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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격하는지혜 Feb 24. 2021

폭력의 기억에 갇힌 사람들

불거지는 학폭 의혹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학교라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라기 위해 함께 거하는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만큼 참혹한 게 없다. 게다가 정당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가해자가 가해자가 되지 못하고 피해자가 피해자가 되지 못한 채로 학창시절이 종료되기라도 하면 당시에는 무난히 넘어갈지라도 후에 찾아올 여파는 우리의 상상 이상이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데 행하는 쪽이나 당하는 쪽이나 자신의 삶과 영혼에, 상처라 불리는 지우기 힘든 흔적을 남기는 까닭이다. 특히 유년 시절이나 청소년기에 경험하는 폭력은, 치기어린 마음의 발현일 뿐이었다 할지라도 몸과 마음에 인식된 기억이 삶 전체를 휘어감아 사람과 세계를 보는 시각 자체를 비틀어 버리니, 사회 공동체의 입장에서도 반드시 주시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위험요소다.


사람이라 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이고, 한참 성장하고 발달하는 중이라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시기에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하여 이 때 폭력의 발발보다 더욱 중요한 관건은, 벌어진 사태를 함께 겪고 제대로 해결해 나가도록 도움을 줄 어른이 주변에 존재했는지, 존재했다면 올바른 반응과 대처를 보여 주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그에 따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자신보다 안정적인 위치에 놓인 어른의 적극적이고 섬세한 도움을 받아, 제대로 된 시시비비가 가려지고 받을 사과와 받을 벌이 온전히 주어지며 불거진 폭력의 상황이 서서히 가라앉는 것을 경험한 이들은, 정상적인 관점에서는 폭력이 절대로 정당할 수 없음을 깨달아 알았기 때문에 상처의 치유가 빠르고 또 다시 벌어질지 모를 유사한 상황에서 대처할 동력 또한 배운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1


반면, 누구의 도움도 꾸지람도 얻을 수 없는 상황에 있었던 이들은, 폭력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에 앞서, 강한 자라서 당연히 행하고 약한 자라서 당연히 당하는, 약육강식의 개념을 장착할 수밖에 없다. 폭력을 행한 가해자들이 그에 응당한 훈육이나 처벌을 받기는커녕 기세등등하게 돌아다니고 피해자들은 더욱 움츠러들어 묵묵히 견디거나 그들을 피해 다른 곳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가해자든 피해자든 사람과 세상을 향해 비틀린 사고방식과 시선을 갖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닐까.


스포츠와 연예계 스타들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학교 폭력 의혹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테다. 적시에 제대로 해결받았다면 과거의 상처에서 자유로웠을 이들이, 여전히 그 폭력의 기억에 갇혀 피해자와 가해자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벌어진 상황이라 보는 게 옳기 때문이다. 물론 대다수의 의혹이 아직 진위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며, 여기서 굳이 무엇이 사실이고 사실이 아님을 논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럴 수도 없을 뿐더러 그러고 싶지 않다.


‘미스트롯2’의 지원자 중 하나인 ‘진달래’는 준결승을 앞두고 과거 폭력을 행사한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인정하고 자진하차했다. 그토록 바랐던 꿈의 무대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만약 그녀가 사건이 벌어진 당시, 제대로 된 처벌이나 훈육을 받았다면, 그리하여 제 잘못을 깨닫고 그에 응당한 책임을 졌다면 조금은 다른 결말을 맞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오늘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학교 폭력 의혹과 그로 인한 소동은, 그간 폭력에 무방비하게 대응해왔던 우리 사회에 울리는 하나의 경종일지 모르겠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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