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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ieminsu Mar 23. 2017

미도리 리코타 티라미수
-요리, 그냥 해보자

Down Under Food Rhapsody

어렸을 때 투명한 빨대같이 생긴 긴 튜브에 갖가지 과일맛이 나는 가루를 담아 파는 것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불량식품' 일터인데, 어느 날 무슨 생각인지 계란을 풀어 프라이팬에 넣고 그 형광 오렌지 색깔의 가루를 솔솔 뿌려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었다.  말하자면 내 생애 최초의 "요리"인데 당연히 쓰레기통 신세가 되었다. 


두 번째로 시도한 것은 "가정요리' 어쩌고 라는 아침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도너츠. 군침을 삼키며 저걸 꼭 만들어보마 다짐을 했다. 엄마가 외출한 틈을 타서 열심히 반죽을 하고, 컵으로 동그란 도너츠 모양을 찍어낸 후 튀기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노릇노릇 먹음직스러운 갈색빛으로 변하며 표면으로 떠오르던 티브이의 통통한 도너츠와는 달리 반죽 색깔과 똑같이 허여 멀 건한 납작한 도너츠가 둥둥 뜨는 것이다. 

그때 내 나이 7살. 큰 냄비에 한가득 들어있는 그것이 기름인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물을 한가득 넣고 도너츠를 튀겼으니, 아니 삶았으니, 수제비가 되어 나와 당연히 수제비 도너츠도 쓰레기통으로...


그 후에 중학교에 올라가 가정과목을 공부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새 학년으로 올라가 새 교과서를 받아 올 때마다 가정 책에 있는 요리를 해보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었다.

사실을 털어놓자면 나는 손재주는커녕 손에 닿는 것마다 망가뜨리고 깨뜨리기로 유명하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음식을 나르거나 쟁반을 드는 일을 절대로 시키지 않으셨고, 초등학교 수수깡 공작시간을 비롯, 가정 시간의 뜨개질, 개더스커트, 한복저고리 만들기 등은 아예 처음부터 엄두가 안나 포기했다.

치마 본을 종이에 그릴 때부터 가슴이 먹먹해지고 편두가 아파오는 것이 정말이지 미칠 지경인 것이다. 

이런 내가 음식을 하는 것에 꽤 취미가 있고,  어쩌다 가끔씩은 내가 봐도 그럴싸하게 음식을 만드는 것이 신통할뿐이다.

요즘 보면 정말이지 음식에 관한 프로그램, 인터넷 정보, 잡지들이 넘쳐난다.

유명 셰프들부터 셰프 못지않은 일반 블로거까지 날고 기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물론 나는 그런 엄청난 실력자 하고는 견줄 수도 없다.

그러나 반면 내 주위엔 상추를 뜨거운 물로 씻는 친구를 비롯해서 봉지에 들어있는 말린 취나물, 고사리나물 등을 바로 뜯어 국을 끓여보겠다는 사람도 봤다. 또 한 가지 재료라도 없으면 그 요리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다수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은 '요리는 쉽다'

그리고 얼마든지 창의적이다. 두려움을 갖지 말고 '그냥 하면 된다'

내가 소개하는 레시피들은 그래서 정확하지 않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으니까 듬뿍 넣고 하기 바란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니까. 요리란 게…

난 심지어 정확해야 한다는 베이킹도 배짱으로 이것저것 바꾸고 시도한다. 물론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난 결코 그것이 실패라고 생각지 않는다. 

아는 동생의 생일이어서 티라미수를 만들기로 했다. 오븐에 구울 필요 없고, 만드는 시간도 짧아서 좋고, 글루텐에 굉장히 예민해서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자제하는 용언니 형부도 가끔 즐기는 아이템이니 한번 만들면 여러 명한테 인심 사기 좋은 디저트이다. 

늘 하는 티라미수에 좀 식상한 듯싶은데, 요새 한창 맛있게 익은 허니듀 멜론이 눈에 꽂혔다. 

제철 재료를 이용하는 것이 최고라는 것이 내 지론,  허니듀를 이용하여 색다른 버전의 티라미수를 만들어 보았다. 보기에도 이쁘고, 반응도 괜찮아서  레시피 소개해본다.


미도리 리코타 티라미수

스펀지 핑거스 비스킷 

미도리 리큐어

멜론 포도

마스카포네 150g 리코타 치즈 50-80g

바닐라 익스트렉

생크림 150g

게란 노른자 2개 설탕 2큰술


일단 비스킷을 적실 미도리 시럽을 준비하자.

물 1컵 설탕 2-3큰술 끓이다가 미도리 리큐어를 넣는다 1/4 컵 정도

초록 식용색소 1방울(생략 가능)을 넣고 식힌다.


치즈 베이스 준비 

마스카포네 150g, 리코타 치즈 50-100g 

바닐라 익스트렉 2-3방울

계란 노른자와 설탕을 유리볼에 넣고 끓는 물 위에 그릇을 올리고 저어준다. (중탕)

열심히 저어주어 색깔이 연해지면서 부피가 2배 정도로 부풀면 그릇을 불에서 내린다

여기에 마스카포네, 리코타 치즈, 바닐라 익스트렉을 넣고 잘 섞어준다


크림 휘핑

생크림에 설탕 1스푼 정도 넣고 거품이 단단 해질 때까지 휘핑한다. 

휘핑된 크림의 반을 치즈 혼합물에 넣고 살살 저어준다.

잘 섞어지면  나머지 크림을 넣고 포근히 잘 섞어준다 


조립

비스킷을 미도리 시럽에 적신다

비스킷을 바닥에 깔고, 그위에 치즈크림 얹는다

다시 시럽에 적신 비스킷 그위에 치즈크림 얹기.

멜론과 포도로 장식.


바로 먹기보다는 냉장고에서 최소 4-5시간 재운 후 서브하는 것이 좋다.  하룻밤 지나고 먹으면 더 맛있다. 마스카포네만 이용한 클래식 티라미수처럼 부드럽고 크리미 하진 않지만, 과일향이 나서 산뜻하고 리코타의 질감이 느껴지는 독특한 티라미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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