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상인 Nov 08. 2024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

전에는 '시간을 가져'나 '장기적으로 생각해' 같은 말을 정말 싫어했다. 시간을 갖는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현재가 더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한 인간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인생을 계획한다는 것이 가능한지도 잘 모르겠다. 해보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는 적어도 시간이 필요하다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고 있다. 


시간을 갖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불편한 기분이 들게 하는 일을 서둘러 해결하고 싶지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시간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계획할 때에도 그 안에 체계와 구체적인 행동을 정할수록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시간을 갖는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는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고민하고 시간을 갖고 싶지만 현실적인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정말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당장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다거나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있어 개인적인 여유가 없는 경우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충분히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럴 수 없다면 그 이유가,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지 물어봐야 한다. 


나는 이와 관련해 황당하게도 시간을 갖는 걸 두려워했다. 시간을 갖고 계획을 세워 전력을 다할 때 얻게 될 결과가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면 나는 무엇인가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전력을 다한 결과가 고작 이거냐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피한 것이다. 나는 자주 이런 식으로 외면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게 누군가 시간을 가져라고 하면 일단 의미 없는 말이라고 부인하고 보았다. 나의 수준을 직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불안감을 감추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다를 있겠지만, 적어도 회피하지 않고자 시간을 갖는다는 자신감과도 연관이 있는 같다. 

작가의 이전글 정확한 결정은 결과가 결정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