기분은 지금 이 길이 출근하는 것이라는 것을 망각하게 해준답니다. 그렇게 출근을 하다보면 세상 온화해진 날씨에 따스함을 느끼며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어져요.


  아주 조금 욕심을 내려놓으니 세상에 감사할 만한 것들이 너무나 많은 보통의 요즘 날 입니다. 대단하고 큰 경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작은 행복들이 내 주변에 드리우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어요. 이 조그마한 행복의 순간들은 어쩌면 너무 작고 미세해서 대기에 낀 안개 처럼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치만 자세히 바라보고 느끼려 하면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더라구요. 혹시나 이 글을 읽으면서도 '왜 나에겐 행복한 일이 생기지 않는 거지'라는 마음이 들었다면,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내쉬어보세요. 큰 어려움이 느껴지셨나요? 폐나 호흡기에 큰 문제가 있지 않으시다면 숨을 들이마쉬고 내쉬는 현상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어렵지 않으실 거에요. 이 처럼 세상을 감사하게 바라보는 마음도 아주 쉽습니다. 저는 귀여운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제 주변을 귀여운 것들로 채워보니 세상이 참 귀엽습니다. 보통의 날들도 귀엽고 감사하게 보낼 수 있다면 큰 행복이 다가왔을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아직 대단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지만 제가 느낀 보통의 귀여운 일상을 찾아보시는 걸 살포시 추천드려봅니다. 그럼 오늘 남은 시간도 귀여운 보통의 하루 보내세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