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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샵 Feb 18. 2020

몸의 음악, 생체리듬이 삶의 리듬이다.

역동적인 항상성의 기반이 되는 생체리듬 이야기 - 1편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이자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지나면서 기온이 오르고, 낮의 길이가 조금씩 길어지는 걸 보니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동면에 들었던 개구리가 깨어나는 경칩(驚蟄)이 오면 봄은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다. 이번 겨울은 겨울답지 못했던 탓에 눈을 보기 힘들었다. 겨울이 끝나감을 아쉬워하는 눈이 내렸고, 한파 소식도 있다. 올겨울이 춥지 않았으니 올여름은 덥지 않을까 하는 괜한 생각도 해본다. 계절이 오고 가고, 해와 달이 뜨고 지고... 자연에도 자신의 고유한 리듬인 절기가 있듯 우리 몸에도 고유 리듬이 있다. 이는 마치 몸속에 교향악단이 들어 있어, 지휘자의 지휘봉에 맞춰 일정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우리는 밀려왔다 빠졌다 하는 균형과 불균형의 조수에 이리저리 밀리고 있다. 초당 수십 가지 신체 기능들이 교란된다. 이것은 건강에 대하여 어떤 고정된 정의를 내린다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음을 뜻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케스트라를 특정 화음에서 멈추게 해놓고 그 교향곡을 함부로 정의하려고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수십 가지 변화 요인과 경험의 축적에 의해 결정된 율동적 패턴에 따라 우리 몸을 지나가는 음식과 물과 공기의 흐름은, 마치 해변에 쌓이는 모래언덕 같다. 정상구조와 움직임, 즉 고정된 것과 변화하는 것 모두 중요하다. 의사는 휴식 상태에서 당신의 맥박수는 80이고 혈압이 120/70이며 체온이 섭씨 37도로 모두 정상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순전히 편이를 위한 것이다. 그 측정치는 오직 그것을 재는 순간, 즉 살아 있는 신체의 음악을 만들어내며 균형점 주위를 돌아가는 춤사위의 순간동작 속에서만 유효하다.
- '몸의 음악' <사람은 왜 늙는가?> 중에서


생체리듬은 곧 삶의 리듬이다. 

인간의 신체가 (몸속 교향악단이 만들어 내는) 그 리듬에 따라 어떻게 작동하는지 연구하는 학문은 시간 생물학(Chronobiology)으로 기원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지구물리학자 장 자크 도르투 드 메랑(Jean Jacques dʼOrtous de Mairan)은 미모사가 낮에는 잎을 폈다가 저녁이면 오므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미모사 화분 몇 개를 완전히 어두운 실내에 옮겨 관찰했는데, 어둠 속에서도 같은 현상을 보였다. 식물 내부에서 스스로 발생하는 '내인성 리듬'을 처음으로 발견한 순간이었다. 태양 빛을 차단한 어두운 실내에서 식물은 외부 환경과는 약간 다르게 자체 리듬을 따랐다. 이러한 하루 단위의 내부적 리듬을 약 200년 후, 프란츠 할버그(Franz Halberg)가 일주기 리듬(Circardian rhythm: 'circa'는 about를, 'dian'은 a day를 나타내는 라틴어), 즉 '생체리듬(Biorhythm)'이라 명명했다. 이는 24시간으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밤낮의 리듬과는 약간 달랐다.

지구 24시간의 비밀: 지구의 자전은 생체리듬에 영향을 미친다. GIF 클릭 [이미지 출처: 클리앙]

생명체는 지구의 시간과 대단히 조화로운 체내의 일상적 리듬을 유지하도록 유전자와 세포, 시스템을 발달시켰다. 우리 몸 안의 경로들 또한 생체리듬과 태양일(Solar day)을 일치시키는 데 도움이 되도록 24시간 주기로 진화했다. 태양일은 태양의 중심점이 자오선을 경과하고 나서 또다시 자오선을 통과할 때까지의 시간으로 길 때가 24시간 30초, 가장 짧을 때가 23시간 59분 39초이다(쉽게 말하면 태양일은 지구가 1번 자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이렇게 해서 24시간 주기의 속도 조정 장치들은 외부 세계를 반영하는 유기체의 낮과 밤을 만든다. - 생물학자 토마스 베어(Thomas Baer)

놀라운 것은 식물의 내부에도 새겨질 만큼 자연에 매우 중요한 요소인 생체리듬에 대한 우리 인류의 지식이 1950년대까지도 거의 잊힌 채로 있었다는 것. 생체리듬은 모든 생물체에 미묘하게 어긋난 상태로 작용하다가 매일 아침 햇빛을 받으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이렇듯 우리 몸은 생체시계에 맞춰 살아가고 있다. 생체리듬이 근본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역동적인 항상성(Homeostasis)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생체리듬이 곧 삶의 리듬인 셈이다.


1시간의 오차를 조절하는 인간 생체시계

이 지구상에는 수십 수백억의 생체시계가 있으며 햇빛을 통해 바깥 세계와 소통하고 교류한다. 생체시계는 생명체의 모든 세포에 존재한다. 곰이나 개구리의 동면도 생체시계에 기준을 두고 있다. 여성이 1개월 주기로 배란하는 것, 우리가 잠자는 것도 생체시계를 따른다. 이처럼 우리 몸에는 시간 관리기능이 있기 때문에 하루를 주기로 해서 음식 섭취와 수면 리듬이 조절된다. 이 리듬의 기본은 몸을 깨우는 각성 호르몬인 세로토닌(Serotonin)과 잠들게 하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Melatonin)이 매일 보여 주는 양방향의 화학적 변화이다. 이 외에도 순환 기능, 체온, 혈액, 부신피질호르몬 등이 생체리듬에 따라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1일은 24시간인데 인간의 셍체시계 주기는 평균 25시간이다. 다시 말해 하루 1시간씩 오차가 생기게 된다는 뜻이다. 사람을 격리해 시간을 알 수 없도록 하면 25시간을 하루로 느껴 12일 후에는 낮과 밤이 뒤바뀐다는 연구도 있다. 물론 실제 생활에서는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뇌가 생체시계를 24시간에 맞춰 재설정하기 때문인데, 뇌는 (햇빛, 식습관, 운동, 온도 변화, 사회적 상호작용 등의) 외부요인을 이용해 생체시계를 정확히 24시간에 맞춘다. 이를 '동조(Entrainment)'라고 한다. 즉, 내인성 생체리듬이 햇빛과 같은 외인성 리듬의 영향을 받아 그것과 보조를 맞추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우리가 24시간 주기로 잠자고 일어나는 것을 방해받지 않으며, 특정 유형의 시각 장애인들이 일주기 리듬을 잃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뇌가 생체시계를 재설정할 목적으로 쓰이는 모든 신호를 '차이트게버(Zeitgeber: '시간 제공자' 혹은 '동조자'라는 뜻의 독일어), 쉽게 말해 '자연시계'라고 한다. 특히 생체시계는 빛에 너무나 민감해서 아주 낮은 조도에도 적응하고 재설정되는데, 햇빛은 생체시계의 자연시계인 것이다. 자연시계 개념은 독일의 시간생물학자 위르겐 아쇼프(Jürgen Aschoff)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뮌헨 근교의 안덱스라는 곳에서 유명한 벙커 실험을 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개념이다.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외인성 요인인 햇빛은 그 리듬을 조정해 변화하는 빛과 어둠의 패턴과 조화시키거나 사이클을 바꾼다. 그래서 생물학적 하루가 여름에는 길고 겨울에는 짧다.


아침에 커튼을 걷으면, 빛에 민감한 망막 세포가 밝기를 측정하고 뇌에 해가 떴음을 기록해 당신의 생체시계를 자연의 리듬에 맞춘다. 하지만 이 생체시계의 리듬은 너무나 확고하고 정확해서 환경의 단서가 없을 때에도 지속된다. 이러한 사실은 몇 주 동안 피실험자들에게 햇빛 등의 외인성 리듬을 차단한 연구에서 밝혀졌다. 낮과 밤의 변화에 대한 단서가 없어지자 그들의 몸은 태양주기와는 분리되기 시작했지만 기상과 수면, 그 외 신체 리듬의 24시간 주기는 고수했다(이 불변하는 일상적 패턴은 자발적 리듬으로 알려져 있으며 종의 게놈에 내재되어 있다).


생체시계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

1. 오전 6시: 잠을 깨우는 세로토닌 - 눈에 들어온 빛은 시신경교차상핵을 자극하여 멜라토닌을 세로토닌으로 변환한다. 세로토닌은 뇌와 몸, 특히 창자가 활동을 시작하도록 도와주는 호르몬이다. 

생체리듬에 따른 호르몬 변화 [이미지 출처: 구글]

2. 오전 8시: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코르티솔 하루를 시작할 때는 몸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혈당을 높이고 대사를 촉진함으로써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견디도록 도와준다.

3. 오전 9시: 허기 호르몬 - 허기 호르몬은 하루 종일 오르락내리락한다. 식욕을 나게 하는 그렐린(Ghrelin)은 밤 사이에 많은 양이 분비되어 아침에 허기를 느끼게 된다. 식욕을 떨어뜨리는 렙틴(Leptin)은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보낸다. 

4. 오전 12시: 정점에 이르는 코르티솔 - 아침에 치솟았던 코르티솔은 정오 즈음에 한 번 더 올라가면서 신체를 자극한다. 하지만 이후에는 코르티솔의 역할이 줄어든다. 멜라토닌의 양은 가장 낮다. 참고로 점심시간에 잠깐 걷는 것으로도 세로토닌 양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5. 오후 3시: 알도스테론의 급상승 - 정오에서 오후 사이에는 알도스테론(Aldosterone) 호르몬이 최대로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콩팥에서 물의 재흡수를 늘려 혈압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6. 오후 6시: 졸음을 오게 하는 멜라토닌 - 빛의 양이 줄면 세로토닌은 멜라토닌으로 변환된다. 이 호르몬은 수면에 들도록 몸을 준비시키며 결국에는 졸음을 유발한다. 

7. 밤 8시: 갑상샘의 자극 - 저녁에는 갑상샘자극호르몬(THS)이 갑자기 상승한다. 이로 인해 성장과 복구가 촉진되지만 또한 신경의 활동이 억제되어 수면을 준비하게 된다.

8. 밤 9시: 성장호르몬 - 잠든 지 처음 두 시간 동안은 성장호르몬(GH)이 급상승하여 아동의 성장과 성인의 신체 재생을 돕는다. 이 호르몬은 낮에도 분비되지만 밤에 더 많이 생산되므로 잠자는 동안 신체는 회복에 집중할 수 있다. 

9. 밤 12시: 정점에 이르는 멜라토닌 - 혈액의 멜라토닌 양은 한밤중에 최고에 도달한다. 이때는 코르티솔의 양이 가장 낮은 때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호르몬의 조합을 통해 신체는 밤새 완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10. 새벽 3시: 테스토스테론 급상승 - 남성의 경우 밤에 잠이 들었건 깨어 있건 간에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양이 상승한다. 실제로 늦은 밤 클럽에서 다툼이 자주 일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이 생체시계 시스템은 두 가지 커다란 장점이 있다. 첫째, 인체가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일을 하고, 또한 일상적인 변화를 예측하여 그에 따라 환경에 맞춰 행동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인체가 이러한 우주의 원형을 지님으로써 몸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앞서 보조를 맞추며 음식, 배우자, 포식자, 낮과 밤에 일어나는 온도 차 등에 대비한다.  


우리 몸속 생체시계는 어디에 있을까? 

이처럼 일주기 리듬 즉,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생체시계는 몸속 어디에 있을까? 코 뒤에 있는 뇌 시상하부에 위치하는 1만 개의 신경 다발로 이루어진 '시신경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이 바로 인간의 생체시계다. 이는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내인성 요인으로, 망막에서 뻗어 나온 시신경이 교차하는 곳이다. 시신경에 매우 가까이 있는 것은 눈을 통해 생체에서 가장 중요한 타이머 기능을 하는 빛의 정보를 감지하기 때문이다. 그 정보가 송발울처럼 생긴 송과선(Epiphysis cerebri, 송과체)이라는 뇌 기관으로 간다. 여기에서 멜라토닌 호르몬이 만들어진다. 멜라토닌은 빛이 없는 밤에 많이 만들어져서 온몸으로 운반된다. 이 호르몬의 영향으로 체온이 떨어져 쉽게 잠드는 것이다.

시상하부에 위치한 시신경교차상핵이 생체 시계이다. [이미지 출처: 구글]

시신경교차상핵은 24시간 주기 패턴에 의해 특수 단백질을 생산하고 이용함으로써 하루의 경과를 측정한다. 그렇게 해서 신체의 큰 리듬을 통제하고 조직화하는데, 수면기능이 밤에 최상이고 각성기능이 낮에 최상인 것도 시신경교차상핵의 기능 때문이다. 연구에 의하면 이 시신경교차상핵이 파괴된 실험동물의 달리기, 먹기, 마시기, 잠자기 등의 활동은 전형적인 24시간 패턴을 따르지 않고 하루 종일 무작위로 분포된다.


그런데 생체리듬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이 이야기는 2편에서 다루기로 한다. 


원문: 몸의 음악, 생체리듬이 곧 삶의 리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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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푸샵 블로그
참고: <안 아프게 백년을 사는 사람 생체리듬의 비밀: 노벨의학상이 밝힌 식사, 수면, 휴식의 규칙> 막시밀리안 모저 지음 |이덕임 옮김 | 조세형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2019)
참고: <일주기리듬의 신경생물학> 주은연 M.D.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학교실, J Kor Sleep Soc, Volume 1, June, 2006
참고: <사람은 왜 늙는가?: 노화에 대한 상식과 편견을 뒤집는 내 몸 탐사보고서> 디팩 초프라 지음 | 이균형 옮김 |휴休(2010)
참고: <뇌력사전: 뇌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 나카하라 히데오미 지음 | 홍성민 옮김 | 김종성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2003)
참고: <내 몸의 사생활: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 몸 활용 가이드> 제니퍼 애커먼 지음 | 이수연 옮김 | 북섬(2010)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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