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시작!
옆에서 선배들 자취를 따라가며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서서히 배워가고 있었습니다.
더디지만 천천히 스며들고 있는 기분.
그 매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날 인연으로 선배 친구들과 함께 경제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유유상종이라고. 멋진 선배 주변에 하나 같이 스스로 빛나는 사람들이었고, 배울 점들이 넘쳤습니다. 노력할 줄 아는 분들이었고, 무엇보다 삶에 대한 태도에 매료되었습니다. 자신감과 실행력이 남다르던 사람들은 학업부터 대외활동까지 무엇 하나 빠짐 없이 각자의 방식으로 헤쳐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서 곁눈질로 훔쳐보며 따라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수 개월을 함께 하며 학업을 비롯한 여러 방면에서 새로운 세상을 보았고, 조금씩 노력에도 흥미가 붙었습니다. 스스로 인생을 변화시켜 나가는 사람들을 목격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한 첫 계절이 끝나갈 때 즈음, 선배로부터 같이 공모전을 준비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장기간 타지에 나가는 교환학생 준비 대신에 단기로 해외를 다녀올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보자고 말입니다. 어디로 향해야 할 지 모르던 발걸음에 길이 생긴 기분이었습니다. 과분한 제안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기분은 날아갈 듯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습니다. 선배들이 제안해 준 공모전은 치열하기로 소문났고, 매년 육 백팀 이상이 지원해 겨우 서른 팀 내외만 선발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수상은 손가락으로 꼽았으니,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높은 경쟁률에 걸맞는 실력과 능력이 필요할 겁니다. 경험 없고 어설픈 막내로 합류해서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너무 감사한 제안이었지만 쉬이 대답할 수 없었고, 고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 때 선배의 직언이 뒤통수를 얼얼하게 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만큼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기여하지 못할까 걱정이라면 그만큼 노력하면 될 일이라는 단순한 말이, 그렇게 당연한 듯이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걸 깨닫았습니다. 겨우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망설임 가득했던 후배에게 연습하면 된다고 귀띔해준 격이었습니다. 밤 늦도록 이어진 선배와 전화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인생 방향이 바뀌기 시작하던 스물 두 살, 봄의 시작입니다.
공모전을 준비하는 과정은 예상보다 더 순탄치 않았습니다. 팀원들에 비해 한 없이 모자랐고, 준비한 자료는 한 번에 통과된 적이 없었습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었습니다. 중간 과정을 검토하는 팀원들의 한숨을 공기처럼 자주 접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학업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던 선배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치열해 본 적 없던 전공수업에서도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고, 점점 모든 영역에서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따라잡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노력할 수록 좌절이 쌓여갔고,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덕분에 툭하면 작아졌고, 어느 순간부터 별 의미 없을 말에도 자주 상처 입었습니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에 괜스레 손이 가고, 입 밖으로 부정적인 말이 자꾸만 흘러나왔습니다. 그렇게 힘들어 할거면 그만 두라는 친구들의 조언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만두지 못한 건 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어깨 너머로 배우는 세상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선배들은 일주일 동안 수십 편의 논문을 읽고, 구글링으로 나오는 수 많은 정보들을 정리 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기어코 찾아낸 자료들은 기획서와 프로젝트에 녹아 들어갔고, 검색으로 해결되지 않는 기술적 한계들은 직접 유럽 기업에 문의하고, 전라남도 광주 연구소를 방문하며 채워가는 식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무슨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습니다.
자기 주도적이고 실천력 갖춘 태도를 본받고 싶었습니다. 주어진 문제에 지레 겁먹기 보다, 해결해 나갈 방법을 고민하는 실천하는 자세 말입니다. 뒷받침하는 노력의 양과 퀄리티는 감탄을 불러일으킬 정도였으니 두말 할 것 없었습니다. 옆에서 선배들 자취를 따라가며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서서히 배워가고 있었습니다. 더디지만 천천히 스며들고 있는 기분. 그 매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노트북 열람실, 26번석.
학교 모든 도서관 중에서 가장 늦게 닫던 노트북 열람실. 그 곳 26번을 자체 지정석처럼 1년을 꼬박 지켜냈습니다. 선배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했지만,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라면서요. 어느 새 전액 장학금을 받기 시작했고, 어렵고 힘들게 함께 준비한 공모전에서도 감사히 선발되어 스위스와 영국으로 탐방 다녀올 기회가 생겼습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급성장이 나날이 가슴 뛸 만큼 가까이에서 펼쳐졌습니다.
*** 브런치 독자분들을 위한 글
- 1년도 넘게 적은 글들을 매주 한차례씩 전달드립니다.
- 한 주를 또 치열하게 살아냈을 매주 토요일 밤, 지나온 발자취와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
- 여러분의 삶에 자그마한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