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해진 설계도를 지닌 몸
성장하느냐 소멸하느냐는 활동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신체는 운동을 하도록 설계되었고, 신체가 운동을 하면 결과적으로 뇌도 운동을 하게 된다. 학습과 기억은 우리 선조들이 음식을 찾아다니는 데 사용하던 운동 기능과 함께 진화해왔으며, 따라서 뇌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뭔가를 배울 필요를 전혀 못 느낀다.
- 존 레이티, 에릭 헤이거먼의 《운동화 신은 뇌》 중에서』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는 단지 기본 구성단위일 뿐, 그 자체로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생명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여전히 수수께끼지만, 생명의 기본 단위가 세포인 것은 확실하다. 세포는 분주하게 일하는 것들(리보솜과 단백질ㆍDNAㆍRNAㆍ미토콘드리아ㆍ그 밖의 많은 미세한 것들)로 가득하지만, 어느 것도 그 자체로는 살아 있지 않다. 세포 자체는 그것들을 담고 있는 일종의 작은 방, 즉 막이며 그 막 자체는 다른 여느 방들과 마찬가지로 살아 있지 않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든 하나로 모이면, 우리 몸을 이루고, 생명을 가지게 된다.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들은 여전히 이 부분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우리의 유전체(Genom, 유전체는 유전자와 염색체의 합성어임)가 이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1] 다시 말해 유전체의 설계대로 우리 몸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유전체의 모든 성분은 오직 단 한 가지의 목적인 당신의 혈통을 계속 잇는 것이다. 생명이 탄생한 이후로 유전체는 환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협연을 수십억 년간 끊임없이 지속하면서, 특정한 특성을 발전시키거나 잃도록 만든다. 진화라는 자연 선택 과정에서 적응을 통해 우리 몸은 다양한 기능을 갖게 되었고, 그 기능에 맞게 지금의 몸이 만들어졌다.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생존에 필요한 최적화된 구조와 기능을 획득한 것이다.
1980년 중반에 시작해 2003년에 완료된《인간 게놈 프로젝트》에서 인간의 유전체 전체 배열을 밝혀냈다.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 이중 나선 구조를 밝혀낸 지 50년 만의 일이다. 사람의 경우 세포마다 대략 30억 쌍의 염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바로 이 30억 쌍의 염기가 어떤 순서로 배열돼 있는가를 밝혀내는 작업이었고, 99.9%의 정확성을 바탕으로 완전히 분석되었다.[2]
단언하건대 우리가 가진 것들 중 가장 복잡한 시스템은 우리 자신의 몸이다. 생명은 40억 년 전에 지구를 뒤덮고 있던 원시 바다에서 비롯된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는 모른다. 아마도 무작위적인 원자들의 충돌로 고분자가 형성되고, 그것이 스스로를 복제하고 서로 결합하여 더 복잡한 구조를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35억 년 전에 대단히 복잡한 구조를 가진 DNA가 튀어나왔다는 것뿐이다.
– 스티븐 호킹의《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7장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중에서[3]
DNA - Deoxyribo Nucleic Acid, 디옥시리보핵산[4]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DNA에 대해 작고한 스티븐 호킹은 저서《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을 통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구 위 모든 생명체의 기본 요소인 유전자의 본체 DNA는 나선 계단 같은 이중 나선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나선 계단의 발판 모양처럼 생겼다. 염기는 시토신ㆍ구아닌ㆍ아데닌ㆍ티민으로 모두 네 종류가 있다. 나선 계단을 따라 서로 다른 염기가 늘어선 순서에 유전 정보가 담겨 있고, 이 유전 정보는 DNA 분자가 주위 조직과 결합하여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도록 한다. DNA가 스스로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간혹 나선을 따라가던 염기의 순서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복제 오류가 생기면, DNA는 자기복제를 할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유전적 오류, 즉 돌연변이는 소멸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경우에서 오류 또는 돌연변이가 DNA의 생존과 복제 가능성을 증가시켰다. 그렇게 해서 염기 배열 안에 든 정보는 점차 진화하고 복잡성이 증가하게 된다. 이 돌연변이의 자연 선택설은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이 1858년에 처음으로 제안했지만, 그도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몰랐다.
생물학적 진화는 기본적으로 모든 유전적 확률들의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무작위 과정이기 때문에 매우 느리게 진행된다. 복잡성, 또는 DNA 안에 암호화된 정보의 비트 수는 대략 분자 안 핵산의 수로 주어진다. 정보의 각 비트는 예/아니오 질문의 대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생명의 역사에서 첫 20억 년 정도는 복잡도의 증가 속도가 100년에 1비트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속도가 점차 빨라져서 마지막 몇백만 년 동안에는 1년에 1비트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느리디느린 생물학적 진화 과정을 기다리지 않아도 DNA의 복잡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와 있다.
인간의 DNA는 지난 1만 년 동안 상대적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1,000년 안에 DNA를 완전히 새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될 것 같다. 우리는 이미 DNA를 정확하게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크리스퍼(CRISPR,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라고 부른다. 이 유전자 편집 기술의 기본은 박테리아의 면역 체계이다. 이 기술은 유전자 띠를 정확히 겨냥하여 편집할 수 있다.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과학자들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바로잡고 유전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유전자 조작의 최선의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DNA 조작이 가진 잠재적 결과 중에는 이보다 덜 고귀한 것도 많다.
인간이 유전공학을 이용하여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지는 시급한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유전공학은 운동 뉴런 질환을 치료할 좋은 잠재력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무시할 수 없는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 대상의 유전공학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막을 수 있을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경제적 이유로 동식물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공학이 허용될 텐데, 누군가는 분명히 그것을 인간에게도 시험해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우리가 전체주의 세계의 질서 안에서 살지 않는 한,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개량된 인간을 설계할 것이다.
개량된 인간이 개발되면 결국 개량되지 않은 인간들은 엄청난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인간 대상의 유전공학이 좋은 것이라고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런 일이 앞으로 1,000년 안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앞으로 350년 동안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스타 트렉」 같은 과학소설을 믿지 않는다. 나는 인류가, 그리고 인간의 DNA가 대단히 빠른 속도로 복잡도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전자 레시피, 즉 게놈의 초안이 완성됐다고 해서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유전자는 약 2만 5천여 개에 달하는데 각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내는 후속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기능분석 작업은 지금까지 해온 염기서열 분석보다 훨씬 오랜 연구 노력이 요구된다. 학자들은 앞으로도 20년 이상 더 연구해야 유전자를 이용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아직도 정확한 기능을 모르는 유전자 수는 1만 2천여 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여러 개의 유전자가 발병 원인이라는 점도 유전자 치료를 어렵게 한다. 예를 들면 당뇨병 발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만 1,500개다.
유전학의 역설은 우리 모두가 서로 전혀 다르면서도 유전적으로는 사실상 동일하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DNA의 99.9퍼센트가 같지만, 그럼에도 어느 누구도 똑같지 않다. 나의 DNA와 당신의 DNA는 약 300만-400만 곳이 다를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미한 비율이지만, 그래도 우리를 다르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또 당신은 약 100개의 개인적인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당신에게 유전자를 물려준 부모에게는 없고 당신에게만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이다.
이 모든 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아직 대체로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사람의 유전체 중 단백질의 암호를 가진 것은 2퍼센트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단 2퍼센트만이 확실히 드러나면서 명백하게 실질적인 일을 한다. 나머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 빌 브라이슨의《바디: 우리 몸 안내서》중에서[5]
작고한 호킹 박사는 DNA를 완전히 새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일 가질 수 있게 되기까지는 천 년 정도 걸린다고 예측했다. 유전자 관련 학자나 전문가들은 유전자 편집이 질병 치료 목적 외에 다른 목적으로 설계를 수정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같은 맥락에서 인간의 뇌와 몸의 기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로봇의 개발과 이용에 관해 윤리적 제도를 마련하지 않으면, 인류의 멸망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아무런 제재 없이 군사 목적으로 이용될 경우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 억 년 생명 진화의 과정 중 하나로 탄생하게 된 우리 몸은 종종 기계에 비유되어 왔지만, 이제는 인공지능과 로봇에 비교되기도 한다.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류 최강의 바둑 기사 이세돌을 이겼지만, 다른 모든 것들을 종합했을 때 아직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방대한 학습 능력과 처리 속도는 인공지능을 따라갈 수 없다. 로봇도 인간과 흡사하게 발전하고 있고,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가장 어렵다는 2족 보행도 요즘 로봇은 쉽게 해내고 심지어 춤도 잘 춘다. 하지만 정교한 인간의 움직임을 구현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움직임만이 아니다. 향후 의료 로봇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바이오프린팅(Bioprinting)‘[6] 기술을 이용해 정교하고 자동화된 인공장기 제작법을 구현할 수 있게 되면, 인공심장ㆍ인공관절ㆍ인공장기는 사고 등으로 망가진 몸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이런 기술들이 윤리적으로 올바르게 사용되지 않을 경우 인류를 비극적인 결말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화의 과정을 거스르지 않고 생긴 대로 살아가는 것이 자연 섭리라면, 이를 거스를 경우 상상할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슈뢰딩거의 질문: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간계 개체의 구성요소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그 계를 예측할 수 없는 특징인 ‘창발성(Emergent Property, 떠오름 현상)’이 있다. 지금, 푸른 행성 지구에서 인간의 몸으로 살아간다는 자체만으로 선물이며, 삶에 존재하는 우연이라는 의외성 때문에 기적일 수 있다. 만약 그 조건을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다면 삶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푸른 지구는 황폐해 것이다. 의학적 해결이 어려운 질병을 해결하는 것과 단지 젊음을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한 DNA 편집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DNA를 새로 설계할 수 있는 천 년 후까지 몸과 마음을 위한 운동ㆍ영양ㆍ휴식의 꾸준한 실천이 건강한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인간은 손을 잃어도 발을 잃어도 눈을 잃어도 살 수 있지만, 공기를 잃으면 물을 잃으면 태양을 잃으면 죽는다. 그렇다면 진짜 나의 몸은 무엇인가.
- 데니스 오하라Dennis OHara 캐나다 토론토대 종교철학 교수
빌 브라이슨이《바디: 우리 몸 안내서》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정기 수리를 받거나 예비 부품으로 교체할 필요 없이 하루 24시간 내내 수십 년간 가동되고, 물과 몇 종류의 유기화합물로 작동하며 이동성과 융통성을 갖추고, 부드러우면서 조금은 사랑스럽고 열정적으로 스스로 번식하며, 농담을 주고받고 애정을 느끼고, 저녁노을을 감상하고 시원한 산들바람을 느끼는 존재다.
나는 봄날의 햇살과 바람이 따듯하게 내 피부를 어루만져 주고 간지럽히는 것을 느끼고, 지저귀는 새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속삭이는 소리 그리고 푸른 바다를 보면 파도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며, 몸의 에너지가 충만해짐을 느낀다. 이런 일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할 수 있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있을까? 우리는 진정으로 경이로운 존재이다. 그리고 지구상 다른 종들도 마땅히 그렇다.
대부분은 활동량이 너무 적음에도 운동조차 하지 않고, 최대한 많이 먹음으로써 자신을 대한다. 아무런 생각없이 첨가물 범벅의 간편식과 열량만 높은 영양불균형 식품을 입안으로 집어넣으면서, 쏟아지는 정보를 걸러내지도 못한 채 스마트폰에 넋을 뺏기거나, 최첨단 기능의 모니터 앞에서 AI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축 늘어져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생각해 보라.
그럼에도 우리 몸은 스스로를 돌보고, 입으로 집어넣은 잡다한 음식으로부터 영양소를 추출하고, 수십 년 동안 꽤 높은 수준으로 몸을 유지한다. 나쁜 생활습관은 결국 오랜 시간에 걸쳐 몸과 마음을 망가뜨린다. 설령 거의 모든 면에서 나쁜 생활습관을 했더라도 몸은 우리를 유지하고 보존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도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흡연자 6명 중 5명은 폐암에 걸리지 않으며, 심근경색의 위험성을 가진 사람 중 대다수는 심장마비 일으키지 않는다.
매일 몸속 세포 중 1~5개는 발암성을 띠고, 면역계가 그것들을 포착하여 죽이는 것으로 추정되어 왔다. 다시 말해 일주일에 20여 번, 1년이면 1,000번 넘게 당신은 이 시대의 가장 끔찍한 병에 걸리지만, 그때마다 몸은 당신을 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평소에 몸을 잘 보살피지도 존중하지도 않는다. <내 몸속 우주: 미생물과의 공생>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몸은 놀라울 만큼 조화로운 방식으로 작동하는 37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우주다. 몸속 세포들은 대부분 잘못되는 일 없이 계속 복제되고 또 복제된다. 우리 몸은 결코 혼자가 아니며, 몸속 4만 종에 이르는 39조 개의 미생물과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진화로 이어져 온 조화로운 방식과 미생물과의 협연이 매일 우리 몸을 구하고 있다.
수십 억 년의 진화 과정 중 약간의 오류로 인해 겪는 두통ㆍ요통ㆍ생리통ㆍ산통ㆍ치통ㆍ복통 그리고 피부를 뚫고 나온 뾰루지는 우리가 불완전함을 선언하는 정상적인 과정들이다. 물론 삶의 과정 중 드물게 암이 심각하게 진행되어 우리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암은 드물다. 암은 죽음의 흔한 원인일 수 있지만 인생에서 흔한 사건은 아니다. 우리를 죽일 수 있는 수천 가지 이유 중 하나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집대성한 국제질병 사인 분류에 따르면 약 8,000가지가 넘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하나하나를 전부 피하다가 한 가지에 걸릴 뿐이다.
엔도 히데키의 저서《인체, 진화의 실패작》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너덜너덜한 설계도에 숨겨진 5억 년의 미스터리
분명히 우리 몸은 어느 모로 보나 완벽하지 않다. 몸속 장기들은 대부분 자체 복구가 되지 않는다. 얼룩말 무늬의 물고기 제브라피시(Zebrafish)는 심장이 손상되면 새 조직이 자란다. 그러나 우리에게 심장 손상은 치명적인 문제가 된다. 직립보행 하는 인간 사족보행 하는 동물에 비해 심장을 더욱 난처한 상황에 빠뜨렸다.
거의 모든 동물은 스스로 비타민 C를 만들지만 우리는 하지 못한다. 우리는 턱이 너무 작아지는 쪽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타고난 치아를 다 받아들이지 못해서 매복 사랑니가 있으며, 골반이 너무 작아서 아기를 낳을 때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리고 절망적일 만큼 요통에 걸리기 쉽다(예고 없이 찾아온 급성 요통으로 몸을 움직이기 고통스러워 2023년 5월 27일부터 4일간 집안에서만 생활해야 했다. 연차와 대체공휴일까지 있던 기간의 모든 계획은 요통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너덜너덜해진 설계도와 진화의 오류를 보완해, 몸이 겪어야 할 고통을 없애줄지도 모를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그리고 바이오 프린팅의 혜택을 받아 뇌를 제외한 나머지 몸을 개조해 인조인간(Cyborg)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건 어떨까? 어릴 적 봤던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 철이가 그토록 원했던 기계인간의 몸을 가지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되는 지금,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삶의 기적은 우리가 오류가 있는 설계도를 지닌 채 타고난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오류를 물려준 존재가 심지어 대부분의 시간 동안에 인간도 아니었던 먼 조상들로부터 온 것이다. 우리 몸은 그들로부터 수십 억 년에 걸쳐 물려받은 진화의 산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설계도에 지배 되지 않고, 후천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빌 브라이슨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따뜻하고 얕은 바다에서 떠다니는 단세포 방울로서 기나긴 역사를 거치는 여행을 시작했다. 그 뒤로 일어난 모든 일들은 하나의 기나긴 흥미로운 사건이었지만 꽤 영광스러운 사건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우리 몸은 단순한 원자로 구성된 기계의 몸이 아닌, 생로병사(生老病死)가 각인된 세포로 조화롭게 이루어진 몸을 움직이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거대한 물줄기가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알 수 없다. 무(無)의 특이점에서 대폭발이라는 움직임으로 팽창하고, 지금도 여전히 팽창하며 움직이는 우주가, 언젠가는 움직임을 멈추고 다시 특이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상상해 본다. 그것 또한 자연의 법칙이리라. 부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으며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길 희망해 본다.
■ 다음 연재 글:
[1부 – 안내서에 대한 안내서: 움직인다는 것] 1장. 움직인다는 것_태초에 움직임이 있었으니
<[운동 안내서] 몸은 어떻게 움직이나?>
[운동 안내서] 삶을 변화시키는 힘! 운동이란 무엇인가?
[운동 안내서] 우리는 무엇인가? | "예전보다 운동을 많이 합니다"
[심플 운동] #살아있다 하여 비울 것 그리고 채울 것!
[완벽한 몸만들기] 17년 만에 다시 쓰는 몸만들기와 운동 이야기
[완벽한 몸만들기] 몸만들기와 모든 운동 시작 전 꼭 알아야 할 사항들
당신 몸속 작은 우주 이야기: 37조 개 움직임과의 만남
참고: <몸은 어디서 왔고,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푸샵.com, 2018.4.5
[1] P10, 데트래프 간텐, 틸로 슈팔, 토마스 다이히만의《우리 몸은 석기시대: 진화의학이 밝히는 질병의 이유들》
[2] P13, 스티븐 M. 로스의《운동 유전학: Genetics primer for exercise science and health》
[3] P91-92, 전자책, 스티븐 호킹의《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4] P81, 전자책, 스티븐 호킹의《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5] P9, 전자책, 빌 브라이슨의《바디: 우리 몸 안내서》
[6] 저자 주: 살아있는 세포를 활용한 생체적합성 바이오잉크를 3D 프린팅처럼 층층이 쌓아 올려 인공 조직이나 장기를 만들어내는 기술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사이트&SNS: http://푸샵.com, 페이스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