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정성
#27화 #고등어찌개 편
추석 주간에 어머님께서 고등어를 사 오셨다. 꼭 먼저 드시고 맛이 있는 생선들 위주로 가져다주신다. 고등어가 기름지고 맛있으니 구이로 해 먹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어머님댁 근처 난전에 파는 생선은 무언가 특별한 맛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아마도 아들, 며느리네 집에 맛있는 생선을 가져다주기 위한 어머님의 정성이 고스란히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감사하게도 나는 그 정성을 밥상 위에 올려놓고 가족들과 맛있게 먹는다.
굵은소금 친 고등어를 다음날 새벽 씻어서 물기 제거 후 통에 소분하고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연일 계속되는 일로 점점 더 간소화된 때우기식 식사가 지속되었다. 한 동안 제대로 된 장도 볼 겨를이 없으니 냉장고 안은 휑하니 찬바람만 불뿐이다. 그때 잊고 있었던 고등어가 생각났다. 냉동실에서 얼른 고등어 세 토막을 꺼내 자연 해동 시켰다. 구이로 해 먹을까 하다가 빨리 처리해야 될 감자와 두부가 있어서 멸치육수를 듬뿍 넣어 국물이 제법 있는 고등어찌개를 끓였다. 냉장고에서 친 헛걸음을 냉동실에서 있는 고등어로 보상받는 이 기분! 이런 사소한 것에 기쁨을 얻는 소박한 내 마음이 순간 멋졌다.
밑반찬이 똑 떨어졌을 때 이 찌개하나가 주는 고마움은 참 크다. 어머님 잘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