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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Nov 28. 2021

13분 만에 워킹맘이 되었다. (부캐와 본캐의 체인지)

완전히 이기적인 워킹맘


커피를 한 잔 마신 것 같은데 1년 3개월이 지나갔다. 육아휴직 1년 3개월은 그 정도로 체감 커피 한 잔 정도의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 주문을 하고 쉼호흡을 한 번 한뒤, 읽고 싶은 책의 목차 그리고 책 앞부분 정도를 짧게 읽거나 있는 잠시 머물렀던 13분 같았다. 그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간 기분이다.



나름 프로일잘러 라고 생각하는 직장인 10년 생활, 그리고 1년 3개월의 출산&육아휴직을 꽉 채워 쓰고 직장에 복직했다. 벌써 워킹맘 6개월이 지났다. 직장에 복귀하기 전 이제는 충분히 육아에 적응도 한 것 같으니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데 그게 또 나에게 워킹맘일지 모른다며 그 시기적절함에 만족했다. 그리고 복직하는 계절이 낮이 긴 여름이라 한시름 덜었다고 생각했다. 아기가 어린이집 종일반에서 연장반으로 옮겼어도 낮이라는 느낌이 들 테니 크게 불안하지 않을 것이고 나도 출근길과 퇴근길이 밝으니 그나마 기분 좋게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소한 이유 몇 가지 라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직장으로의 복귀가 이제는 전과는 다를 것 같아 이내 신경이 쓰일 것이 분명하니 꼭 만들어둬야 했다.


육아 휴직을 마치고 먼저 복직한 회사 동료는 전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으니 마음 편하게 다니라고 했다. 내가 오랜만에 회사에 가려고 하니 기분이 이상하다고 한 말에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동료가 해준 담백한 말이다. 심플한 말이었다.





전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이제는 고요함이 좋아서 시간 상관없이 밤을 지새우며 보는 새벽도 거의 없을 것이고, 아기랑 동시에 눈을 뜨면서 어린이집 준비와 아침 요가 갈 준비를 하는 여유로운 시간도 전혀 없을 것이며, 잉여로운 시간이라 생각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던 조용하고 단조로웠던 동네의 시간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오후 3시 30분과 4시 사이 노란색 버스들을 볼 수 없다. 줄줄이 하원 행렬과 한 손에 아기의 가방을 메고 한 손엔 아기의 손을 잡고 각자 행하는 길을 가는 엄마들과 아기들의 모습이 그리울지도 모른다.




대신에 새벽 6시쯤의 이른 기상과 출근 준비 그리고 아기가 일어나기 전에 챙겨야 하는 어린이집 물품과 아이의 아침과 간식거리 챙기기 같은 분주함이 있다. 1년이 넘는 공백이 있었으니 감을 다시 찾아야 하는 일에 대한 부담감 2% 정도와 부딪히며 일해야 하는 직원들이 제법 바뀌었다는 점, 그리고 이전의 느긋한 퇴근 대신 이제는 업무 종료와 동시에 빨리 아기를 하원 시켜 다시 육아 출근 육아 퇴근을 해야 한다는 이중적인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여유는 금세 피곤함으로 바뀌었다. 여름에서 겨울로 갈수록 기상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나의 발걸음도 점점 무거워진다. 삶의 전환을 위한 힘찬 워킹맘 출발이 지옥같이 느껴지는 날도 있다. 더군다나 남편의 퇴근시간은 평일 저녁 10시가 기본이라 서포터를 제대로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노동하는 직업이 두 개가 생긴 기분이다. 장보는 시간도 회사에서 해결해야 한다. 어느 날은 며칠 동안 인터넷 장보기를 할 시간이 없는 나를 마주했다. 장보기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조급함에 쫓기는 내 일상이 불안했다. 아기는 개월 수를 더해갈수록 기쁜 성장과 동시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스러움 그리고 본격적인 떼쓰기와 부정적인 표현을 울음과 엉겨 붙기로 대신하는 아이의 행동에 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퇴근하고 앉아서 저녁을 먹은 적이 거의 없다. 어린이집 연장반 마지막 아이로 지루하게 남아있는 아이를 하원 시키고 아이의 저녁을 챙기고, 목욕을 시키고 조금 놀아주다가 잠을 재운다. 재우는 시간은 1시간 정도가 걸리고 나도 지쳐 하루를 일찍 마감해 버린다.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아기를 출산하면서 그동안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우주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얼떨떨한 출산 그리고 천방지축이었던 육아까지 모두 처음 겪어보는 일들이었다. 남편과 나는 엄청나게 다툴 때도 있었지만 결국엔 아이의 사랑스러움에 사르르 녹았다. 우리는 완전한 행복의 궤도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니까. 하지만 이런 생각도 내 삶에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음을 휴직 때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남편은 워킹맘이 된 이후로 내가 많이 변했다고 했다. 시간에 쫓기고 상황에 쫓기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는 자주 다퉜다. 일하면서 아기를 키우는 일은 내가 누리던 몇 가지를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전환과 행복을 위한 출발은 갈수록 삐걱거렸다. 나는 아이가 있는 일하는 엄마이지만 전과 비슷하게 내 개인적인 시간을 갖길 원한다. 이에 육아를 하면서 자연스레 오는 남편과의 의견 충돌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다. 서로의 상황을 점점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고, 상대보다 나의 힘듦이 우위에 있다 생각한다. 특히 나는 남편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방어적인 태도로 퇴근하는 남편과 매일 맞섰다. 나는 오늘 이만큼 힘들었는데 이런 나를 너는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 하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쏘아붙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남편은 어떤 날은 나를 이해하려 했지만 어떤 날은 당신에게서 나를 보듯 내가 당신에게 했던 말을 도로 뱉었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아기를 가운데 두고 큰 소리를 주고받은 날이 몇 번 있었다.  



 행복하기 위해 아기를 낳았고,  실천을 위해 워킹맘이 되었다. 아직도 아기를 위한  보다 나에게 집중하는 삶이  중요하다. 아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상도 중요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도 놓치고 싶지 않다. 이기적인 마음이 나를 괴롭힌다. 남편과는 방금도 다투었다.


나는 행복한 워킹맘이   있을까.


휴직기간에는 힘을  승모근이 편안했다. 여유로웠던 시간만큼 어깨 근육들이 부드러웠다. 복직  6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오그라들어 긴장되고 수축되어 통증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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