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코 Sep 13. 2023

19화 찜닭 편

불필요한 소비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며

19화 찜닭 편


세일이 무섭다. 특히, 식재료 세일은.

파스타 재료를 사기 위해 마트에 갔다. 그것만 사야지라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다짐까지 하면서 말이다. 정육 코너를 지나니 찜닭용 닭이 50프로 세일한다는 딱지가 붙어 나 같은 소비자를 유혹했다. 나는 ‘오! 대박!’이라는 탄성을 지르며 카트에 담았다. 세일용 닭만 담았을 리가 없다는 게 문제다.


나는 불필요한 소비가 아니었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하려 했다. 가족들은 나의 증명식 요리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가 없다. 굳이 이럴 필요까지는 없지만 나는 이런 서사를 비밀리 혼자 품는 것을 즐긴다.


정작 사려고 했던 대파는 세일 품목에 가려져 카트에 못 담아 초록빛을 띠는 애호박을 대신해 썰어 넣었다. 이렇게 또 엇박자를 맞추며 ‘증명식 찜닭’을 완성했다.


식탁에 완성된 요리가 올라오자 맛있다는 함성이 들린다. 요리의 마지막 완성은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다. ‘감자가 더 익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나만 간직하는 걸로.



작가의 이전글 18화 토마토파스타 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