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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별 Jan 23. 2024

기계는 날개

애플 쓰는 이유가 뭐예요?

나의 맥북


맥북을 당근할까 싶어 구매시기를 찾아봤다. 2020년 6월이었다. 내가 이 노트북과 무려 4년을 함께 했다니.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 프로, 워치가 있다. 그렇다. 나는 사과 농장을 운영하는 앱등이다.






친구라고 부르기도 묘한 이 기계는 동업자에 가깝다. 원하는 작업물을 시도하고, 사회에서 돈을 벌 수 있게 해준다.


어릴 때 내 방엔 컴퓨터가 없었다. 컴퓨터는 언제나 오빠 방에 있었다. 오빠 방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다 쫓겨나곤 했다.


하지만 컴퓨터가 없어도 괜찮았다. 친구들을 만나면 되니까. 그래서 나는 내가 이런 기계를 좋아하게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난 내가 정말 물욕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노트북을 사게 된 것도 필요에 의한 일이었다. 언제까지 학교 기숙사 2층의 공동 컴퓨터를 이용하거나, 친구에게 노트북을 빌릴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처음으로 장만한 건 델 노트북이었다. 나름 가성비로 열심히 찾았었다. 2.5kg이 넘는 노트북을 들고, 학교를 나다녔다. 친구들은 웬 벽돌이냐며 나의 델을 보며 웃곤 했다. 하지만 난 델이 진심으로 좋았다. 델은 포토샵이 잘 돌아갔기 때문이다.


기기는 기기를 불렀다. 타블렛을 사 그림을 그렸다. 델 화면에 내가 그린 그림이 나왔다. 신기했다.


하지만 델과는 이내 이별해야 했다. 하도 들고 여기저기 쏘다녔더니 고장나버렸다. 그때 쯤, 오빠가 어린 시절 컴퓨터를 차지했던 게 미안했었나. 노트북을 선물로 사줬었다. 두번째 노트북은 삼성이었다. 대부분 대학교 과제를 했다. 삼성 노트북은 왠지 버벅대는 느낌이 들어 델이 그리웠다.


2020년 6월, 친구의 추천으로 맥북을 샀다. 그게 지금의 맥북이다. 친구의 말처럼 맥북은 부드러웠다. 끊김 없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내 마음을 묘하게 기쁘게 했다.


자유 속에서 나는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도비 프로그램이 잘 작동 된 덕분에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도 시작했다. 이미지와 영상, 무엇이든 원하는 작업물들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다.


기계는 날개였다. 기계의 뛰어난 성능 만큼 나는 마음껏 날개짓할 수 있었다. 좋은 날개는 내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 실험할 수 있게 했다. 기계 속 세상에선 실수도, 실패도 대체로 복구 가능했다.


나는 이 날개의 맛을 이미 봐버렸다. 애플은 점점 비싸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애플은 포기할 수가 없다.


이 날개를 달고 나는 앞으로도 뻗어가고 싶다. 내 상상을 현실로 실현하는데 막힘 없이 시도하고 싶다.






언젠간 다른 제품을 사랑할 날이 올까.


그런 날은 아마 또 다른 날개를 찾아간 것 뿐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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