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시간을 가져'나 '장기적으로 생각해' 같은 말을 정말 싫어했다. 시간을 갖는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현재가 더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한 인간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인생을 계획한다는 것이 가능한지도 잘 모르겠다. 해보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는 적어도 시간이 필요하다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고 있다.
시간을 갖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불편한 기분이 들게 하는 일을 서둘러 해결하고 싶지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시간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계획할 때에도 그 안에 체계와 구체적인 행동을 정할수록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시간을 갖는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는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고민하고 시간을 갖고 싶지만 현실적인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정말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당장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다거나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있어 개인적인 여유가 없는 경우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충분히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럴 수 없다면 그 이유가,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지 물어봐야 한다.
나는 이와 관련해 황당하게도 시간을 갖는 걸 두려워했다. 시간을 갖고 계획을 세워 전력을 다할 때 얻게 될 결과가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면 나는 무엇인가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전력을 다한 결과가 고작 이거냐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피한 것이다. 나는 자주 이런 식으로 외면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게 누군가 시간을 가져라고 하면 일단 의미 없는 말이라고 부인하고 보았다. 나의 수준을 직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불안감을 감추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회피하지 않고자 시간을 갖는다는 건 자신감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