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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ZZETTE Dec 08. 2023

런던의 데미안 허스트 약국을 찾아서 pharmacy2

60일간 타국 화랑방랑기 - 런던 뉴포트 스트릿 갤러리



런던에서 지내며 가장 기대했던 갤러리는  Newport Street Gallery 뉴포트 스트릿 갤러리다.

이곳은 소규모의 갤러리이지만 현대미술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하나인 데미안 허스트 (Damien Hirst)가 개인 컬렉션을 전시하고자 2015년 10월에 영국 런던 뉴포트스트리트에 오픈한 갤러리이다. 그의 유명한 약방 "파머시 2 (Pharmacy2)"가 카페테리아로 운영되고 있어 기대를 앉고 찾아갔다.



뉴포트 스트릿 갤러리는 런던 램버스 지역 SE11 6AJ에 위치한다. 매 번 이슈를 만들고 새로운 영국 현대미술의 판도를 만들어 낸 데미안 허스트가 큐레이팅한 갤러리라고 하니 어떤 모습일지 호기심이 더해졌다.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해 짧게 제작한 영상을 첨부한다 ©suzipd


Brian Clarke : A Great Light

09 JUN 2023 – 24 SEP 2023

@newportstreetgallery_london

@brian. clarke_




도착한 갤러리의 겉모습은 옛날 벽돌건물에 꼭대기 층이 지그재그 모양을 가진 공장 모습이었다. 반면 내부는 작품이 잘 보이게 모던하면서 채광이 좋고 천고가 아주 높은 전시 공간이었다. 3개의 전시동으로 되어있는 이곳은 전시장을 이동하는 계단 또한 빛과 함께 흐르는 듯한 유려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방문했던 때는 2023년 8월 여름, 스테인드 글라스로 유명한 브라이언 클라크 (Brian Clarke) 작가의 A Great Light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그 시기에 운이 정말 좋게도 런던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맑은 청량한 날씨 덕분에 제대로 빛을 즐길 수 있었다. 브라이언 클라크 작가의 다양한 패턴과 색상의 거대 스테인드 글라스는 관람객들에게 위대한 빛을 선물했다.


거대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과 관람객



높은 천고의 채광이 좋은 갤러리 공간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작품들 그리고 작품과 만난 빛들이 함께 갤러리 내부를 꽉 채웠다.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벽 외에도 도트 패턴이 있는 유리를 여러 겹 겹친 반투명한 이미지의 바다와 수영복 남자들의 작품, 병풍 같은 폴딩 스테인드 글라스 등 다양한 소재를 레이어링 한 작품들과 빛이 함께 더해져 갤러리 전체가 '위대한 빛이 깃든 하우스' 같았다.



3층 전시 공간 도팅 글라스들, 위대한 빛이 깃든 하우스였다



오직 이 뉴포트 스트릿 갤러리에서만이 이 작품이 완벽하게 표현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빛의 본질과 작품을 통과한 빛이 보여주는 거대한 아우라까지도 모두 설계된 기획이지 않을까? 작가와 함께 이 공간을 기획하고 작품을 큐레이팅한 데미안 허스트의 천재적인 면모가 보이는 순간이었다.




거대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이 3층에 달하는 천고부터 빛과 함께 내려온다 / 각기 다른 모양의 해골들이 도팅으로 새겨져있다.


브라이언 크라크의 스테인드 글라스와 모자이크 작품에 가장 많이 보이는 모티브는 꽃과 해골이다. 데미안 허스트도 삶과 죽음을 주제를 다루며 사용했던 모티브들이라 형태는 다르지만 두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많이 닮아 보인다.  




전시장을 돌고 나서며 마지막으로 2층에 위치한 데미안 허스트의 약방에 들어섰다. 데미안 허스트 작품의 전시는 전 연도에 끝났지만 파머시 2 (Pharmacy2)는 카페테리아 공간으로 계속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으로 이곳은 런던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데미안 허스트의 Pharmacy 2
바 의자를 거대한 파스텔톤의 알약으로 만들었다.




 데미안 허스트는 '약'을 '신'으로 표현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믿음. 하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죽음에 달하는 현실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현대인들에게 익숙하지만 어려운 '약'이라는 소재를 통해 끊임없이 삶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욕망, 맹목적 믿음 그리고 과도한 의존을 비판하며 만든 작품이다. 밝고 아름다운 빛깔과 색감으로 가득 찬 공간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야기이다.



Pharmacy2에 들어서는 순간 오른쪽 파티션에 가득 차 진열된 알약들 실제 약과 혼동될만하다
보기좋은 컬러의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을 가진 약들 그리고 약 진열장





데미안 허스트는 많은 죽음을 전시한 작가이다. 영국 현대 미술가  YBA ( Young British Artist) 중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로도 불린다. 그의 작품은 죽음과 삶을 대비시켜 보여주는 과감한 방식으로 유명하다. 죽음을 과감하고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살아있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듯하다.



그의 대표적인 유명 작품 세 가지를 보자.

거대한 상어의 사체를 포름알데히드로 가득 찬 수조에 통째로 넣은 "살아있는 자의 마음에서 불가능한 물리적인 죽음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살아있는 자의 마음에서 불가능한 물리적인 죽음 ©Time Out


 

유리관 안 죽은 소의 머리 그리고 다른 한쪽에 파리떼를 두고 부패한 소의 사체에 파리가 알을 낳고 그 위 설치된 전기기구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천 년 ( A Thousand Years )"

Damien Hirst, "A Thousand Years" (1990).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and Science Ltd.


다이아 몬드가 박힌 백금 해골 "신의 사랑을 위하여 ( FOR THE LOVE OF GOD )"

데미안 허스트가 그의 작품 "The Love of God"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7. ©Kleinsma.


  작품들 모두 '실제 죽음'을 소재로 구성되었기에 누군가에게는 불쾌감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동안의 예술과는 다른 파격적인 감정의 파장을 준다.


미술관 밖에서의 작가의 행동들 또한 이슈를 불러왔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 작품은 작가 스스로 작품을 매매하며 작품 가격을 높인 지나친 상업주의 자작극의 오명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이 작품은 실제 유골로 제작되었는데 이 작품에 키스를 하는 장면을 연출하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러한 오명과 논란에도 그는 여전히 처음 보는 충격적이고 생소한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할 주제를 던진다.


데미안 허스트가 전시한 진짜 죽음과 그 작품의 제목들은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며 그 두려움과 함께 상반된 우리의 지금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작품으로는 관객에게 삶과 죽음의 문제를 던지고 행동으로는 영리한 악동처럼 매 순간 이슈를 만들어 작가 자신을 효과적으로 마케팅하고 그 결과 그는 영국 현대 미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작가이지만 영국을 다시 현대미술의 무대로 만든 장본인인 것은 확실하다.





데미안 허스트의 뉴포트 스트릿 갤러리는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른 방식의 작가들과 함께 펼치는 공간이었다. 전체적으로 갤러리 공간을 구성하고 작가의 선정과 작품을 구성하고 큐레이팅하는 부분에 있어 몰입과 변주를 주는 기획력은 탁월했다. 그의 이 탁월한 안목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작품 속 진짜 이야기들에 더 귀를 기울이게 하는 근거가 되었다. 이 갤러리는 작가의 작품활동 이외 작업실 밖에서 보이는 행보가 작품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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