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쓰는 글
아니 그러니까,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글을 쓴 때가 벌써 1년 전이라는 거잖아. 1년 전 남겼던 글도 1년 만에 썼던 것 같은데. 브런치 작가가 되겠다고 땀나게 글 쓰던 때에는 하루 한 글을 남겼는데, 막상 작가로 되고 나서는 나태함이 구석구석 침투했나 보다.
사실 지난 1년간 글을 아예 놓은 건 아니다. 블로그에는 여전히 애드포스트와 애드센스 짤짤이를 노리고 쓴, 의도가 다분한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글은 꾸준히 써왔다. 플랫폼이 달랐고 목적이 달랐을 뿐이지. 돈을 바라고 쓰는 글은 억지로라도 써왔는데, 브런치에 남기는 글은 참 그렇다. 당장에 돈이 되지 않을 것 같으니 손이 가질 않았겠지. 정작 쓰고 싶은 글은 돈도 안 되는 주제였으면서.
퇴근길에는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든다.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도, 걸어오는 어두컴컴한 길에서도 말이다. 오만 잡생각이 마구마구 떠오르는데, 그중에서도 괜스레 남기고 싶은 생각은 삼성 노트에 따로 정리하곤 했다. 어느 날은 생산적인 주제가, 다른 어느 날은 한없이 우울한 감성이, 또 어떤 하루는 꿈을 좇는 글감이 떠올랐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언제나 다양한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가곤 했다.
그렇게 모이고 모인 글감들이 삼성 노트에만 잠들고 있는 게 사실 아깝긴 했다. 글감을 남길 때에도 "브런치에서 쓸 아이템이야."라고 했는데, 아까워하면서도 1년 여의 시간이 그냥 흘려보냈다. 변명과 핑계를 힘껏 대자면, 무언가 통일된 주제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잡생각이란 게 그게 되나. 나중에 써야지, 좀 더 모이면 써야지 하던 게 이리된 거다.
완벽주의자는 아니지만 무언가 시작할 때 깔끔하게 끝내는걸 아주 좋아한다. 바꿔 말하면, 무언가 애매한 상황에서는 스타트도 끊지 않는다는 의미지. 맞다. 또 힘을 주어 말하는 핑계와 변명거리다. 하여, 이대로 가다간 퇴근길의 심도 있는 잡생각이 디지털 쪼가리로만 남을까 봐 움직이기로 했다.
앞으로 남길 글의 주제는 '주제도모르고'로 정했다. 주제를 모르겠다 이거지. 아무거나 막 쓰자니 볼품없어 보이는데, 이렇게 타이틀 걸어두면 괜스레 있어 보일 것도 같았고. 주제 없음으로 카테고리를 정해야 그간 끄적거린 메모들이 부담 없이 옮겨질 것 같아서 이렇게 했다. 굳이 띄어 쓰지 않은 이유는 띄어 쓰니깐 저렇게 나와서다. 레이아웃 흐트러지는 거 너무너무 싫어함.
것도 있고, 온갖 잡생각들이 글로 옮겨지면 분명 허세가 낄 거 같아서 '니까짓 게 주제도 모르고 뭐라는 거냐'라는 의미도 있을 듯해서 '주제도 모르고'가 좋겠다 싶었다. 참고로 이 모든 사고는 바로 어제 대장내시경을 포함한 건강검진을 마친 후 샤워를 하면서 떠오른 것들이다.
가만 보자. 이렇게 선언적인 글을 썼는데 지속 가능한 글쓰기가 돼야지 않겠나. 오늘이 마침 토요일이기도 하니까 '주제도모르고' 매거진은 매주 토요일마다 발행하는 걸로 해야겠다. 나 자신과의 약속 뭐 그런 거다. 스스로와의 약속은 가장 깨지기 쉬운 약속이긴 하지만, 어쨌든 선언이라도 해야지.
그래, 힘듦을 위로받을 곳을 찾지 못하겠다면, 글을 써서라도 위안을 받아야지. 마음을 토로할 곳이 없다면 글로나마 끄적이며 속내를 드러내야지. 두서없이 주제 없이 남긴 메모들의 대부분은 힘듦을 토로하고 위로를 갈구하는 내용이었잖니. 드러내야지. 브런치를 항상 그런 용도로 써왔으니 이번에도 그래 보자고.
그만 힘들어하고.
나아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