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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걸음 Jul 23. 2021

이십대 끝자락, 직장생활 5주년 일기

신입사원 꼬꼬마가 6년차 꼬꼬마가 될때까지 :)

직장생활 5년을 돌아보며 :)


그간 1년 혹은 반년 단위로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내 삶은 마치 관성을 견디고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는 것 마냥 용수철처럼 튀어오르곤 했다. 굳이 열심히 살며 하루를 불태우기 일쑤였고, 몇개월 후 재가 되어버린 듯 창백해진 얼굴로 다니곤 했다. 그러다 여행을 가면, 꼭 무언가 하나씩 결심을 하고 돌아와서 일상에 변화를 꾀하는 패턴이었다. 환경을 바꾸거나, 나를 바꾸거나. 어쨌든 무언간 바꿔야 숨통이 트였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몸에 병이 날 정도로 일에 매진해보기도 하고, 파주로 출퇴근하며 엉엉 울어보기도, 직무를 바꿔보기도 했다. 미국가서 새벽마다 일을 하기도 하고, 아예 핸드폰 안터지는 몽골로 도망간 적도 있다. 서울 한복판에 월세 120만원짜리 문화공간을 운영해보고, 기부 프로젝트로 1500만원을 넘게 애써보기도 했다. 친구들과 길거리에서 축제를 해보기도 하고, 쌀 400kg를 기부하기도 했다. 작년엔 자그마한 책을 내기도 했다. 올해엔 다시 회사형 인간이 되어, 1년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쳤다. 쏜살같이 흘러간 반 십년이었다.


돌이켜보니 소중하지 않은 해가 없다.

변화를 좋아하는 피곤한 성격이 만들어낸 추억거리는 참 파란만장하다. 그렇게 반년, 한 해, 두 해 꼬박꼬박 보내다보니 스물 여덟이 되었다. 경험에 따라 달라져가는 모습은 흥미롭다. 경직에 가까웠던 모습들이 점차 사라지고, 진심으로 웃는 것에 익숙해졌다. 태생적 Yes맨은 이제 '너와 나를 위한 No'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한 여름에도 검은 바지에 긴 가디건을 입던 스무살은, 화사한 꽃무늬 원피스가 제일 편한 20대 후반이 됐다. 조금씩 계속 밝아지고 있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삶은 녹록치 않아서,
때때로 고비가 찾아온다.

'이럴꺼면 왜 사나'싶은 시즌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재미없음'과 사투를 벌이며 한주를 끝마쳐야 할때도 자주 있다. 인간적이기보다 기능적인 시간의 비중은 점차 커지고, 내가 꿈꾸던 '멋진 인생'과 현재의 하루는 괴리감이 점점 커진다. 주변에 비해 가진 것이 너무 적어서, 가끔 '잘못 살고 있는 건가'싶은 생각이 머릿 속을 점령하곤 한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또 그런 시간을 보낸다. 되도록 하늘 한번 더 보며, 그 시기 역시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다행히 이젠 무슨 일이든 또 흘러간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안다. 사람이 언제나 행복할 수도 없다는 진리도 말이다. 그렇게 또 다가올 즐거움을 기대하며, 어려운 시간을 조금은 가볍게 보내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즐거운 날 뒤에 어김없이 방황하는 시간이 찾아오고, 기껏 찾은 안정 속에 무력함이 따라올지 모르겠다. 뛰쳐나오고 싶은 욕구를 가득 안고서 또 일상을 살아가다 새로운 변화를 맞을지 알 수 없다. 삶은 원하는대로 흐르지 않고, 타의로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 만족하지 못하는 순간에 대한 괴로움이 시시때때로 찾아오고, 불투명한 미래에 암담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지금 준비할 수 있는 건, 어떤 날이 펼쳐져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 아닐까.


길고 길었던 5년이 끝났다.

또 다른 5년의 시작이다. 33살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또, 38세에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과거의 수 많은 경험이 지금의 내가 되었듯, 오늘의 하루는 또 다시 미래의 나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소중하다. 어떠한 날을 보내든 과거의 결과이자 미래 준비일 것이다. 다시 안 올 순간이다. 열심히 살고 싶은 시간이다.

서른 세살. 다시금 반십년을 돌아봤을때, 지금처럼 웃을  있으면 좋겠다. 비록 부족하고 힘들었지만, 또 감사함에 잔잔히 미소 짓는 삼십대가 되어있기를 말이다. 아! 지금보단 유쾌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지난 5년간 치열하게 살아온
스스로에게 박수를,
앞으로도 노력할 다음 5년에 대한 응원을.
각 순간들을 함께해준 지인들에 대한 감사를.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

“For I hold you by your right hand— I, the Lord your God. And I say to you, ‘Don’t be afraid. I am here to help you.”
‭‭Isaiah‬ ‭41:13‬ ‭N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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