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지콰이 프로젝트’의 <춤>(2005년)
2023년 07월 28일 [인천In] '음악가 이권형의 인천인가요' 기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언론 기사 등을 통해서, 일상의 호기심과 잡담 속에서 수많은 죽음이 우리 곁을 스쳐 갑니다. 호기심에 사로잡힌 이야기는 점점 더 화려하고 신선한 죽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총 한 방쯤으로 처리되는 죽음 정도는 이제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게 되어버리고, 계속해서 더 색다르고 새로운 죽음이 고안되는 중입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이 만연해지고, 죽음의 의미는 계속해서 축소되고 소거됩니다. 어쩌면 죽음에 대한 무관심이 익숙해진 세상에 살면서, 우리는 눈앞에 불쑥 다가오는 죽음을 마주하는 법을 잊고 그저 충격적이고 거대한 혼란으로만 받아들이게 된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됩니다.
이렇듯 살아있는 자로서 어떻게 죽음을 이해하며 받아들이고, 또 책임질 것이냐는 문제에 직면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어떤 죽음에 대하여 그저 호기심의 대상으로, 이해 없는 잡담으로 소비하는 건 무책임하지만, 지나친 엄숙함 또한 죽음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하고 책임지려는 관심을 경직시키는 수가 있을 겁니다. 어느 쪽이든, 살아남은 자들에게 죽음이란 어려운 문제입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죽음을 이해하고 책임지는 것은 온전히 산 자들의 몫이라는 게 사실 앞에서 말입니다.
충격적인 죽음에 대한 기억은 언제도 불쑥 떠오릅니다. 저 또한 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내는 경험은 항상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그때마다 무척 당황했습니다. 이해해보려고도 했습니다만 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고, 죽음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산 자들의 몫이라는 당연한 사실만이 비통하고 애석하게 느껴졌습니다. 삶은 한 번뿐이고, 아무리 죽음을 상상하고 해석해보려 해도 정답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 슬프고 황망한 저녁에 이번에 소개할 ‘클래지콰이 프로젝트’의 <춤>을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에 어쩌면 죽음을 논리적으로만 해석하려는 시도엔 한계가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문득 떠오를 때마다, 혹은 망자를 추모할 일이 있을 때마다 망자를 보내는 슬픔을 딛고 춤을 춰보자는 이 노래를 들으며 위안받고는 합니다.
산 자는 이곳에 있고, 죽은 자는 저쪽에 있습니다. 그러한 대립이 화합할 길은 논리적인 사유와 이해보다는 차라리 음악과 춤으로 이어지는 광기와 환희의 움직임 쪽에 가까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디오니소스가 음악과 광기, 그리고 환희의 신임과 동시에, 죽음의 신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합니다.
세상엔 사람의 머리로 이해되지 않는 문제들이 너무 많고, 어쩌면 그래서 때로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면서 왜곡되는 현실과 그 너머의 감각이 미치도록 간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지가 봅니다. 그렇게 죽음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넌지시 상상하면서, 그것을 외면하고 때론 동경하면서, 멈추고 나아가는 비틀거림이 새로운 춤이 되어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음의 신 디오니소스는 또한 재생의 신이기도 하다는 걸 보란 듯이 증명이라도 하듯이 말입니다.
그러니, 살아있는 우리는 손을 잡고 웃으며 춤을 춥시다. 망자를 보내는 슬픔과 환희로 가득 찬 춤사위는 또다시 새로운 삶의 리듬으로 태어날 테니까요.
“눈물을 닦아내지 않길 그의 길에 비가 되어 내리도록
미소를 환히 보여주길 그의 길에 빛이 되어 내리도록
어둠이 사라지면 구름이 지나가면
이제 눈물은 걷고 사랑스런 미소만
Can you ever understand?
And you're always on my heart
Put your arms around my soul till I get to you
Dance now (hold your breath)
Don't you cry
Take my hand, hold your breath, the night is young
Dance now (hold your breath)
Show your smile
Take my hand, hold your tears, the love is young
슬픔이 밀려오려 해도
Take my hand, and dance with me, so you can see
Dance now (hold your breath)
Don't you cry
Take my hand, hold your breath, the night is young
Dance now (hold your breath)
Show your smile
Take my hand, hold your tears, the love is young
서로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그런 생각하며 후회하지는 말길
이제 때가 다가와 나의 여행 끝에서 to be with me so you can finally see
Dance now
Don't you cry
Take my hand, hold your breath, the night is young
Dance now
Show your smile
Take my hand, hold your tears, the love is young”
- ‘클래지콰이 프로젝트’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