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워
코성형 할까 말까.
주변 사람들한테도 물어본 적이 있다. 근데 묻고 보니 “응, 해라”라는 반응이 오면 ‘그렇지..? 네가 봐도 내 코가 참 별로지?’ 싶고, 하지 말라고 하면 “저 말이 진짜일까..?!” 하고 의심할 것 같다. 어떤 대답도 시원치 않을 것 같아 그 후로 묻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건 코성형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아니고, ‘코성형을 할까요?’ 같은 질문도 아니다. 그저 흘러가는 생각 속에서 꽤 오래 자리를 잡았던 고민이다.
코에 대한 이야기라면 할 말이 많다. 이 세상의 미의 기준이 오똑하게 예쁜 코라면, 내 코는 휜 코이다. 매부리 코라고도 불리는데 예쁘게 잘 서고 있다가 중간에 급하게 꺼져있다. 신께서 나의 코를 열심히 만들다 물 마시러 가신 후, 다음 사람 코를 더 열심히 만드셨던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 적도 있다.
아주 어릴 땐 내 코가 못생겼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늘 앞모습으로 봤던 코는 다른 친구들의 코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내 코의 진실을 알게 된 일이 있으니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였다.
내가 살던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엔 1면이 문, 3면이 거울이었다. 거울은 서로를 비추어 마침내 나의 옆모습까지 보여주었다. 나는 처음으로 옆에서 보는 내 코와 마주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나의 옆모습을 보고 제법 놀랐다. 그리고 다음날, 엘리베이터에 타 조심히 확인했다. 고개를 스을쩍- 돌려보았다. 어제 모습 그대로였다.
주변 어른들은 나의 외모에 대해 쉽게 이야기했다. 당연히 코에 대한 말도 빼지 않았다. 성인이 되면 코 성형을 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어느 날 또래 남자애는 친구들이랑 쑥덕인 후 나를 보며 말했다. “어정쩡하게 생겼다” 그러면서 내 교과서에 자기가 본 나의 코를 그렸다. 평소 장난을 많이 쳤던 애라 ‘이 자식이?!’ 하고 교과서를 뺏어 봤다.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그 코였다. 내가 본 그 코라 더 짜증 났다.
성인이 된 후에도 남이 찍어준 사진 속 내 모습을 볼 때, 나는 코 끝을 세워야 하나 생각했다. 남이 찍어준 자연스러운 사진을 올리고 싶은데, 나의 코를 보며 ‘흠.. 그냥 안 올릴 래’가 되었다.
그렇다면 왜 성형을 하지 않은데? 하고 물을 수 있다. 내가 성형을 하지 않는 이유. 생각을 좀 해봤다. 솔직히 말하면 평소엔 신경 안 쓰인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이유가 전부다.
한참 살이 쪘을 때, 살을 부여잡고는 운 적이 있다. 하지만 코는 부여잡고 운 적이 없다. 물론 아쉽지만, 고쳐야겠다는 계기는 없다. 나는 주로 내 앞모습만 봐서. 앞모습으로 코를 마주할 땐 콧대가 어떻다는 둥, 그런 생각을 잘 안 한다.
또 다른 이유론 코성형을 하고 싶은 이유는 예뻐지고 싶어서인데, 세상엔 예뻐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다이어트를 해서 슬림해지거나, 꾸준히 물을 마시고 잠을 잘 자서 피부가 맑아질 때, 운동으로 생기는 자신감과 기운. 실제로 타인을 볼 때도 그 사람의 눈, 코, 입보다는 ‘아 저 사람 되게 밝다’, ‘저 탄탄함 가지고 싶다..’ 같은 면에 반하기도 한다.
예전에 친구랑 무슨 이야기를 하다 ‘난 어두운 공간에서 일 못 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자기는 매장이 어두우면 애초에 지원을 안한다고 했다. 사소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아보였다. 외모에도 그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추구하는 미의 기준은 꼭 완벽하진 않아도 되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의 생각은 그러하다. 나중에 혹 결혼이라도하면 옆모습으로 신랑과 코 부비부비 사진을 찍어야할텐데. 그건 좀 걱정이다. 나보다 코 높은 사람을 만나 그사람의 얼굴을 앞세워야 하려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더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