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인, 좁은 골목길
미끄러운 골목에, 옷깃을 여며야하는 찬바람에,
서러움이 밀려온다.
달동네, 가파른 골목길에
무거운 발, 미끄러운 길, 의지할 난간조차 없는 이 길에,
서러움이 밀려온다.
그 길에,넘어져 주저 앉는다.
차마 흘리지 못한, 내 좁은 방만큼이나 작은 내 눈가에 그렁그렁 고여버링 눈물에
서러움이 밀려온다
눈물에 굴절된 이 풍경 속,
새하얀 연탄재
그 차고 단단한 냉기에
서러움이 밀려온다
새하얀 연탄재에 내 뜨거웠던 지난 여름이 스치는것이 서럽다.
그 차고 단단한 냉기가 나를 닮은것이 서럽다.
이 좁고 미끄러운 길 위, 내 앞을 막는것이 하찮은 연탄재라는 것이 서럽다.
서러움에, 정의할 수 없는 서럼움에
만만한 연탄재를 차버린다.
한풀이 하듯, 화풀이 하듯, 발로 차버린다.
내 치기어린 지난 여름의 열정에 원망을 날려 버리듯,
한풀이 하듯, 화풀이 하듯, 발로 차버린다.
화풀이한 대상이 하찮은 연타재뿐이라는 현실에,
서러움이 밀려온다.
안도현에게 묻는다.
그 마음 함부로 단정하지 마라
당신은
한번이라도 그 마음을 해어린 적이 있었는가?
자신의 삶을
다 태우며 주저앉아
스스로를
원망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안타까운 마음을
당신은 함부로 단정할 수 있는가?
자신의 열정을 다 태워 버리고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 있는
저 가련한 이를
당신이 함부로 단정 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