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력한 근육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즌이 돌아왔다.
근육(Muscle)은 모든 인체 운동을 실행하고, 힘줄을 통해 뼈에 부착되어 있다. 힘줄은 튼튼한 결합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조직은 어느 정도 늘어날 수 있어서 운동 과정에서 가해지는 힘을 감당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트레이너라는 직업 특성상 무려 650여 개에 이르는 인체 근육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궁금해지는 것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어떤 근육이 힘이 가장 강할까?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할까? 근육 경련은 왜 일어날까?
등등. 흔히 심장 근육이 가장 튼튼하고, 다리 근육이 가장 힘이 센 것으로 알고 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 가장 강한 근육을 제대로 활용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선거철이 되면 이 근육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이 근육의 힘은 너무나 강해서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팻 크로스(Pat Croce)의 저서 <선택의 힘>에서 인간의 근육 중 가장 강한 것은 '혀'라고 표현을 한다.
인간의 근육 중 가장 강한 것은 바로 혀이다. 혀는 한 사람을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 그 몸집이나 힘이 어느 정도가 되든 상관없다 또한 혀는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도 누군가를 거뜬히 들어 올릴 수도 있고, 몇 천, 몇 만 명의 사람들을 통째로 무너뜨릴 수도 있다.
세치 밖에 안 되는 혀가 얼마나 강한지를 이야기하는데 사실 해부학적으로 혀 근육과는 관련 없는 '말(言)'에 관한 내용이다. 그래도 성대와 더불어 말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근육이므로 정답이긴 하다. 세치 혀는 사람의 체급, 힘, 권력에 상관없이 한 번에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으니 말이다. 2011년 (한때는 국회의원이었던) 강용석 의원이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한 사건으로 시끌벅적한 적이 있었다. 세치 혀로 국민을 상대로 뻥치고, 막말하며 먹고사는 (일부) 국회의원이, 같은 입으로 국민을 즐겁게 해주며 먹고사는 개그맨을 고소한 사건인데, 참으로 한심한 사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요즘 그의 행보는 어떤가? 디스패치 <"돈독 올랐을 때 바짝"... 강욕석, 고소 공장의 실체>라며 밝힌 폭로를 보면 알 수 있으니 넘어가자. 어쨌든 세치 혀!! 함부로 놀려서는 안 된다(요즘은 혀보다 손가락이 더 무서운 것 같다).
성경에 '혀는 작은 지체이나 온몸의 굴레를 씌우느니라, 혀는 길들일 사람이 없나니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라’라고 적혀 있다. 이는 혀의 균형 잡힌 입안의 위치와 기능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이며, 혀를 통해 나가는 말(긍정·부정)의 표현이 본인이나 타인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모든 재앙은 입을 통해 나간다고 한다. 부정 에너지의 표출이 모두의 건강(면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 <전신 치의학2: 전신 균형의 기적 VII - 전신의학에서 보는 치과 치료> 중에서
각설하고 해부학적으로 혀(Tongue)는 혀내재근(혀고유근과 혀외래근(혀외재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크게 혀뿌리라 불리는 턱끝혀근(Genioglossus, 이설근), 혀몸통(설체), 혀끝(설첨)으로 나뉜다. 혀의 모양과 외형을 변화시키는 혀내재근(혀고유근)은 혀 근육을 단축시키는 위아래 세로근, 혀를 좁히고 길이를 늘리는 가로근, 혀를 평평하고 넓게 하는 수직근으로 이루어진다. 입안에서 전체 혀를 움직이는 혀외래근(혀외재근)의 대표적인 근육인 턱끝혀근은 혀를 앞과 아래로 밀어준다. 음식물을 씹는 경우 혀는 미뢰와 함께 음식물 조각을 받아들인다. 만약 다른 혀외재근들이 동시에 혀를 길게 만든다면, 모든 혀외재근들처럼 턱끝혀근은 혀를 입안으로 또는 입 밖으로 움직이게 한다. 혀외재근은 턱끝혀근 외에도 목뿔혀근, 작은뿔혀근, 붓혀근, 입천장혀근으로 이루어져 있다.
혀 근육은 '이는곳(Origin, 기시, 몸쪽 부착점)'과 '닿는곳(Insertion, 정지, 먼쪽 부착점)'에 해당하는 뼈 부착점을 가진 다른 근육과 달라서 '닿는곳'이 없다. 대부분의 근육은 통상 복수의 관절에 걸쳐 뼈에 붙어 있다. 그리고 한쪽 근육을 수축시키면 거기에 상응하는 다른 쪽 근육을 이완시킴으로써 관절을 움직인다. 그러나 혀는 이는곳 부분이 설골에 붙어 있지만, 닿는곳 부분이 없다. 그 때문에 다른 근육보다 늘어지는 모양새가 된다.
또한 혀는 근막경선 이론에서 인체 근육근막의 중심(Core)를 이루는 '심부근막경선(The Deep Front Line)'의 정점에 위치한 근육이다. 따라서 혀의 근육이 긴장하면 근막 경선을 따라 설골 근육, 경부 근육, 폐 근육을 따라 고관절이나 발바닥 심부까지 영향을 미친다. 동의보감에는 "연하(嚥下)는 백 맥을 고르게 하여 온몸을 다스린다."라는 말이 있다. 연하는 음식물을 삼켜 넘긴다는 뜻으로 음식물이 구강에서 인두를 거쳐 식도를 지나 위의 분문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근육의 복잡한 반사 운동이 합쳐서 행해지며, 그 운동의 중추는 숨뇌(연수)에 있다. 이는 머리와 목에 있는 근육들의 불균형을 제자리로 가게 하는 자정 작용이 혀의 운동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혀의 모양이나 색상, 혀의 운동 검사를 통해 머리와 내과적인 질병뿐 아니라 목구조나 전신 척추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양한방에서도 혀는 중요한 근육일 수밖에 없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혀가 크기에 비해서 '가장 강한 근육'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한 게 아닐까 싶다.
하여 더욱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는 근육인 것이다. 혀의 그런 점을 잘 표현한 내용이 오대십국시대의 풍도(馮道, 882~954년)는 아마도 중국 역사상 처세에 가장 뛰어났던 인물이었을 것이다. 여러 왕조에서 관리를 하면서 홀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의 <설시(舌時)>라는 작품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입은 화의 문이며,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숙히 감추면 어디서든 몸을 편안히 할 수 있다.
혀 근육과 관련된 속담으로 "혀뿌리를 함부로 내두르지 말라."는 말이 있다. 아무 말이나 막하지 말라는 뜻이다. 막말 잔치의 대명사인 국회의원들을 뽑을 때 누가 막말을 많이 했는지 참고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의 혀는 뼈가 없어도 사람의 뼈를 부순다."는 속담도 있다. 세치 혀를 통해 나오는 말이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데, 요즘 정곡을 찌르거나 일침을 놓다는 뜻의 "뼈 때린다."는 말과 통한다. 참고로 혀에는 맛을 알아내는 약 9,000개 정도의 미각세포가 있다. 혀의 뒷부분은 쓴 맛, 중간 부분은 짠맛, 앞쪽은 단맛을 느낀다. 그리고 침이 묻어 있지 않으면 절대로 맛을 알 수 없다.
강한 근육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근육이 있다. 음식물을 씹는 근육인 씹기근육(저작근)들은 머리뼈에 부착되어 있다. 강력한 관자근과 깨물근은 턱관절을 조절해서 이를 갈고 물고 다무는 운동을 한다. 이 중 깨물근(Masseter, 교근)이 강한 근육에 속한다.
(마음먹고) 이를 물 때 깨물근이 가하는 힘의 크기는 무려 442kg
이다. 깨물근은 강력한 힘으로 턱관절에 작용해서 입을 다물 수 있다. 그리고 아래턱뼈는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뼈이기 때문에 이 압력을 견딜 수 있다. 강한 근육 하나 더 있는데, 엉덩이 근육인 큰볼기근(Glutaeus maximus: 대둔근)이다. 나이가 들면 가장 신경 쓰이는 근육은 바로 대둔근!~ 어느 날 엉덩이가 처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낄 때의 기분은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여하튼 엉덩이 근육이 처지는 것 때문에 상실감도 느낄 수 있으므로 틈틈이 다리 운동과 함께 엉덩이 근육도 단련시켜주길 바란다.
1분당 4.7리터의 피를 퍼내고, 70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약 27억 번을 뛰는 심장 역시 강한 근육에 속한다. 그러나 주로 버티는데 근육이면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불수의근(involuntary muscle: 사람의 의지나 힘과 상관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근육)이므로 강한 근육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자궁근육도 강한 근육에 속하지만 불수의근이므로 해당사항이 없다.
인체에서 가장 긴 근육은 허벅지에서 무릎까지 비스듬하게 뻗어 있는 넙다리빗근(Sartorius:,봉공근)이 가장 길다. 이 이름은 라틴어로 재봉사(Sator)에 유래되었는데, 일할 때 앉는 자세인 다리를 교차한 자세를 만들어내기 위한 4가지 동작(넙다리의 굽힘, 벌림, 가쪽돌림, 무릎관절의 굽힘)을 수행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만약 넙다리빗근이 손상되면 양반다리로 앉기나 제기차기 같은 동작이 힘들어질 수 있다. 걷거나 무릎을 쓰는 등의 움직임을 할 수 없게 된다. 넙다리빗근은 거위발 힘줄에 부착하는 세 개의 근육 중 하나이다. 이곳에 부착되는 다른 두 개의 근육은 두덩정강근(Gracilis, 박근)와 반힘줄근(Semitendinosus, 반건양근)이다. 넙다리빗근 길이가 길기 때문에 움직임에 제한을 받지 않지만, 수면 위에서 다리를 뒤로 물장구치는 움직임이 많은 수영 선수들에게서 거위발건의 혈액낭에 염증이 생기는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인체에서 가장 긴 힘줄(Tendon, 건)은 무엇일까? 오금의 바로 위에 있는 장딴지빗근(Plantaris muscle, 족척근)은 길이 약 50cm의 매우 긴 힘줄과 매우 작은 근육을 지니고 있는 근육이다. 길고 가는 힘줄로 이어지다가 발꿈치힘줄(Achilles tendon, 아킬레스건)에 합쳐져서 간접적으로 발꿈치뼈에 닿는다. 발꿈치힘줄은 인체에서 가장 튼튼하고 굵은 힘줄로 매우 강해서 달릴 때 체중의 열 배가 넘는 힘을 지탱할 수 있다.
덧: 알면 알수록 신비한 게 사람의 몸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토요일 되시길 바랍니다. 이상 푸샵이었습니다.┌(ㆀ_ _)┐
참고: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 샤오 춘레이 지음 | 유소영 옮김 | 푸른숲(2006)
참고: <인체 원리> DK 『인체 원리』 편집 위원회 지음 | 김호정, 박경한 옮김 | 사이언스북스(2017)
참고: <인체 완전판: 몸의 모든 것을 담은 인체 대백과사전> 앨리스 로버츠 지음 | 박경한 & 권기호 &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2012)
참고: <히포크라테스도 몰랐던 ㅁ의 비밀!: 치아야 정말 고맙다!> 정수창 지음 | 굿자연(2009)
참고: <전신 치의학2: 전신 균형의 기적 VII - 전신의학에서 보는 치과 치료> 세미나비즈, 2016.11.11
참고: <The Muscle, 근육학 5판> Klaus-Peter Valerius 외 5인 | 함용운 외 12인 옮김 | 감수 하권익 | 한솔의학(2012)
참고: <근막경선 해부학: 자세분석 및 치료 2판> 토마스 W. 마이어 | Cyriax 정형의학연구회 외 | 엘스비어코리아(2010)
참고: <기능해부학: 근육, 뼈대, 촉진법> Joseph E. Muscolino 지음 | 권오윤 옮김 | 엘스비어코리아(2012)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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