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자가 주부지에서 쓰는 글, 유부녀가 싱글을 위해 쓰는 글.
“나이가 많은 여자 기자님이 오실 줄 알았어요.” 분기에 한 번은 들었던 말이다. 나는 주부지 그것도 ‘주부생활’에서 글을 쓰는 미혼의 여성이었다. 인터뷰나 미팅 자리에서 사람들은 “실례지만”이란 말을 덧붙여 종종 나의 결혼 여부나 나이를 묻는다. 실례가 될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되받아치고 싶지만 성미가 그렇지 못한 걸. 사람들의 눈엔 마치 자동차 전문지에 다니면서 운전면허도 없는 기자처럼 보이겠지.
건축, 인테리어 전문지에서 뭉술한 이론과 화려한 수식과 묘사 질렸던 나는 홧김에 주부지로 자리를 옮겼다. (건축 전문지의 글이 그렇다는 게 아니다. 순전히 지식과 혜안이 부족했던 내 글의 문제다. 되돌아보면 아는 것이 적어 장식적인 글을 썼다. ) 주부만큼 실제의 삶을 살고 삶의 보편적 문제를 고민하는 존재가 있을까. 매일의 식사를 시작해 빨래를 하고 집안을 청소하는 등의 현실적인 이야길 하고 싶었다.
사람들 눈엔 주부지에서 일하는 미혼의 젊은 여기자가 신기하게 보였나 보다. 그게 무슨 상관이람. 3년의 시간을 그런 질문에 쌓여있던 나는 '싱글즈'로 자리를 옮겼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비혼을 선언했고 결혼 없는 삶, 순전히 나만 책임지는 삶을 계획했다. 그게 내가 가진 너비, 깜냥의 최선이었다. 그제야 좀 나의 정체성과 매체가 맞는 듯했다.
싱글즈에서 일한 지 이제 겨우 만 1년. 나는 유부녀가 되었다. 비혼을 선언했던 나는 예신이 되어 드레스를 골랐고 남자친구를 남편이라 부르는 아내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결혼 이야기를 몇 자 적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