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으로 너랑 함께 늙어 가고 싶다.
24화 강아지 컵케익 편
내가 반려견을 키울 수 있을까? 작년 이맘때 쉼터에서 올라온 복동이 사연을 읽었다. 보호자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목줄에 묶인 채 혼자 쓸쓸하게 보냈을까. 끊임없이 내 주위와 꿈속까지 맴도는 복동이의 환영을 나는 더 이상 사양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운명과도 같은 만남이 가족으로 연결되어 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미숙한 초보 보호자를 벗어나기 위해 공부도 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쉼터 선생님과 주변에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 여러 시행착오와 실수는 시간이 또 해결해 주는 면도 있었다.
복동이와 1년을 함께 하며 주변 이웃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친절한 시선과 매서운 시선의 균형을 제법 잘 맞춰갈 수 있었다.
복동이를 키우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미지의 세상에 이렇게 발을 내딛으면서 나는 상처도 받고 치유도 받았다.
생일 컵케익을 준비했다.
한살림에서 사둔 멥쌀가루에 유정란, 락토프리 우유, 당근, 바나나를 넣어 오븐에 구웠다. 종종 간식으로 만들어 먹여서 특별하진 않지만 복동이에게는 익숙한 입맛이 최고라 판단했다.
아들 생일상에 주로 올려놓았던 수공예 소품들을 재탕하고, 밀랍초 5개를 꺼내 5살 복동이 생일상을 만들었다.
건강하고, 즐겁게 우리 네 식구 함께 늙어가고 싶다.
우리 가족이 되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