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묶인 추석 연휴가 끝나가고 있다. 8살 첫째는 불만이 터지기 직전. 코로나 탓에 할머니 할아버지도 못 봤지 그렇다고 놀러 간 것도 아니지 엄마는 밀린 숙제나 시키려고 하지.
하루 종일 입이 나와 아빠와도 투닥거리고 동생한테도 뾰족한 말들이 쏟아졌다. 재우려고 9시쯤 누웠을 때 한마디 하려고 눈치를 슬쩍 보니 눈이 말똥 말똥 잠이 안 온단다.
안 되겠다 싶어서 데리고 나와 소곤소곤
"옷 입어. 엄마랑 드라이브 가자."
했더니 단번에 입이 귀에 걸리는 아이. 덥석 내 허리를 끌어안고 사랑한단다. '칫'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차를 태워 이 시간에 문 연 사람 없는 갈만한 곳을 생각해 보니 '교보문고'가 떠올랐다. 가서 30분이라도 책 좀 보고 뭐 사주면 기분이 좋아지겠지.
연휴의 끝을 향해가는 토요일 저녁 9시. 서울은 빈 도심처럼 차가 없다. 평소엔 볼 일이 거의 없는 광화문의 야경을 아이와 보니 새삼 예쁘고 신기해서 한참 재잘재잘 이야기했다.
20분도 안 걸려 도착한 교보문고는 주차장부터가 텅텅 비어서 신나게 주차를 하고 올라갔는데 매장이 그렇게 한산할 수가 없다.
초등 저학년 코너를 보다가 이것저것 괜찮은 책들을 추천하는데 얘는 엄마 바람과 달리 귀신 책만 그렇게 찾아본다. -ㅅ-;;
몇 권 더 권하다가 '그래, 기분 좋게 해주려고 한 외출인데 고른 것 사줘야지' 하고 인심을 썼다. 17900원짜리 귀신 책이라니 ㅠㅠ 너무 아까웠지만 너를 위해 쓴다.
아이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져서 차 안에서 얼른 뜯어보고 신나 한다. 웃는 애를 보니 이렇게 작은 배려면 될 것을 내가 너무 편한 대로만 연휴를 보내려 했나 반성 반성.
이렇게 따로 보면 얘도 너무 어린 아가인데 동생과 놔두면 갑자기 다 큰 애처럼 보이는 '나쁜 마법'에 걸리게 된다.
엄마에게 아이는 여럿일지라도 아이에게 엄마는 단 한 명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