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넘어 다니며 우리를 관찰할 수 있기에, 초월자에게 우리 인생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보인다. 모든 일어날 일은 이미 일어나 있고, 모든 사건들은 주인공이 선택한 듯하지만 이미 일어나 있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 명장면을 돌려보는 것처럼, 초월자도 우리의 삶을 원하는 시점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어날 일이 일어난다고 해서 영화의 주인공이 주체성을 잃는 것은 아니다. 새드 엔
딩이든, 해피 엔딩이든 영화의 주인공은 그것을 알 수 없고, 심지어 러닝타임이 얼마나 되는
지도 알지 못한 채로 영화의 주인공은 순간순간 시련을 마주하고, 갈등을 마주하지만 거기서
인생을 멈춰버리지 않는다. 나쁜 선택이든 좋은 선택이든 선택하고, 나아가고, 무너지기도 성
장하기도 행복하기도 한다. 요점은 결말과 러닝타임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계속해서 나아간다는 것.
그러니까 우리도 끝까지 꽃피우기 위해 살아내야 한다. 우리는 자기 삶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강신주의 말처럼, 꽃이 질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꽃을 피우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며 살아야 한
다. 내 인생이라는 영화의 러닝타임이 어디인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인생이니까, 그만큼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투쟁하며 시련을 이겨내고 웃고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