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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May 21. 2021

육아와 요가의 공통점

호흡의 리듬과 침착한 시간의 틈을 주기. 나에게.


아이가 태어난 지 1년이 지났다. 감격스러운 첫 생일,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이 작은 아이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모두의 꿈이었던 갓난아이가 자라 두 발로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조심스럽지만 강단 있는 그 걸음걸음에 모두가 숨죽이며 아이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같이 호흡하며 기뻐한다. 


행여나 잘 걷다가 넘어져도 누구 하나 안타까워하는 이 없이 '아이고!' 하며 다시 일어나라 웃으며 격려의 무한 박수를 아이에게 보낸다. 주변에 걱정스러운 얼굴 표정이 없다. 밝고 희망차다. 모두 느긋한 표정으로 아이에게만 따뜻한 시선을 맞춘다. 10년 뒤, 20년 뒤에도 이 아이가 잘 걷다가 넘어졌을 때도 오늘처럼 누구 하나 안타까워하는 마음 대신 무한한 격려의 박수를 대단하게 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잘 걷다가 넘어진 아이가 엄마 엄마 하며 눈물을 보일 때 (그 눈물이 가짜 눈물일 지라도) 다 알면서도 속아주는, 따뜻하게 안아주는, 말 한마디 정성껏 건네는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아이의 첫 생일이 지난 후 담담하게 다짐했다. 






아기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난 후부터 시간이 조금 생겼다. 어린이집 등원을 시킨 후 곧바로 요가를 하러 간다. 처음엔 계속하던 운동인 필라테스를 지속할까 했는데 주변 지인이 솟은 승모근과 스트레스 해소가 고민인 나에게 요가를 추천해줬다. 제대로 요가를 배워본 적은 없었고, 몸은 유연한 편이라 금방 잘 따라 할 것이라 생각해 콧방귀 뀌던 운동이라 '그래, 편하게 심신 안정이나 하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요가를 제대로 시작한 후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요가는 한 낱, 헬스장 3개월 회원권 결제 시 끼워주는 사은품 같은 것이었을까. 아니면 이 운동을 바라보는 내 마음의 자세가 달라진 것일까. 


단지 몸이 유연한 사람이 잘 따라 하고, 심신 안정을 목적으로만 하는 운동이 아니었다. 나는 요가를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마치 내가 육아에 대해서 무관심했었던 지난날 나의 마음 태도처럼.




1.

요가는 잘하고 못하고 가 없다. 정답이 없다. 본인의 몸 상태, 유연의 정도에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그 자세를 오랫동안 지속하면 된다. 그리고 시간이 쌓이면 점점 더 자세가 좋아지고 몸이 예뻐진다. 한 번에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자세는 없다. '이 자세 하고 싶어' 하는 마음만으로 완벽하게 되는 자세가 잘 없다. 꾸준한 노력과 수련이 필요하다. 


요가를 육아로 바꿔도 일맥상통한다. 발음도 비슷하다. 


2.

요가는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호흡이 중요하다. 지금 본인의 몸상태, 마음 상태가 곧 자세를 말해주기도 한다. 결국 혼자와의 싸움이다. 긴 호흡 그리고 짧은 호흡으로 본인 상태와 자세를 조절해야 한다. 호흡이 곧 쉼이다. 힘든 자세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어느덧 쉬는 동작이 된다. 


요가와 육아 곧 호흡이다. 긴 호흡 그리고 짧은 호흡으로 마음을 조절해야 한다. 


3. 

흔히 요가를 수련이라고 말한다. 수련은 사전적 의미로 인격, 기술, 학문을 닦아서 단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가의 다양한 시퀀스와 포즈를 하다 보면 어떤 포즈에서 오랫동안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땐 충분히 멈춰도 된다. 멈추고 싶다는 건 그 부위에 통증과 뻐근함이 느껴진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 자세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통은 잠깐이다. 금세 시원해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한 동작을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게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잠시 생각을 삐끗하면 자세도 금방 알아차려 낭떠러지에 발이 걸린 사람처럼 몸이 흔들흔들 금방이라도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이 흔들린다. 이때 다시 깊게 호흡하고 숨을 들이마신 후 모든 나쁜 기운과 스트레스를 후 ~ 하며 내뱉는다. 쉽지 않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이내 본인 만의 수행법이 생겨 어떤 동작을 해도 요가가 편안하고, 좋아진다. 


요가와 육아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편안해지는 시점이 온다.




살다 보면 감정 컨트롤할 일이 수만 가지가 넘친다. 그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정도를 찾아가는 것도 요가라고 할 수 있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엄마라는 부캐를 얻고 난 후 육아를 하게 되면서 육체적인 피로감은 물론 감정적인 스트레스에 휩싸이게 되는 날이 잦다. 곧 호흡이 불안정하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화가 나는 순간이 오면 이내 얼굴이 울긋 불긋해 지기 마련이다. 


아이와 나의 호흡을 맞춰 가는 일, 이는 곧 수련의 시작이자 완성이다. 육아만큼 완벽한 수양은 없다. 

출산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나를 정성껏 어루만지고, 아이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주기 위해서는 본인만의 호흡으로 육아 일상의 리듬을 찾아야 한다. 그 리듬에는 조용히 본인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 따뜻한 침묵으로 기다리는 것, 침착하게 시간의 틈을 만들어 집중해야 하는 것에 강세를 두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여느 날 나는 오늘도 깊게 들이마시고, 후- 하고 내쉬는 호흡에 좋아하는 동작 그리고 잘 안 되는 동작에 집중하며 스스로 다스리고, 자세를 수양했다. 거울 속에 반사되는 내 몸동작 하나하나를 살펴보고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했다. 


그리고 방금 등원시킨 것 같은데 매일 같이 금방 다가오는 하원 시간이다. 사랑하는 아이가 엄마 엄마! 하면서 어린이집 문 밖으로 뒤뚱거리며 나올 때 아이의 눈을 뚫어져라 아이컨택트 했다. 진한 눈동자에 건배하듯 눈을 맞춰 자세를 낮추고 따뜻하게 포옹하며 오로지 아이에게만 집중했다. 순수하게 아이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또 다른 시간은 아침 요가가 끝난 후 다시 시작되는 나의 오후 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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