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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ieminsu Mar 29. 2017

치즈, Cheese, Fromage I

Down Under Food Rhapsody

고것 참 신통하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모든 음식에 넣으면 음식이 마술처럼 다 맛있어진다. 

나는 치즈가 너무 좋다.

나의 치즈 사랑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전통적 식생활은 유제품과는 꽤 거리가 멀었던 것 같다.

우유가 두툼한 유리병에 담겨 배달돼 오던 그 시절, 엄마가 가끔 한 번씩 치즈를 사서 주셨다. 내 기억으로는 그 당시 우리나라에 치즈는 대표 우유회사에서 나온 네모반듯한 슬라이스 치즈가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이모할머니 댁에 가면 도깨비시장에서나 파는 미제 치즈를 볼 수 있었는데 그 역시 비닐로 얌전히 싸 있는 슬라이스 치즈였다. 

시큼 콤콤한 냄새를 풍기는 그 찝찔한 치즈를 먹는 것이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어서, 칼슘이 많다고 비싼 거 샀는데 왜 안 먹냐는 엄마의 잔소리를 늘 들어야 했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치즈를 박대하기를 여러 해,  어느 여름,  피서지에서 마땅한 반찬이 없자, 흰밥에 치즈를 반찬으로 밥을 먹는데, 이건 생각 외로 꽤 먹을만한 것이었다.  밥과 먹으니 간도 맞고, 따뜻한 밥에 살짝 녹은 치즈는 냉장고에서 바로 나온 치즈와는 전혀 다른 풍미가 있었다. 그래서 그 후에는 곧잘 도시락 밥 위에 치즈를 한 장씩 얹어가곤 하였다.

세월이 훌쩍 지나 호주에 오자 슬라이스 치즈가 전부 인 줄만 알고 있던 나에게 딴 세상이 펼쳐졌다.

어찌 그리 많은 종류의 치즈가 있던지… 그러나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난 그저 만만한 슬라이스 치즈만 줄곧 사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지한 나의 미각을 번쩍 깨워준 일이 일어났다.

학교가 끝나갈 때쯤 학교에서 실습생으로 어느 리조트 키친에 몇 주 동안 실습을 나갔다. 

내가 들어간 파트는 뷔페를 준비하는 키친이었는데, 차게 먹는 메뉴는 전날 미리 준비를 했다.  과일 샐러드, 올리브도 미리 그릇에 담아 준비하고, 야채도 썰고, 햄도 썰어 두고 물론 치즈 플래터(모둠 치즈

)도 준비하였다.  그때 처음으로 그렇게 큰 치즈를 처음 보았다. 

통식빵보다 더 큰 치즈 덩어리를 슬라이스 기계로 슬라이스 하기도 하고, 스틱 모양으로 자르기도 하여 준비하는데 스위스 사람인 헤드 셰프가 프렙(준비)을 하던 중 갑자기 치즈랑 포도를 같이 먹으면 너무 맛있다면서 나보고 먹어보라는 것이다. 

'엥? 찝찔한 치즈랑 포도를 같이 먹으라고? 그게 도대체 무슨 조합이람? ' 생각을 하며 치즈와 포도를 함께 입안에 넣고 씹는데, 머릿속에 종이 울렸다. 그 순간이 내가 치즈와 사랑에 빠진 결정적 순간이었다.   

구멍이 뻥뻥 뚫린 스위스 치즈는 향긋하고 부드러우면서 덜 짜고, 살짝 우유 단맛이 느껴졌다.  거기에 달콤하고 은근히 산도가 있는 통통한 포도 한 알 깨무는 순간, 아! 맛이 따로 노는가? 하는 느낌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어우러지는 감칠맛은 내 머릿속에 깊게 각인되었다. 

그 후 만화 라따뚜이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나와 신기해하면서 엄청 공감을 했다. 

졸업 후 일하게 된 호텔의 Garde Manger(찬 음식을 저장, 준비하는 키친)에서는 더욱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이용해서 플래터를 만들었다. 

가끔 그 키친에서 일손이 필요하게 되면 덩달아 스위스 치즈, 체다치즈, 브리, 카망베르, 블루치즈, 카라웨이 씨가 박힌 치즈 등 온갖 치즈를 충분히 맛볼 수가 있었고 이즈음부터는 슬라이스 치즈에 별 매력을 못 느끼고 여유가 될 때마다 안 먹어본 새로운 치즈를 한 번씩 사서 시도하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여기서 가공치즈와 자연치즈를 잠깐 살펴보자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슬라이스 치즈는 대표적인 가공치즈(processed cheese)에 속한다. 치즈를 만드는 과정 중 나온 부산물을 이용해 만들기도 하고, 유화제가 들어가 열을 가하였을 시 분리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보존이 용이하고, 늘 같은 맛을 기대할 수 있으며 때때로 색소, 보존제 등 다른 첨가물도 들어간다고 한다.


자연치즈(Natural cheese)는 치즈를 만들 때 기본적으로 필요한 박테리아, 레닛(Rennet) 정도가 우유에 첨가된다. 우리나라의 김치처럼 발효되고, 숙성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맛이 깊어진다. 


호주에 살아서 좋은 점 중 하나는(적어도 나에게는), 여러 가지 신선한 치즈를 큰돈 안 들이고, 쉽게 구하고, 실컷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은 단순한 거라는 말이 어쩔 땐 맞는 듯싶다.


Banana Cheese Toast - 1 minute Breakfast


중간 정도도 토스트 한 빵에 체다치즈(원하는 치즈)를 썰어 올린다. 바나나를 슬라이스해 치즈 위에 올린 후 전자레인지에 치즈가 살짝 녹을 정도로만 돌린다.  20-35초 정도 


*갈색 점이 생기기 시작한 바나나를 이용하면 더 맛있다.

*식빵보다는 치아바타 빵이나, 호밀빵, 사워도우 빵이 좋겠다. 

*다들 경험이 있겠지만, 전자레인지에 빵을 오래 익히면 빵이 딱딱히 굳어지므로 주의하자.


달달한 바나나와, 짭조름한 치즈가 의외로 궁합이 좋아 놀랄 수 있다. 

치즈랑은 별로 안 친한 아빠도 좋아하시는 초간단 아침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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