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이야기가 좋아서
신화는 과학보다 정확하다.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실현의 역사다. 무의식에 있는 모든 것은 외부로 나타나 사건이 되려 하고, 인격 역시 무의식의 조건에 따라 발달하며 스스로를 전체로서 체험하려고 한다.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김영사)
나는 누구인가에 관한, 인간에 관한 탐구는 각자의 어떤 요소로 인해 더 잘 맞거나 더 잘 이해되거나 더 잘 도움이 되는 것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엠비티아이가, 어떤 사람은 에니어그램, 또 어떤 사람은 주역이나 점성학 혹은 타로카드, 뇌과학, 꿈작업, 그림그리기, 달리기 등등등 각자 개성에 따라 다르지만 자기 탐구를 더 잘 하게 하는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다.
1월부터였던 것 같다. 독서모임에서 <일리아스>를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리스 신화를 다시 꺼내 읽고, 아침에는 그리스 신화 타로 카드 한장씩 뽑으며 명상을 했다. 그곳으로 신화 여행을 하는 듯 했다.
그러다가
문득
뭔가..
아..
깨달았다
아니 이런
이렇게 모르고 있었다니
어처구니 없달까
바보같달까
신기하달까
돌아보니 나는 9년 주기로
그리스 로마 일대를 여행했던 것이다,
물론 2024년에는 책상 위에서 한 내면 여행이긴 하지만. 나는 2024년의 9년 전인 2015년에, 또 9년 전인 2006년에, 그리고 또 9년 전인 1997년에 그리스 로마로 여행을 했던 것이다.
앨범을 꺼내 보았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포즈로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싹 잊어먹고 처음 간 것처럼 느꼈을까..
▼ 2015년 신화와 꿈 아카데미 그리스 로마 여행
신화는 살아있는 실체이다. 또 신화는 모든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다.
(로버트 존슨 <신화로 읽는 남성성 He> 동연출판)
신화는 심리학적 통찰을 위한 풍요로운 원천이다. 모든 위대한 예술작품이 그러하듯 위대한 문학은, 인간의 조건을 세월의 빛에 퇴색되지 않도록 정확하게 기록하고 묘사한다. 신화는 바로 이러한 특별한 종류의 문학이다. 신화는 개인이 쓰거나 창조한 것이 아니라 전 세대와 문화 전반에 걸친 집단적 경험과 상상력의 산물이다.
(로버트 존슨 <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 동연출판)
▼ 2006년 그리스 로마 지중해 패키지 여행
신화란 인간의 정신이 자신의 발전과정(그 자신의 운명)을 서술하는 독창적이고 상상적인 자화상인 것이다.
(리즈 그린 <신화와 점성학> 문학동네)
▼ 1997년, 소설 정소성의 '아테네 가는 배'와 소포클레스의 비극작품으로 문학 기행
세상은 넓고 볼거리 느낄 것도 많은데 지중해 지역만 거듭 여행 가다니.. 그것도 9년 주기로...
어릴 때 그리스 신들의 계보를 그리던 때가 기억난다. 또 정신분석 입문 첫시간에 교수님이 칠판 가득 신들의 계보를 그리던 장면도 떠오른다.
그리스 신화 이야기가 특별히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를 정확히는 설명할 수 없지만, 아마도 내 마음의 그러한 요소들, 이를 테면 제우스적인 것 포세이돈적인 것 디오니소스적인 것 등등을 자극해서 내면을 풍요롭게 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 것 같다.
하나의 의문에 하나의 답으로 딱 떨어지게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찾고 더해 가는 과정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은유와 상징으로 이루어진 신화 이야기는 새로운 상상을 자극하며 재미를 느끼게 한다.
9년 뒤에도 그리스 로마 지중해 일대를 또 여행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