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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dsky Mar 02. 2021

안도현에게 묻는다.

눈 쌓인, 좁은 골목길

미끄러운 골목에, 옷깃을 여며야하는 찬바람에,

서러움이 밀려온다.


달동네, 가파른 골목길에

무거운 발, 미끄러운 길, 의지할 난간조차 없는 이 길에,

서러움이 밀려온다.


그 길에,넘어져 주저 앉는다.

차마 흘리지 못한, 내 좁은 방만큼이나 작은 내 눈가에 그렁그렁 고여버링 눈물에

서러움이 밀려온다


눈물에 굴절된 이 풍경 속,

새하얀 연탄재

그 차고 단단한 냉기에

서러움이 밀려온다


새하얀 연탄재에 내 뜨거웠던 지난 여름이 스치는것이 서럽다.

그 차고 단단한 냉기가 나를 닮은것이 서럽다.

이 좁고 미끄러운 길 위, 내 앞을 막는것이 하찮은 연탄재라는 것이 서럽다.


서러움에, 정의할 수 없는 서럼움에

만만한 연탄재를 차버린다.

한풀이 하듯, 화풀이 하듯, 발로 차버린다.


내 치기어린 지난 여름의 열정에 원망을 날려 버리듯,

한풀이 하듯, 화풀이 하듯, 발로 차버린다.


화풀이한 대상이 하찮은 연타재뿐이라는 현실에,

서러움이 밀려온다.


안도현에게 묻는다.

그 마음 함부로 단정하지 마라

당신은

한번이라도 그 마음을 해어린 적이 있었는가?

자신의 삶을

다 태우며 주저앉아

스스로를

원망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안타까운 마음을

당신은 함부로 단정할 수 있는가?

자신의 열정을 다 태워 버리고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 있는

저 가련한 이를

당신이 함부로 단정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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