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데
찰토마토
찰 완숙토마토라면
태양의 감춰둔
화약고
토마토 땡볕 밭으로 출퇴근하던
그 시절 모던 걸 아니 오피스 우먼
토마토 상사에게 야단 맞고
토마토 탕비실에서 울기도 하던
다 떨어진 교복 블라우스
고무줄 늘어난 체육복 바지
아버지 넥타이로 질끈 묶고
토마토를 익히고 따다가
태양을 방화하다가
밭고랑 옆에 이상하게 사시사철
뜨거운 물 쫄쫄대는 홍염 웅덩이 있어
거기 흙발 땀 씻고 옷 싹 갈아입고
형광 빛 블라우스 스커트로 퇴근하던
거기엔 경력단절두 없어
그런데 여름내 손톱 밑은 시커맸다
태양의 흑점처럼 기미처럼
토마토가 독한 과일이라서
나는 토마토 엄마가 하는 검은 밥이 싫었다
태양의 불탄 잿더미 헛간
내 입의 치아까지 시꺼먼 발색을 할까봐
이걸 무용이라면 무용이라고 해도 될까
거울이 사방에 붙어있는 방
이 스텝은 발로
태양의 폭약고
토마토를 그리는 거예요
요즘 찰토마토 있잖아요
왼쪽 발로 한쪽을
오른발로 다른 쪽을 찬찬히
허리는 쭉 펴구
토마토 세워주는 가짓대가
내 몸에 있다 생각하면서요
부끄러워하지 말고 태양을
폭발 직전의 태양을
균형 균형이 무너지면 다 무너져요
올해처럼 무더운 여름 화룡점정은
냉소바에
토마토 한 쪽 얹는 거
방울토마토 아니고 커다랗고
잘익은 찰 완숙토마토로
태양의 감춰든 화약고로
태양의 성냥개비로 불쏘시개로
그러나 여름 땡볕은 폐를 다 망가뜨리고
그 폐 속에도 태양의 흑점 같은
토마토가 들어있던 것일까
반원과 반원이 합쳐져
아주 둥그렇다 못해 터지기 직전
인공호흡기 뺀 목에 휑한 구멍
그 구멍에서 마지막 뻘건 핏물이
쭈르륵 흘러내렸다
이 스텝은 *론데 ronde라고 해요
원을 그리듯 발을 돌리는데
토마토를 완숙 토마토를
지구가 태양을 돌듯
발을 질질 끌다가
이건 노예가 쇠고랑을 절렁대며 가듯
그냥 슬픈 것으로만 끝나면
그 뭐랄까 역사란 게 없겠죠
슬픔 속에 번쩍하는 환희와 광기를 뒤섞어
언젠가 해방이 올거야
이런 공전하는 마음으로
그러다가 끝에 태양 뿐만 아니라
태양의 흑점마저 수천 개 품은
토마토를 발로 그리는 거예요
올해는 작황이 좋아
인생만만세 역전이야
토마토 전문가 엄마는 불발한 화약고처럼
폐가 망가져 자리에 누워
인공호흡기를 7년이나 끼고
끝날 때까지 다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라는데
토마토를 발로 심장으로
발바닥 태양에 감전되어
살가죽 너덜하게
토마토를 폐로 콩팥으로
발가락 그 번쩍하는 섬광에
툭 떨어져
나가도록
*쉘위댄시shall we dan詩, 연작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써야지. 춤추듯 시詩 한 켤레를. 토슈즈 없는
맨발로 발바닥이 벗겨지고 발가락이 툭 떨어지도록.
#쉘위댄스#폭염#기후행동#스텝