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코 Oct 17. 2023

28화 수공예 번외 편

불특정 대중들의 지갑 문턱은 높았다.

28화 수공예 번외 편


‘그것은 가벼운 구름 떼로 그냥 하늘에 떠 있었을 뿐인데 지상으로 내려와 버렸어.’

머릿속에서 맴도는 비현실을 실물로 구현하고 그것을 판매로까지 현실화시킨 것이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이틀 연이어 참가비를 내고 플리마켓에 도전했다. 결론은 참담한 실패였다. 이 실패의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해 보니 내가 생각했던 취향과 불특정 대중이 선호하는 취향과의 간극이 상당히 컸던 것 같았다. 그리고 요즘 같이 고물가 시대에 불필요한 소비를 유도할 만큼의 메리트 있는 소품들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낮은 가격을 책정해도 옆 가게에서 파는 탕후루 하나의 가치도 인정받기 어렵다는 현실을 맛보았다. 그만큼 대중들의 지갑 문턱은 꽤나 높았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 그 경험은 상당히 의미 있었다.


기대하지 않는다고 주변에 이야기한 것과는 달리 나는 완판 성공 신화를 써볼 계획이었다. 우습지만 내 상상 속에서 지갑문을 활짝 열어준 많은 시선들에게 고마움을 전달해 주기 위한 약소한 선물까지 준비했더랬다. 여러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듦과 설렘이 병립했고, 성공의 설레발이 실패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더 재미있으니 그래도 한 가지는 건진 셈이다.


한동안 불확실성이 소멸되어 더 이상 뜨개를 하지 않아도 되는 해방감과 더불어 쓰라린 실패로 약간의 우울감이 공존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간 독서를 반납하고 뜨개를 했는데 이제 뜨개를 반납하고 발자크를 집어 들었다. 발자크가 사업 실패의 대가가 아닌가.


‘누가 감히 메마른 마음과 텅 빈 두개골을 보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고 말할 것인가!’



작가의 이전글 #27화 #고등어찌개 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